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는 카렐 파브리티우스라는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 사이즈는 22.8*33.5로 A4용지보다 조금 크다. 노란색 바탕에 황금방울새를 그렸는데, 이 황금방울새는 길지도 않은 철사 줄에 발이 묶여 있다.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해야 할 새가 철사줄에 묶여 그림을 구경하는 관객을 가만히 쳐다보는 안타까운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인 파브리티우스는 화약공장의 폭발이라는 재난으로 죽었다고 한다. 우연히도 시어도어 테커라는 한 소년이 학교에서 말썽을 부린 탓으로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가던 도중에 미술관에 들렀다가 우익 극단 주의자의 테러에 의한 미술관 폭발로 엄마를 잃게 되면서 이 그림을 갖게 된다. 시어는 미술관에서 어린 여학생과 한 노인을 만나고 이 노인이 전해 준 반지와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지고 무사히 미술관을 탈출한다. 이 사고 이후 엄마의 사고를 잊지 위해 취미를 가져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것도 소년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시어는 친구 앤디의 집에서 생활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으며 '내가 왜 그랬을까?' '혹시 만약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말썽을 피우지 않았다면 엄마가 살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다.
독자는 소년이 얻게 된 그림 '황금방울새'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미술관에서 만난 노인이 이 소년과 어떻게 엮이게 될 것인가, 미술관에서 만난 소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하겠지만, 도나 타트는 사고 후 시어도어 테커의 삶과 상처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사고를 엄마와 삶의 기반을 모두 잃어버린 시어도어 테커의 성장기를 독자는 따라 읽어야만 그림을 둘러싼 흥미로운 추격전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추리소설의 빠른 전개를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작가는 시어도어 테커가 사고 후 그림의 황금방울새처럼 과거의 사건에 매여 어떻게 성장해가는가, 그가 빠져드는 마약과 술이 또 어떻게 위로가 되면 사슬이 되는지 차분한 어조로 풀어낸다.
노인의 손녀인 피파는 그 사건 이후로 키가 자라지 않고, 시어는 노인의 반지를 받았던 순간부터 웰티할아버지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느낀다. 시어는 반지에 써있었던 호바트와 블랙웰을 찾아가고 거기에서 호비를 만나 의자 수리를 도와가며 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가서 살게 된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친구가 그림을 훔쳐, 그 그림은 암시장에 물물교환​으로 돌게 된다. 이 그림을 찾기 위해 나서는 시어는 그 그림을 찾아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황금방울새'때문에 존재하게 된 시어에게 그림은 그의 존재 그 자체였다.
사고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에 갇힌 시어와 작은 그림 속 사슬에 묶인 황금방울새는 그렇게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