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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ㅣ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놓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열린 공간으로 자유로우며 지적으로 신바람 나는 ...... 호기심의 즐거움을 꾸밈없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고, 생물계와 무생물계의 경이로움을 모아 놓은 곳이며...... 가슴을 두근대게 하는 살아 있는 토론장이다." 소설가 이언 매큐언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인 엣지는 1996년 존 브록만에 의해 출범했다. 현대 과학이 이룬 지식의 첨단에 다가서기 위해, 과학과 인문의 단절로 상징되는 '두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즉 '제3의 문화'를 추구하려는 모임이다. 엣지의 사람들에는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빈 서판>의 스티븐 킹커, <총, 균, 쇠>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이 있다.
이 책은 그다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우선 독자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는 이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도덕적 판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하는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고 탐색해보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엣지의 석학들은 인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책의 원제(Thinking)처럼 생각, 즉 뇌에 대한 질문과 탐색이 주를 이룬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글은 우리에게 설명하는 강연처럼 쓰여 있어 한편의 이야기가 한편의 강의 같다.) 우리는 우리의 지난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고 다른 이의 행동 뒤에 숨은 의도 혹은 감정을 파악해낼 수도 있다.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낭만적인 사랑이 깨지면 오랫동안 불행할 거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혼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시간은 예측보다 짧다. 왜 사람들은 번번이 잘못된 예측을 하는 걸까?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에게는 사건을 보는 관점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가 있으며, 하나의 심상은 한 사건의 특정한 한순간을 차지하고 그 사건이 있고 1년 후의 정서는 사건 자체보다 훨씬 많은 것에 영향을 받기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미래에 일어날 사건의 영향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미래의 사건이 실제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측한다. 이것을 영향력 편향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에게는 사건을 보는 관점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 어떤 사건은 원래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우리의 생각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차가운 음료수 잔을 쥔 채 누군가를 판단할 때보다 따뜻한 커피 잔을 쥐고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을 더 훈훈하고 우호적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시몬 슈날은 인간이 도덕적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치밀하게 짜인 생각과 추론 대신 이렇게 느낌과 직관 같은 우발적 요인이 끼어든다고 말한다. 감정이 도덕적 판단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계발 서적을 또 샀는가? 그 사람은 18개월 전에도 유사한 책을 샀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것이 자기계발 산업계에 있는 18개월 법칙이다. 티모시 윌슨은 자기계발 산업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 서적이 주장하는 대부분의 것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희망을 사람들에게 불어넣은 방향으로 포장돼 있어, 복권과 비슷하다. 그는 자기계발 산업계를 무시하는 방법, 즉 더 행복해지고 개인적인 문제를 더 잘 극복해내는 방법으로 '글쓰기 훈련'을 추천한다. 사나흘 동안 계속 하루에 15분 정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글을 쓰는 간단한 방법으로 심신의 건강과 행복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도모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예측을 하는 많은 정치전문가 경제전문가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의 글들도 보인다. 필립 테틀락은 많은 정치 전문가가 우연보다 더 높은 확률로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자신만만해하며,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도 원래의 의견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삶은 되돌아볼 때에야 이해되지만, 앞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키에르 케고르의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치도 경제도 그리고 나 자신도 되돌아볼 때에야 비로소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보면서 살 수는 없다. 예측하기 힘든 미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다. 그런 불확실한 미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인간이란 존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아니 적어도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자 하는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