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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도대체 우리 인생을 가르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의 인생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모두 잘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소위 성공이라는 것을 부여잡으려 아우성을 치고, 안달복달하지만 왜 누구는 평탄한 길을 걸어가고 누구는 질곡에서 헤매야 하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내게 답을 찾아내라고 소리쳤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백지연(이 분을 앵커라 불러야 할지, 방송인이라고 그냥 퉁쳐서 불러야 할지, 아니면 이제는 소설가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이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아니 알아가고자 했던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중반을 지날 때 내가 걸어온 이길이 내가 걸어가고자 의도했던 길이 아님을 그리고 부단히 노력하고 살아왔음에도 알 수 없는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온 것 같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알게 된 고교 동창의 소식은 지금의 나를 낯설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백지연의 이 소설은 그런 중년의 어느 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이 고교 동창의 소식을 접하며 27년의 시간이 흐른 뒤 만나게 되는 그들과 고교시절의 그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 시간의 흐름이, 아니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가져다준 변화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변하게 된 삶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때 우리는 거꾸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마치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처럼. 소설 속 이들은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물구나무서기를 잘하지 못 해서 만들어진 그룹이었다. 이들이 그렇게 잘하지 못 했던 물구나무서기로 지나간 세월과 오랜 친구를 이해하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이를 갈던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친구는 머릿속이 막힌 것 같거나 뭔가 생각해야 할 게 있으면 저 책장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서곤 한다. 그러면 안 보이던 게 보인다며. 그들은 아마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것처럼 열심히 살면 멋진 인생을 얻을 줄 알았을 거다. 하지만 막상 인생을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럴 때 물구나무서기라도 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싶을 것이다.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알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으로.
인생은, 사람은 공부하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열심히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알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물구나무서기를 하듯 세상과 나를 친구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과연 주인공들은 이해할 수 있었을까?
세상은 그리고 인생은 내가 의도하는 대로 절대로 되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