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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누구에게든 특별히 자신에게만 속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사의 한순간이 있다. 감정의 물결이 가장 거세게 일어나는 듯한 순간, 나에게 그런 순간은 바로 전쟁이었다. 전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현실이다. 나는 아직도 본능적으로 전쟁의 공기 속에서 살아가고 생각한다.'
<분리된 평화>속 주인공 나, 지은 이렇게 고백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15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걸어보는 학교의 교정에서 그는 15년 전 자신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매혹적인 글 솜씨로 풀어놓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6살의 나이로 다녔던 학교, 그 학교에서 위 학년은 전쟁터에 갈 실질적인 수업을 받고 있고, 잠깐의 유예 시간을 가진 이들 학년에 주어진 상대적인 '자유'와 '평화'는 그들에게 어떤 것이었을까? 나이로나 시대적 상황에서나 '경계'에 서있는 청춘들은 근거 없는 폭력성과 어리석은 행동, 그리고 후회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직접적인 전쟁터는 아니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왜곡되게(어떤 부분을 과장되게 혹은 과소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청소년이 흔히 겪을 수 있는 호기 어린 대담성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무 위에서 멋진 다이빙을 선보이는 피니와 두려움을 느끼지만 억지로 자존심을 지키려 따라 뛰는 나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통과의례다. 이 소설 속 피니는 교칙을 태연하게 위반하면서도 선해지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학생이며, 학교를 진심으로 깊이 사랑한다는 걸 드러내지만 교칙을 어겼을 때 제일 그렇게 보이는 학생이다. 모범생이면서도 구석에서 땡땡이를 칠 때 제일 편안해 보이는 녀석이라고 나는 서술한다.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나, 진은 좋은 성적으로 졸업도 하고 싶고, 피니어스처럼 만능 스포츠맨으로 인기가 높은 친구의 미움을 받고 싶지도 않다. 피니에 대한 질투를 품고 있다. 그는 피니가 힘들게 고백한 '너는 그런 단짝 친구야'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지 못한 것이 이성이 아니라 깊이 숨겨진 감정, 지나치게 진실된 그런 감정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나뭇가지에서 강으로 다이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 그 사고로 피니는 불구가 된다. 그 사고의 원인은? 나도 피니도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었는데.
결국 내가 군복을 입기 전에 전쟁은 끝나버렸지만, 나는 학교에서 군 복무를 한 것처럼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적을 죽였다.'
전쟁의 눈앞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무턱대고 대들며 덤벼드는 사람도 있고, 부주의하고 일반화된 분노를 키우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을 감싼 모호한 구름 속에서 나왔다가 오직 공포만을 자신이 항상 두려워했던 그대로의 형체를 맞닥뜨리고 나서 맞서 싸우기를 완전히 포기해버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피니어스는 결코 두려워하지도 어떤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다.
피니어스만을 제외하고, 그들 모두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적에게 맞서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그들이 전선 너머로 보았다고 생각한, 그러나 결코 전선에서 그들을 공격하진 않았던 적에게. 정말로 적이 그들을 공격하긴 했다면, 아니, 그것이 정말로 적이기는 했더라면.
이 당시를 살던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위와 같이 전개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주인공 내가 서술한 대로 두려움에 적으로 오인한 어떤 이를 죽인 인물일까?
청춘의 언어는 모호하다. 생략과 오해와 불안이 함께 한다. 또 거기에는 과도한 믿음과 거기에서 오는 호기로운 단정도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청춘의 시간을 보내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