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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했다 - 욕망에 가득찬 우리의 민낯
이승연.김용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5년 9월
평점 :
니체는 말했다. "도덕적 현상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상에 관한 도덕적인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영화가 말했다>는 내 맘에 쪽 들었다. 니체를
너무 좋아하는 까닭에 니체를 언급하기만 하면 무조건 점수를 주고 시작하는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은 그렇게 숨 쉴 틈 없이 읽어버렸다.
영화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오기만
한다면 기를 쓰고 보려고 한다. 특히 잠깐 올렸다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작품성이 있는' 영화를. 그렇지만 항상 내가 한가할 때 괜찮은 영화는
보이지 않고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 내 몸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요즘은 IPtv라는 것이 있어 극장에 가는 돈보다 적은 돈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영 영화 보는 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띄엄띄엄 보는 영화지만 '제대로'
보고 싶은 욕망만은 강한지라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책도 사보는 웃지 못할 작자이기에 <영화가 말했다>는 꼭
봐야 할 책이었다. 그런데 니체를 언급하면서 영화를 해설하고 있다니, 이 놀라운 해박함에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조금은 업그레이드되겠다 싶다.
이 책을 쓴 작가들은 영화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임을 말한다. 우리가 아무리 정부를 욕해도 우리는 딱 우리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하는 것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딱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이 책은 사랑, 돈, 위선, 성공, 행복
등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바라본다. 우선은 주제에 맞는 한국 영화 한 편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이 보면 좋을 외국영화를
함께 설명한다. 위선을 주제로 하는 3장에서 영화 <화차>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인지
묻는다. 아버지의 사채 때문에 시작된 거짓말의 끝은 더욱 커다란 거짓말로 인해 결국은 살인자가 되어버린 선영의 이야기인 <화차>와 돈
많은 닉을 동경해 마침내는 그의 인생을 빼앗아버린 리플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리플리>를 통해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왜 가면을 쓰냐고? 우리는 우리의 자의로만 가면을 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이 보고 싶은 가면이 쓰이는
상황,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라는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작가는 요즘 유행하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까지 나아가 기꺼이 미움받자고 말한다.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사랑을 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기적이고 탐하는 사랑인지 아닌지. 이 책에 나오는 22편의 영화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영화를 보았다. 그것은 내가 영화를 많이 봐서가 아니라, 이 작가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봤음직한 영화들을 뽑아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니체는 진리보다 정직과 진실성을 훨씬 더
높이 평가했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솔직할 때 진정으로 자기 삶에 의미 있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솔직하게
그린 영화가 좋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