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책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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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가려거든 이 길이 되어라.

여행의 기쁨, 그리고 그것에 대한 글들이 이 모음집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여행을 인생으로 비유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또한 인생의 기쁨 그리고 인생에 대한 글들로 읽힐 수 있다.

길은 인생이다. 그것도 홀로 걸어가야 하는. 폴 서루는 되도록이면 여행을 혼자 떠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홀로 여행하는 사람은 드문 듯하다. 심지어 소로는 <<월든>>에서 '홀로 가는 사람은 오늘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썼지만, 홀로 여행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홀로 걷는 길은 외롭고 힘들다. 그래서 선뜻 홀로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기 힘들다. 인생의 길도 같이 걸어가며 도란 도란 속살일 동료가 그리운 것처럼.  

여행하면 요즘은 가장 먼저 먹거리를 떠올린다.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여행을 다니면서 무언가 색다른 음식을 기대하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무엇이 가장 맛있었냐고 묻기도 한다. 폴 서루는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한국 음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한국에서는 개고기 이외에도 특별한 요리들이 가득한데, 닭똥집은 기름을 많이 넣어 튀긴 닭의 모래주머니이다. 그리고 횟집에서 먹을 수 있는 산 낙지는 간단히 준비된다. 우선 살아 있는 작은 낙지를 칼로 자른다. 그런 뒤 여전히 꿈틀거리는 다리들을 잘게 자르고, 특별한 소스와 함께 생으로 먹는다. 

이름만으로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들이 있다. 음악처럼 아름다운 이름들이지만 실제로 가보면 실망만 가득한 곳이 있다. 폴 서루는 카사블랑카와 바그다드, 타히티, 팀북투, 마르세유, 상파울루 등을 꼽는다. 카사블랑카에는 익명의 고층건물이 밀집해 있고, 현대적이고 직선적이며, 바그다드는 사악한 먼지의 도시로 악취가 나고 볼품없고 무덥다고 평한다. 고갱의 그림으로 유명한 타히티는 무뚝뚝한 식민지 주민들이 사는 곰팡이가 핀 섬으로 지나치게 비싼 호텔들과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교통 문제들, 마실 수 없는 물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팀북투는 먼지와 끔찍한 호텔, 쓰레기와 나쁜 음식으로, 마르세유는 난민들과 이민자들로 가득한 도시로, 상파울루는 추한 건물들과 나쁜 공기로 유명한 무계획적인 도시라고 평한다.

여행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이지만, 여전히 여행하기에 위험한 도시들도 존재한다. 폴 서루가 소개하는 열 곳의 장소에서 그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 빨리 걸었다고 한다. 그가 소개하는 위험한 곳은 파푸아뉴기니의 모레스비 항구, 나이로비, 일리노이 주의 동부 세인트루이스, 블라디보스토크, 영국, 리우데자네이루, 아디스아바바, 솔로몬 군도, 카불, 뉴어크 등이 있는데, 영국은 토요일 오후 축구 경기 후의 불량배들 때문이란다.

당신만의 여행을 위하여 폴 서루가 조언하는 10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집을 떠나라,

혼자 가라,

가볍게 여행하라,

지도를 가져가라,

육로로 가라,

국경을 걸어서 넘어라,

일기를 써라,

지금 있는 곳과 아무 관계가 없는 소설을 읽어라,

굳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야 한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마라,

친구를 사귀어라

 이 책을 읽다 보니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볍게 가방을 꾸리고 오랫동안 읽어도 질리지 않을 책 한 권을 넣고, 핸드폰은 던져두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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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우먼 - 여성 리더 15인의 운명을 바꾼 용기있는 결단의 순간
김선걸.강계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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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는 누구나 멋진 꿈을 꾸고 꿈꾸는 대로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학교 다닐 때부터 현모양처를 꿈꾸는 친구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길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직장에 자리를 잡고 보니 그것은 한낮 '꿈'이었구나 하는 슬픈 현실인식에 좌절하고 오히려 이제는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일 안하고 편하게 지내보자는 쪽으로 변해버리게 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면 남자들처럼 그렇게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한 쪽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여성이 어느 자리에 올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면 일단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건만, 무엇이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눈에 띄는 여성 15명을 만나 무엇이 지금의 그들을 있게 했는지, 그들이 내린 결단의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이 <워너비우먼>이다.

그들의 결단의 순간은 가정을 지킬것인가, 일을 계속할 것인가의 순간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그 순간에 육아와 가사를 다른 이에게 맡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가사와 육아를 육아도우미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기기도 하고 시어머니, 혹은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기도 했다. 그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다보니 육아도우미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되기도 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가끔 집에 와서 한달씩 쉬었다 가시기도 했다니. 그래서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온 우주가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고 하나보다.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온 우주가 나서야 가능한 것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나의 경우 스스로 포기한 부분이 많았다. 누구의 도움을 구하기도 힘들기도 하고, 애써서 싸우기도 싫었기에 그저 나만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하고 주저앉아버렸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주저앉아버렸기에 지금도 여성이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 여성 리더는 다음의 시를 꼭 읽으면서 강연을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꽃피고 네가 꽃피어 온통 꽃밭을 만드는 일, 그것은 결국 나의 시작에서부터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br />네가 꽃 피고 내가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 아니겠냐<br />

많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다음의 말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육아와 가사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마세요. 아직도 여전히 힘든 여성의 직장생활 너와 내가 하나씩 만들어가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육아와 가사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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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 헤세가 본 삶, 사람 그리고 그가 스쳐 지나간 곳들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엮음.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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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작품을 나는 청소년 시절에 알지 못 했다. 방황의 시절 읽어야 한다는 데미안을 40대의 방황의 시절에 읽었으니 늦어도 한참은 늦게 헤세를 읽은 셈이다. 10대의 시절에 못 읽었다 뿐이지 방황의 시기를 견디고 이해하는데 헤세의 글은 많은 울림을 안겨주었다. 헤세의 글을 읽으며 그의 영혼과 맞닿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찾아서 읽고 그의 에세이를 읽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그렇게 읽게 된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다. 그의 작품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과 감성이 담겨있는 문장들을 따라 읽으며 이 가을 헤세의 영혼의 한 조각이라도 만났으면 했다.

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왜 헤세는 여러 명의 여인을 사랑한 것 같지만 어떤 여인의 곁에서도 안주하려 하지 않았을까? 왜 헤세는 여인들을 외롭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책의 중간 부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정주하지 못하는 사랑, 정주하는 사랑은 시인인 헤세의 사랑이 아니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추구하며 떠도는 삶을 살아가는 유목민이었던 헤세를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대상은 오직 은유일 뿐이다. 우리의 사랑이 정주하게 된다면, 우리의 사랑이 성실과 미덕으로 바뀐다면, 그러면 나는 그 사랑을 의심하리라.....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되려고 했다.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으면서도 시민의 삶 또한 차지하고 싶어 했다. 예술가이자 환상의 숭배자가 되기를 원했으면서도 덕망의 삶, 안주의 삶을 누리려고 했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스스로가 농민이 아닌 유목민인 것을 깨달았다. 보존하는 자가 아니라 추구하는 자임을 깨달았다.

​헤세의 글은 신변잡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의 글은 인생에 대한 통찰로 나아간다. 마치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작업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글들도 보인다. 소설가이자 이 책의 번역자인 배수아의 눈에는 이런 글들이 들어왔을 것이다.

단두대에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모든 이들이 기뻐 날뛰는 것을 보고 스승은 그가 아마도 이단자일 것이라고 말한다. ​
스승이여 죄수가 아닌 이단자인 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 살인자나 도둑 등의 다른 범죄자라면, 동정심을 보이는 이가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 눈물 흘리며 우는 자들도 많았을 것이고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분명 들려왔겠지. 그러나 자기 자신의 생각을 믿는 사람은, 군중으로부터 그 어떤 동정도 얻지 못하지. 군중은 그를 죽여 버리고, 그의 시체를 개들에게 던져 버린다네.

이 책에서 지금 내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장을 찾았다. 요즘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헤세는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해답이 없는 질문이며 모든 삶의 방식이 옳기 때문이란다. 다름을 부러워해서도 안되며 경멸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내 삶의 방식이나 인생관이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해답이 없는 질문이니까요. 모든 삶의 방식은 옳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방식은 삶의 한 부분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질문은 이렇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어쨌든 나 자신이고, 다른 수많은 타인들은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 분명한 욕망과 문제들을 내 안에 지고 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견뎌낼 수 있으려면, 삶이 어느정도 아름다워지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진심으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너는 어쨌든 너 자신이니, 다른 이들이 너와 다르다고 하여 그들의 다름을 부러워해서는 안 되면 경멸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의 "옳음"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서도 안 된다. 대신 네 영혼과 그 영혼이 갈망하는 것을, 네 육체와 네 이름, 네 고향을 받아들였듯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설사 이 세계 전체에 맞서는 일이 된다 할지라도, 이미 주어진 것을 인정하듯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옹호해야만 한다.'

​가을이 더욱 깊어 간다. 사색도 따라서 깊어간다. 깊어가는 가을 함께 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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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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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좋은 소설이 있는 곳.

그런 소설만을 판매하는 곳이 과연 있을까?

그런 꿈의 장소를 만들어 운영해 가는 두 남녀가 있다.

스키장 밑 한 서점 겸 문구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방에게 프란체스카라는 여인이 제안을 한다. ​'오직 좋은 소설만을 판매하는 서점을 열 계획인데 책을 팔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그 두 사람을 연결해 준 작가는 코맥 매카시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코맥 매카시를 꼽았던 두 사람은 그 꿈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그들은 서점에서 팔 도서 목록을 작성해 줄 위원회에 들어갈 8명의 위원을 선정한다. 그 과정에서 위원들끼리는 서로 모르며 두 사람 또한 위원들이 선정한 책의 목록을 보지도 못한다. 그렇게 시작된 '오 봉 로망'은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비판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고, 급기야 여덟 명의 위원들 중에 몇 명이 사고를 당하게 된다. ​모든 위원들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경찰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이 소설은 이렇게 경찰에 가기 전 위원들이 당하게 되는 사고와 두 사람이 경찰을 찾아가 진술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은 독서모임을 하나 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덟 명의 회원이 모여서 주로 고전문학을 읽었다. 지금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세 명의 회원이 빠져나가고 다섯 명의 여인들이 모여 매월 3번 정도의 만남을 갖고 있다. 그렇게 서로 좋은 책을 읽고, 혹은 좋은 책을 권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읽어야 할 좋은 책과 만나야 할 좋은 작가들이 왜 그렇게 늘어나는지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할 지경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책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혔다. 프란체스카의 할아버지가 프란체스카에게 남긴 말처럼 '문학과 삶은 다르다고, 소설 나부랭이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게 아니라, 문학은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단련시켜준다. 좋은 문학작품을 선별해서 팔겠다는 순수한 이 행동이 위협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저 소설은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일까? 언론과 평론가들과 출판사의 합작일까?  좋은 소설로 뽑히지 못한 나머지 소설과 관련된 사람들이 그랬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좋은 소설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해리 포터나 다빈치 코드 같은 베스트셀러가 좋지 않은 소설이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과연 꼭 읽어봐야 할 600권의 책​에 들어갈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책을 다 구비할 수 없고, 다 읽을 수 없다면 당연히 좋은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 맞을 텐데, 과연 나에게는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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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의 아들
에셀 릴리언 보이니치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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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영어 소설 중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없다." 버트런드 러셀이 이 소설을 보고 했던 이 말에 끌렸다. 어떤 감동을 받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한 제목에서 호기심을 느끼기도 했다. '추기경의 아들' 이것은 막장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분명 의미 있는 작품일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익히 들어봄직한 스토리에 예측이 가능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드러나 버렸어야 하는 진실인데도 서로 엇갈리고 조금의 차이로 보지 못하게 하는 일일드라마 같은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주인공 아서는 영특하고 영혼이 맑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게다가 순결 서약을 한 신부가 그의 아버지다. 그는 그것에 대한 배신과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기득권층의 위선과 거짓, 특히 로마 가톨릭에 반감을 품고 청년이탈리아당에 가입해서 혁명을 꿈꾸다가 붙잡혔다 나온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인이 배신한 줄 알고 이탈리아를 떠나 13년을 떠돌다 펠리체 리바레스라는 가명으로 다시 돌아와 정치를 풍자하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그의 필명은 Gadfly, 쇠파리다. 재앙,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그는 성직자들, 특히 추기경이 된 자신의 아버지를 공격한다. 하지만 그는 붙잡히게 되고 드디어 자신의 아버지인 추기경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하느님과 아들 중 누굴 더 사랑하느냐고.

이 책이 발간된 해는 1897년이라고 한다. 청년이탈리아당이 활동하던 시기는 1830년대 이후다. 여전히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은 중세와 근세의 혼란기였을 것이다. 이 책은 아마 그 시대에 적절한 의문을 던졌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대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이 책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책은 보다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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