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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프랑스 시민혁명"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일까? 우리는 프랑스를 자유와 평등, 인권과 혁명의 나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뉴스에서 만나는 요즘의 프랑스는 대도시의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아랍인과 흑인들의 이민자 테러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건너온 아랍인과 흑인들이다. 프랑스 자국 내에서는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하지만 이들은 밖으로는 식민지를 건설하고 착취를 일삼는 제국이었을 뿐이다.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는 프랑스의 옛 식민지 중의 한 나라인 말리에서 온 삼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국 말리에서 대학 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 나름 능력이 있는 인물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정의롭지 않은 자신의 나라를 혐오하며 다른 나라 프랑스에서의 삶을 꿈꾸는 청년이다. 그가 말리에서 만난 마쿰바의 사내는 프랑스의 몽펠리에를 이야기한다. 꿈처럼. 그러나 그는 프랑스에서 쫓겨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삼바는 꿈의 나라 프랑스를 향해 출발한다. 네 번의 국경을 넘으려는 시도 끝에 알제리 사막의 한가운데서 잡혀 감옥에 갇힌 삼바가 만난 조제프는 9번의 시도를 했지만 감옥에 갇혀있다. 죽음의 냄새와 전갱이 통조림의 냄새로 기억되는 그곳에서 조제프는 '혹시 너 혼자 저쪽으로 건너가게 되면, 너답게 살겠다고 약속해줘.'라고 말한다.
과연 삼바는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가 살게 된 프랑스는 10년 동안 임시 체류증만을 발급해주었을 뿐 그를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단지 체류증 발급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경찰청에 갔다가 여권을 빼앗기고 잡혔다.
사람은 그들이 태어날 장소에 의해 정의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벌받을 수 없었다. 다른 곳을 꿈꿨기 때문에? 갇힘. 꿈도 범죄일까?
삼바는 다른 곳에 살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이제는 쫓겨나든지, 아니면 자발적 귀환을 해야 한다. '자발적 귀환'
말리로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자발적 귀환'이라는 스스로 선택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단어일 뿐이다. 프랑스에서 쫓겨날 처지에 있는 이들은 가기 싫어서 면도날을 삼키고, 전깃줄로 입을 꿰매기도 한다.
게다가 이들의 일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비겁하다.
대가를 감수하기보다 상사에게 책임을 미루는 사람들의 비열함을 자신이 가진 작은 권력을 이용해 쥐꼬리만한 봉급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사람들의 무례함을, 마치 자신은 다른 종인 것처럼 다른 인간 존재를 모욕하는 사람들의 천박함을 알고 있다.
삼바가 꿈꾸는 그 꿈! 과연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일까?
그를 그곳까지 데려다 놓은 것은 그 시각적 인상이었다.
'사내는 하얀 공간을 가로질러 똑바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요구, 정복, 폭력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알아보게 해주는 움직임으로의 초대, 상황이 강요하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로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환경에 영향을 받고 살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자유, 혁명, 문화, 인권의 나라가 맞는가? 그 상징처럼 되어있는 말이 사실이 되려면 이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