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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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자기 전에 듣는 것이 나에게는 큰 낙이다. 책에 대한 수다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행복한 시간 때문에 간혹 잠을 자려는 목적에서 벗어나 잠에서 깨어나는 날이 많지만,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절판되어 무척 아쉬운 책 한 권이 소개되었다. 제목부터가 귀를 사로잡았다.

<환상의 빛> , 그 책을 다시 소환해낸 이들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자들은 행복하다.

책을 읽고 난 뒤 제목인 환상의 빛처럼 잡을 수 없는 것, 알 수 없는 것을 내 손으로 잡고자 하는, 알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린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주인공은 남편을 잃었다. 아들이 태어난 지 세 달 만에 남편은 자살을 했다. 선로를 걷다가 기차에 치여 죽는 방법을 택한 남편은 자살의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 약물도, 알코올도 하지 않고, 건강하고, 도박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자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빚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만한 이유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 남게 된 부인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왜 죽을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었던 것일까? 그렇게 해서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는 그렇게 비그친 선로 위를 구부정한 등으로 걸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마음속의 혼잣말을 한다.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처럼, 아무도 모르게.

혼자 남게 된 이는 어찌 됐든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녀에게는 어렸을 적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어렸을 적 할머니의 실종, 할머니도 조용히 국도를 따라 사라졌다. 하지만 경찰들은 할머니를 죽이고 집에다 묻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왠지 모르지만 주인공도 집에서 할머니의 사체가 나오지 않을까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같은 것일까? 새롭게 만난 남편을 혼이 빠져나가서 그렇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의 뒷모습에 말을 거는 것으로, 위태롭게 시들어버릴 것 같은 자신을 지탱해왔는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의 형상을 안고 사는 불행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찰이 할머니의 시신을 찾는다고 방바닥을 파던 날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던 것처럼.

작가는 혼자 남은 이의 혼란스럽고 흔들리며 부유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언어 속에 녹아있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작은 위안이 느껴진다.


초록색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바다에 한 덩어리가 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있지요. 커다란 물고기 떼가 바다 밑바닥에서 솟아올라 파도 사이로 등지느러미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작은 파도가 모인 것에 지나지 않답니다. 눈에는 비치지 않지만 때때로 저렇게 해면에서 빛이 날뛰는 때가 있는데, 잔물결의 일부분만을 일제히 비추는 거랍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을 속인다, 고 아버님이 가르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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