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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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의식적 경험은 뇌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 다시 끄집어내기가 어려울 뿐이다.'

인지심리학자이며 신경과학자,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장본인인 대니얼 J. 레비틴은 그의 책 <정리하는 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뇌의 저장용량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검색 능력의 한계 때문에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왜곡된다. 그동안 인지심리학자들은 기억력은 믿을 게 못된다는 증거를 산더미처럼 내놓았다. 우리의 뇌는 치밀하게 설계된 신축 건물이라기보다는 층마다 되는대로 조금씩 뜯어고치며 버텨온 낡고 오래된 집과 비슷하다. 서로 다른 시스템이 뒤죽박죽 얽혀 있으며, 협력할 때도 있지만, 갈등을 일으킬 때도 있고,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과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두 가지 핵심적인 방법은 정보를 부호화해서 기억에 입력하거나, 검색 방식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꺼내오는 것이다. 1986년에 비해 지금 우리가 매일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5배 증가했다. 그 양은 신문 175부에 해당한다.

요즘은 그래서 일을 하다가 전화를 받다가 보고서를 쓰다가 일을 지시하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멀티태스킹을 잘 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우리 뇌는 주의를 옮기며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의 방법을 배우는 데 있다. 그들은 일상의 자질구레한 문제들은 비서나 보좌진에게 맡기고 자신의 모든 주의력은 자기 앞에 놓인 일에 쏟아붓는다. 정보가 과잉 공급되고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 때에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고(예를 들면, 실행하라, 위임하라, 미루어라, 그만두어라 등) 그중에서 2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도록 한다. 하루에 30분은 자잘한 과제를 처리할 시간으로 할애한다. 이런 정리정돈의 시작은 집에서부터 하자고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선 정리 시스템의 중요한 과제는 최소의 인지 노력으로 최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환경을 이용해서 해야 할 일을 떠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일상의 활동을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새로움의 느낌을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기억 기능을 외부의 물리 세계로 넘겨야 한다.

정리의 문제는 집안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그리고 시간, 비즈니스 세계까지 필요하다. 이 책에서 가장 유용했던 정보는 6장의 어려운 결정을 위한 정보의 정리였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예를 들면 삶이 위태로운 순간에는 확률을 제대로 이해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본능과 뇌는 확률적으로 사고를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기도 힘들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동전 던지기를 연속해서 10번이 나왔을 경우 우리는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럴까? 그렇지 않다. 다음에도 뒷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이다. 이것은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착각에서 확률이 스스로 수정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도박사의 오류를 범한다. 게다가 우리의 전뇌는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알아차리지만, 동시에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알아차리지 못하게 진화되었다. 그래서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정을 내릴 때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를 갖자.

이 책의 마지막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포스트 위키피디아, 포스트 구글 시대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중대한 일은 신뢰할 만한 정보원과 그렇지 않은 정보원을 가려내는 일, 그리고 자기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가려내는 일이다. 또한 수치를 논리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검증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행동심리학이나 뇌과학에 대한 많은 책들이 있다. 모두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또 얼마나 왜곡되어 저장되는지 말하고 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였던 과거에서 이제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불완전함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하는 데로 과제가 옮겨진 듯하다. 뇌가 하는 일을 외주화해야 한다. 모든 것을 뇌에 맡길 수는 없다. 결국 자신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내가 틀렸을 수 있다는 것만 인정하면 답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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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이야기 - 천 가지 역사를 품은 살아 있는 도시
미셸 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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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여행기와 여행 소개서가 지겨워졌다. 각기 다른 출판사와 저자지만 비슷비슷한 장소와 볼거리 그리고 먹거리를 소개해주는 여행 안내서 나 여행에 대한 경험과 감동을 토해낸 여행 에세이가 슬슬 지겨워진 요즘, 여행의 색다른 재미를 안겨 줄 책들이 나오고 있어 반갑다. 얼마 전에 읽은 스위스에 대한 책은 스위스를 거쳐간, 그리고 스위스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스위스 곳곳을 소개한 작품이었다. 그런 작품은 스위스를 단지 관광의 대상이 아닌 관심과 애정의 대상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지난 일주일을 꼬박 읽은 <런던 이야기>는 런던을 중심으로 살았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고, 혹은 런던을 중심으로 다시 그려낸 영국의 역사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영국의 역사를 통한 서술이다. 로마의 식민지로 출발해서 마그나 카르타에 존왕이 사인하기 전까지를 런던의 유년기로 이 장에서는 런던이 로마의 식민지에서 어떻게 점차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 속에서 여러 민족이 함께 섞이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그 역사의 흔적이 남겨진 웨스트민스터, 화이트 타워 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세의 런던은 현재 세계의 민주주의를 선도했던 영국의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던 의회의 발생과 백년전쟁, 그리고 흑사병과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던 장미전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역사를 따라 흐르는 런던의 이야기는 왕과 여왕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연애사건들로 덤벅이 된 튜더왕조를 지나, 내전과 대역병과 런던 대화재의 에피소드를 지나 드디어 대영제국으로 성장하는 영국까지 소개된다. 세계대전과 산업혁명기의 영국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영국이 지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까지 짚어본다. 얼마 전 아들이 유럽여행에서 돌아와 기념품처럼 가져온 동전에 쓰인 'F.D'라는 글씨가 헨리8세가 자신의 연애사건으로 종교를 바꾸기 전 카톨릭을 옹호하고 받은 칭호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문득, 이런 칭호까지 (왕의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칭호이지 않을까 하는데) 동전에 새겨 넣은 영국인들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과거를 다들 기억하려 하지 않고, 지우기 바쁜데.


 

 

 

 

 

위의 페이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부분이다. 왜 엘리자베스는 처녀 여왕으로 남았을까?에 대한 재미있고 위트 넘치는 작가의 생각에 키득거리면서 웃어본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버지의 결혼에 질린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영국과 결혼한 특별한 여왕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런던이야기>는 이렇게 작가의 솔직한 표현들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사자심왕 리처드를 두고는 '가까운 곳에서는 친아버지를 죽이고 왕관을 쓰더라도 멀리서 하느님을 위해 싸우며 명성을 떨치면 되는 것인가?'라고 하며 십자군 원정만 다녔던 왕을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런던에 살며 런던을 사랑하는 작가이기에 리처드가 한 말 '산다는 사람만 있으면 런던을 팔았을 것이다.'에 섭섭하고 재수 없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다양한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풍부한 볼거리까지 들어있어 런던을 여행하기 전 읽어보면, 더욱 풍성한 여행을 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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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세계 최고 명화 컬렉션을 만나다
노유니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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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왜 갈까? 휴식을 위해서, 재충전을 위해서, 그래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우리는 맛 집과 쇼핑과 유명한 유적지 관광을 여행 계획 속에 집어넣는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에서는 너무나 갖고 싶고, 꼭 필요한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보면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다 박스 속에 처박히는 애물단지가 되고 마는 물건들만 잔뜩 사가지고 온다. 어떤 여행도 100퍼센트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먹고 노는 것 말고 색다른 여행을 계획한다면, 그리고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미술관 여행도 좋겠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그림들은 다 유럽과 미국에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곳곳에 서양미술이 놀라울 만큼 많다는 것을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을 보고 알았다. 일본은 일찍이 서양미술과 교류를 시작했고, 일본의 미술 또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런 일본의 서양미술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와 함께 간간이 서양미술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읽고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객들은 일정에 따라 근처에 있는 이런 미술관에 가보면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첫 번째 등장하는 미술관은 봄 벚꽃으로 유명한 우에노 역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다. 이곳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했고, 모네에게서 직접 18점의 그림을 구입한 조선소 사장의 컬렉션에서부터 출발했다. 고색창연한 미관지구에서 만나는 오하라 미술관은 오하라 소이치로라는 사람이 독일의 로텐부르크를 보고 고향마을을 보존할 필요성을 느껴 조성하게 된 곳이다. 이 미술관은 그저 모마(MOMA)라고 불리리는 뉴욕 현대미술 관보다 일 년이나 먼저 지어진 일본 최초의 서양미술관이다. 마을 관광과 함께 보면 더욱 재미있을 곳이다. 18세기~20세기 프랑스 미술의 진수를 맞보려면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으로 가봐야 한다. 마작 미술관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로맨틱하고 샤방샤방한 이곳은 아르누보 양식의 가구와 공예 그리고 로코코 회화로 가득하다. 게다가 오디오 가이드는 무료이며, 그림에 유리나 아크릴이 씌워져 있지 않고 사진촬영이 자유롭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폴라 미술관과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 해발 1,000미터의 휴양지에 세워진 키스 해링을 위한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밀레의 그림을 주로 보유하고 있는 야마나시 현립미술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등 멕시코 컬렉션이 가득한 나고야시 미술관, 미슐랭 가이드의 별 세 개를 받은 히다다카야마 미술관 등 일본에 가게 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더욱 늘어났다.

일본 하면 음식여행이거나 온천에서 휴양하는 휴식여행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미술관 여행도 하나의 테마로 기억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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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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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작가
올더스 헉슬리
출판
소담출판사
발매
2015.06.12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


이것이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 속에서 만들어 낸 미래의 세계인 세계국의 표어다. 마치 어느 공장의 담벼락에서 볼 수 있을만한 글귀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표어는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정을 위한 개인의 자유의 제약, 동일한 종류의 규격화된 물건의 구매와 교육제도 등으로 우리는 서로 다름보다는 서로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더 우월한 가치관인 세상에 살고 있다. 헉슬리는 1930년대에 이렇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고 극단적인 공리주의(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의 이념이 지배하는 세계를 그렸다.

96개의 싹 일란성 쌍둥이 수십 명씩 태어나는 시스템. 보카노프시키 과정이라는 시스템에 의해 사회 저변을 형성하는 일하는 계층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사회 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들 가운데 하나다. 이 시스템이 만들어 낸 표준형 남자들과 여자들은 단 하나의 난자로부터 생산된 인력으로 똑같이 생긴 같은 일은 하는 대량생산의 원칙이 생물학에 적용된 사례이다. 이들은 습성이 미리 결정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특별한 훈련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능이 필요하지 않은 엡실론계급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급 신분 계층 사람들이 책 때문에 공동체의 시간을 낭비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그래서 이들에게 꽃과 책에 대한 증오를 유도된 조건반사를 통해 주입시킨다. 꽃을 좋아해서 시골도 나가는 것은 운송수단을 소비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더 나아가 생산, 예를 들면 공장을 더 바삐 돌아가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대중이 시골을 증오하도록 유도하지만, 시골에서 벌어지는 운동경기를 좋아하도록 함으로써 운송수단을 소비하게는 한다. 안정을 위해, 행복을 위해, 효율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자유의 박탈이다. 이 안정을 위해 같은 역할을 할 똑같은 기능을 가진 무수한 쌍둥이들을 만들고 이들이 사회의 기초가 되어준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근무시간을 단축도 하지 않고 유치하고 단순한 일을 하며 소마 배급과 놀이와 자유분방한 성생활과 촉감 영화를 즐기며 쾌락에 빠져 산다. 변화는 안된다. 왜? 안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가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말 또한 금기시되어버린 언어다.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 세계의 지배계급은 가족과 일부일처제로 인해 어디를 가나 배타성이 존재했고, 어디를 가나 관심은 한 곳으로 쏠렸고 충동과 정력은 좁다란 분출구를 통해서만 발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신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

포드님의 T형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시기를 포드 기원으로 삼는 이 신세계, 이곳에 사는 버나드와 레니나 그리고 헬름홀츠를 통해 엄격히 통제된 상황에서 만들어진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신세계, 문명세계와 격리된 원시의 세계에서 온 야만인 존에 의해 드러나는 신세계의 모습은 충격이다. 외부의 세계에서 온 사람의 눈에 비친 신세계보다 내부의 두 인물 버나드와 헬름홀츠가 느끼는 다른 점이 더 눈에 띄었다. 그 둘은 소마를 먹지 않는다. 버나드는 '다른 존재의 한 부분이 되기보다는 전정으로 나 자신다워지는, 사회적인 집단의 세포 하나가 아니고' 그런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헬름홀츠는 알파 플러스이지만, 정신적이 과잉 상태로 지나치게 유능하다. 신세계에서는 지나치게 유능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학이 무엇을 위해 기능해야 할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행복'과 '안정'은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일까? 우리는 과학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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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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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는 카렐 파브리티우스라는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 사이즈는 22.8*33.5로 A4용지보다 조금 크다. 노란색 바탕에 황금방울새를 그렸는데, 이 황금방울새는 길지도 않은 철사 줄에 발이 묶여 있다.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해야 할 새가 철사줄에 묶여 그림을 구경하는 관객을 가만히 쳐다보는 안타까운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인 파브리티우스는 화약공장의 폭발이라는 재난으로 죽었다고 한다. 우연히도 시어도어 테커라는 한 소년이 학교에서 말썽을 부린 탓으로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가던 도중에 미술관에 들렀다가 우익 극단 주의자의 테러에 의한 미술관 폭발로 엄마를 잃게 되면서 이 그림을 갖게 된다. 시어는 미술관에서 어린 여학생과 한 노인을 만나고 이 노인이 전해 준 반지와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지고 무사히 미술관을 탈출한다. 이 사고 이후 엄마의 사고를 잊지 위해 취미를 가져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것도 소년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시어는 친구 앤디의 집에서 생활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으며 '내가 왜 그랬을까?' '혹시 만약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말썽을 피우지 않았다면 엄마가 살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다.
독자는 소년이 얻게 된 그림 '황금방울새'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미술관에서 만난 노인이 이 소년과 어떻게 엮이게 될 것인가, 미술관에서 만난 소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하겠지만, 도나 타트는 사고 후 시어도어 테커의 삶과 상처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사고를 엄마와 삶의 기반을 모두 잃어버린 시어도어 테커의 성장기를 독자는 따라 읽어야만 그림을 둘러싼 흥미로운 추격전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추리소설의 빠른 전개를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작가는 시어도어 테커가 사고 후 그림의 황금방울새처럼 과거의 사건에 매여 어떻게 성장해가는가, 그가 빠져드는 마약과 술이 또 어떻게 위로가 되면 사슬이 되는지 차분한 어조로 풀어낸다.
노인의 손녀인 피파는 그 사건 이후로 키가 자라지 않고, 시어는 노인의 반지를 받았던 순간부터 웰티할아버지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느낀다. 시어는 반지에 써있었던 호바트와 블랙웰을 찾아가고 거기에서 호비를 만나 의자 수리를 도와가며 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가서 살게 된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친구가 그림을 훔쳐, 그 그림은 암시장에 물물교환​으로 돌게 된다. 이 그림을 찾기 위해 나서는 시어는 그 그림을 찾아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황금방울새'때문에 존재하게 된 시어에게 그림은 그의 존재 그 자체였다.
사고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에 갇힌 시어와 작은 그림 속 사슬에 묶인 황금방울새는 그렇게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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