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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평점 :
대학교 때 심리학과 교육심리학을 배워야 했다. 재미있기도 하고 그동안 몰랐던 우리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들은 특히 이해하기도 힘들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행동발달에 대한 것과 콤플렉스를 설명하는 원인에 대한 것들이었다. 같은 경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는 그것이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도 그것과는 다른 설명을 듣지 못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많이 접하게 되는 아들러 심리학에서 보다 명확한 해석을 듣게 되었다. 기존 프로이트와 융의 해석과는 다른 아들러 심리학이 갖는 두 가지 전제의 하나는 우리는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인지론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전제의 하나는 문제가 어디에서 생겨났는가를 문제 삼는 원인론이 아닌 어디로 향해 가는가를 중시하는 목적론이다.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경험을 트라우마로 보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트라우마로 보지 않는다면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다. 그게 똑같은 사건을 겪거나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도 서로 다른 현재를 마주하게 되는 이유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좋은지 나쁜 지가 결정된다. 당연히 어떤 누구도 악을 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은 어느 누구도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아들러는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행복해질 용기'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과제와 자신의 과제를 분리하는 데 익숙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대로 자신을 평가하고 바라본다. 다른 사람의 비난과 질책에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시각과 견해'일 뿐이다. 그것은 거꾸로 나 또한 다른 사람과 다른 경험과 시각을 가지고 있기에 나와 '다르다고'해서 다른 사람을 질책하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또한 아들러는 칭찬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평등한 관계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저 우리는 기쁨을 공유하면 된다. 고맙다거나 기쁘다 혹은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용기를 주고 도움이 되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 <미움받을 용기>와 다르게 이 책은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았다. 아이와 부모의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말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다.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와 부모의 과제를 분리한 뒤, 아이가 스스로 힘으로 과제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의 이 책이 아들러 심리학의 전부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자칫 잘못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 표현이 어떤 목적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아마 우리는 그 행동의 목적이 무언가 끊임없이 재고 묻게 될 듯하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이것은 의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