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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평점 :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골라 읽는 습관은 조금은 병적인 데가 있다.
우선 베스트셀러를 별로 읽지 않는다. 남들 다 읽는 거 말고 나만 읽고 감동받은 '나만의 책'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 자문해 본 적은 있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어쩌면 독서의 즐거움보다 교양을 쌓기 위한 의무감으로는 책을 읽지 않겠다는 똥고집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모두가 다 읽는 책은 사서 읽지도 않고 읽는 경우가 있다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많은 이들의 이러저러한 평을 다 듣고 난 뒤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편이다. 그리고는? 맘에 들면 무조건 산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남들은 다 읽었다고 하는', 한국에서만 200만 부가 팔렸다고 하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사지도 읽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이 책을 읽고 '왜 이제야 읽었지?' '나의 이 이해 못 할 고집을 바꿔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 책이 재출간되었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와이즈베리가 내놓는 도서들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안티프래질부터 시작된 와이즈베리에 대한 나만의 애정은 ㅎㅎ 뭐라 설명하기도 힘들다)

상당히 두꺼운 책이라 시작하기에 두려운 감이 있지만,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끌어당기는 글솜씨(혹은 강연의 말솜씨)가 느껴진다. 다채롭고 논란이 될만한(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예상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공리주의, 자유주의, 그리고 여러 철학 이론까지 저자는 놀라운 솜씨를 부리며 독자에게 '정의'에 대해 고민해보길 유도한다.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가 적용되는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무심코 옳다고 혹은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결정했던 일들에 대해 그 뒤에 숨어있는 정책 입안자들의 철학이 무엇이었는지, 그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우리가 더욱 살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 샌델이 인용한 미국의 징병 제도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요즘 우리나라의 군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군대에 제기되고 있는 군기강 해이, 도덕성의 상실, 징병제도로 인해 자격이 없는 군인이 양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 우리나라도 모병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제안까지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였다.
미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자원군 제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민간 기업체 소속 군인도 존재한다. 이라크에 주둔한 병력 가운데 실제 미군보다 민간 기업체 소속 군인이 더 많다고 한다. 배심원 제도는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면서 군 복무는 왜 시장에 맡기고 있는가? 실제 미군의 대다수는 학력도 낮은 편이고 가정형편도 중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한 국회의원은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들의 자녀가 참전 부담을 가졌다면 전쟁은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군 복무는 시민이 수행해야 하는 의무일까, 힘든 직업처럼 일의 하나라서 노동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마땅할까? 공리주의자들은 서로 만족하는 거래를 했기 때문에 좋은 제도라고 할 것이고,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서로 간의 자유로운 거래이기 때문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문제는 없는가?
마이클 샌델은 이런 문제에 칸트의 정언명령과 존 놀스의 이론을 들어 "정의"를 이야기한다. 정의는 도덕적 미덕이며 중용이 필요하다. 그것의 밑바탕에는 올바른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은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결국 샌델은 정치가 도덕에 적극 개입하라고 요구한다.
왜 이 책이 다시 이 시점에 읽혀야 하는가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며, 정치를 하는 이들이 '정의'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