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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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결혼식에 갈 때, 돈봉투를 가지고 가고 가서 음식을 대접받고 있는가? 전통일까? 아니면 어느 시기에 갑자기 생긴 문화일까? 어린이날이 생기고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되고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언제부터일까? 흔히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한 대학의 연구원들이 조사하고 글을 써서 책으로 냈다.

연구자들 스스로가 흥미롭게 느꼈던 주제를 찾아보고 연구해서 글로 발표했기 때문에 읽는 독자에게 그 흥분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들은 조선사회까지 유지되었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지금과 같은 일상생활과 문화가 생겨나 자리 잡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 궁금했다고 한다. 그 시기를 이들은 '근대'라고 보았다.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시기, 이른바 '근대'에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였다.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자기화했을까를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저자들은 욕망의 늪에 빠진 근대, 놀이의 이중성, 신풍속의 탄생 등의 10여 가지 주제를 통해 근대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쇼킹했던 내용은 '성병'에 대한 것이었다. 그 당시 병원을 찾은 환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성병환자였다고 한다.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병이었다니 놀랍기만 했다. 그렇다고 성병에 대한 감시와 치료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족적, 국가적 차원의 척결운동과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성병의 확산을 막기는커녕 도리어 성병을 만연시킨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일제는 주기적으로 화류병과 전염병 예방에 대한 좌담회를 갖고 일본인 및 조선인 창기에 대한 성병검사를 정례화했다. 성병 확산을 막고자 했지만 오히려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왜 그랬을까?

그것은 성병검사가 매매춘 여성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 손님의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공창제를 존속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성차별적인 요소까지 있는데, 여성만이 치료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게다가 성병을 앓는 것이 문명인, 문화인이라는 인식까지 널리 있었다고 한다.

결혼제도와 어린이날,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당시의 기사들을 읽다 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이 든다. 가장 혼란스럽던 시기를 살던 우리에게 문화와 풍습의 변화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 당시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지금의 변화가 더 느릿느릿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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