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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시처럼 감성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의 저자인 프레데리크 시프테는 프랑스의 철학교사이며 작가라고 한다. 그는 이 책으로 2010년 데상브르 상을 수상했다고도 하는데, 작가가 이 글의 소재로 데려온 철학자, 아니 에세이스트들의 무게와는 달리 이 책은 유려한 글 솜씨로 오랜만에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짧은 독서의 시간이 아쉽고 문장 속에 빠져들고 싶어서 또 한 번 읽어야 했다.
작가인 프레데리크 시프테는 현실의 인물들, 즉 살과 뼈로 이루어진 진짜 사람들, 심지어 호감 가는 사람들과도 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즐거움을 얻는데,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 놀란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전문가가 애호가의 입장에서 학문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딜레탕트'임을 밝힌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는 강단 철학자보다는 오히려 몽테뉴 같은 에세이스트에 매력을 느끼며 그가 좇는 철학을 통해 쾌락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는 어울리고 싶지 않은 귀찮은 사람들과 한자리에 있어야만 할 때는 최고의 '형이상학적 자리 비우기'수법을 쓴다. 그건 바로, 어딜 가든 항상 소지하는 소설책이나 에세이집에 몰두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도 지루해지면 이런 식으로 훌쩍 딴 세상으로 가버린다. 설령 펼치지 않더라도 책을 가지고 있으면 안심이 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깊게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독서는 낯선 세상을 찾는 게 아니라 그에게 가장 친밀한 거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같은 언어, 몸짓을 할 수 있지만, 그건 꽤나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고 차라리 책으로 도망치는 것이 가장 편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프루스트나 쇼펜하우어처럼 다소 염세적인 것은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수다쟁이들한테 권태를 느끼고 세상은 질서 있는 우주(cosmos)가 아닌 혼돈(chaos)이며, 그 세상 속 삶은 곧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은 일관성이 없고 부조리하며, 인간은 최악의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고 있는 유예 상태에 놓인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는 깨어있는 자이다.
그래서 그는 전도서의 말처럼 '모든 것이 티끌에서 왔으니 모든 것이 티끌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드는 인간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가 몽테뉴에게 느낀 것처럼 '자기를 잘 따라오는 자보다 어슬렁대다가 자신과 잠시 어울리는 자를 더 좋아할 것 같다. 독자가 더 좋은 읽을거리를 찾아 떠난다 해서 마음이 상할 사람은 아닐 것이다. 몽테뉴가 츠바이크의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친구'였듯이 이 작가는 이 열 명의 사상가들이 '절친'이 되어주고 있다. 이 사상가들의 말에 기대어 사는 작가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