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내일 3차 항암 들어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잘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식욕이 제로입니다. 기력도 쇠
잔해서 지척 지간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기조차 힘겹습니다. 하지만 정신만은 카랑카랑합니다. 쉬바, 어쩌
라고 불현듯 외로움이 밀려닥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주저앉지는 않겠습니다. 새해에는 오는 복이 있
으면 염치 불고하고 조금 받기도 하겠습니다. -이외수의 트위터 글-
오늘, 저희 집안의 큰 어르신이 생사의 고비에서 힘겹게 싸우고 계십니다. 폐암으로 투병 중이신데, 오늘 내일이 고비라고 합니다. 아침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보내지만, 마음이 차분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외수의 '존버'실천법 뚝,>을 읽을 수 있어서.
죽음을 앞에 두게 되면 세상의 모든 일이 하찮아지나 봅니다. 아니 세상의 일이 간결해 보이나 봅니다. 이외수 작가님도 위암 투병 중이시라 들었습니다. 그는 위에 적힌 글을 며칠 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 글은 간절함과 불안감이 묻어나지만, 하창수 작가가 묻고 이외수 작가가 대답한 <뚝,>에서는 단호하고 간결합니다. 밑바닥까지 경험하게 되면 달관의 경지에 오르는 걸까요? 경험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경험 속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실천하며 살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 중세인들이 외쳤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은 죽음 자체를 기억하라는 단순한 뜻만이 아닐 것입니다. 삶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죽음의 자리를 항상 명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재 주어진 짧은 생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몸부림이었을 것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이 말은 성공만이 최상의 가치가 된 세상에서, 남을 딛고 가야만 내가 살 수 있다고 믿는 세상에서 가치관의 혼돈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외수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허투루 웃어넘길 수 없나 봅니다.
새해가 되면서 많은 계획을 세웠을 겁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해는 100권의 책을 읽겠다거나, 건강을 염려하는 분이라면 올해는 꾸준히 운동을 하겠다거나, 아니면 올해 얼마의 돈을 모으겠다거나, 혹은 더 큰 성공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하창수 작가가 묻습니다.
"작심삼일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외수 작가가 답합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겁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어길 일도 없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느냐는 반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믿음은 일종의 미신이라고 답합니다.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계획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작심삼일은 스스로를 학대하는 자충수일 수 있다는 겁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은 저에게는 위로의 말로 들리기는 합니다만,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창수 작가가 또 묻습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러운 건 피해야 합니까?"
이외수 작가가 답합니다.
"치워야 합니다. 피하기만 하면 천지가 똥밭이 됩니다."
이외수 작가는 삶은 죽음을 통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또 묻습니다.
"이번에 위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받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이 더해진 것이 있습니까?"
"두렵지 않습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3차원의 것을 두고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음이란?"
"차원 이동입니다."
죽음이 차원의 이동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