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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왜 책을
읽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간혹 '그것이 뭐 그리 재미있는 일이냐'고 묻는 사람이 더러 있고, 대부분은 당신은 책을 읽고 있느냐고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아서... 책 좀 읽어야 하는데... 나도 한때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나한테 유일하게 왜 책을 읽냐고 물어보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 그런 질문을 받고 나는 나에게 되물었다. " 왜 책을
읽는 거지?" 쉽게 답을 줄 수 없었다. 오히려 그걸 왜 묻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 왜 운동을 하느냐, 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느냐, 왜
TV를 보느냐 하는 그런 질문을 던지지는 않던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아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거나 혹은 자신이 원하는 옳은(?) 방향으로 내가 따라주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다른 행동보다도 더
적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생각이 변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나은, 혹은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을 쓴
장석주 작가 또한 읽는다는 것은 무지를 자각하고 나약한 정신을 단련시키며 삶의 지침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책 읽기는 무엇일까?
가장 처음 드는 생각은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발견할 수 없어서다. 그리고 다음에 드는 생각은 힘들 때 책 읽기는 나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읽기에서 베껴 쓰기로 그리고 자신만의 글쓰기로 나아가는 장석주 작가와 아직은 그저 읽기에 머무르기만 하는 나는 그래서 다른 듯하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로 나아가기에 베껴 쓰기가 존재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인생의 정수를 함축하고
있는 좋은 문장을 베껴 쓰는 일은 적은 비용으로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베껴 쓰는 과정에서 독자는 치유와
희망의 빛을 본다. 그의 감정을 다스려주었던 문장, 인생을 깨우쳐주는 문장,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는 문장, 생각을 열어주는 문장, 그리고 감각을
깨우는 문장을 책의 왼편에 넣어주고 오른 편에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필사를 해 볼 수 있게 배치했다.
그가 베껴써놓은 책들은 이태준의
<무서록>, 함민복의 <미안한 마음>,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신영복의 <처음처럼>, 소로의
<고독의 즐거움>,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등이다. 명문장을 베껴 쓰기는 작가에 대한 오마주이며 작가와 교감을 나누는
일이라고 한다. 베껴 쓰기에서 쓰기로 나아가는 것. 그것은 직접적인 자기표현이다. 쓴다는 것은 현재진행형의 삶을 문장으로 고착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작가가 베껴 쓴 문장이 비록 나의 영혼과 울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오늘 읽은 책 중에서 내 영혼에 울림을 주었던 문장을 이제는
베껴 써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우선은 거울이 되어 나의 내면을 비추는 문장을 통해 '나'를 제대로 보고 싶다. 그리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