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애니 베전트 지음, 황미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아는 스님이 매일 밤 우는 우리 아들 보고 '식(識)이 맑아서 그렇다.'라고 하시며 아이들은 전생의 일을 다 기억하고 있어서 이 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지 다 앍고 있어서 우는 것이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그 말이 정말 낯설게 들렸고,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마치 그 말은 '귀신이 보인다.'라는 말만큼이나 엉뚱해 보였다.

간혹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를 본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정말로 믿기 힘든 '서프라이즈'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믿기 힘들다'라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프라이즈에서 종종 언급되는 이야기는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인도의 한 여자아이는 자신이 콜롬비아 호가 폭발하는 바람에 죽었으며 그 당시 어떻게 죽었는지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심지어 아버지의 이름까지도. 또 어떤 아이는 생전 배운 적이 없는 영어를 쓰면서 많은 과학지식을 언급하며 자신이 과학자였다고 말한다. TV에 나오던 남북전쟁에 대한 영화를 보던 5살 어린이가 자신이 거기에 있었고 그 전쟁 중에 죽었다며 자신이 다친 부위를 그려주었다고도 한다. 5살 어린이로서는 너무 많은 전쟁 지식도 역시 전하면서.


전생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면서 듣는다. 그렇지만 왜 우리가 모르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영국의 신지학자이며 신지학협회의 2대 회장인 애니 베전트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는 이런 불가사의한 일에 대한 답을 주려고 한다. 책의 부제처럼 '환생'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두 세계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친구나 동화 속 풍경을 보기도 하고, 어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기도 하며, 아스트랄계에서 오는 근사하고 미묘한 환상을 접하기도 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생명은 에너지 속에 경험의 기록을 담고' 있으며, '누적된 유전 경험이 본능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환생이다. 인간은 '생각의 생명체'이며, '이 생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다음 생에서의 그의 모습'이라는 말에서는 '업'이라는 불교 용어가 떠올랐다. 물론 같은 원어를 쓴다. 카르마. 이 세상에는 이런 카르마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과 악은 무엇인가? 이 책에 따르면 세상은 선과 악이 싸우는 투쟁의 장인데, 이 선과 악은 빛과 어둠, 영혼과 물질처럼 우주의 근원적인 '쌍둥이'이며 유일자에게서 나온 둘이라는 것이다.
많은 종교에서 보이는 신비하고 낯선 이런 것들에 대해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아리송한 것은 여전히 나는 증명 가능한 '과학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어서 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만난 좋은 문장들은 책이 무엇을 서술하고 있든지 간에 가슴에 남는다.
'우리의 정신적 특성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이다. '
'완성이 이루어질 때까지 모든 비완성을 품는다.'
'사고는 그 사고를 하는 주체가 가닿고 싶어 하는 사람을 향할 수 있고, 사고의 효력은 그 사고를 하는 주체의 의지와 정신력에 따라 결정된다. '
우리는 그래서 화를 내는 사람이 누구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은 신지학을 통해 자신의 정신이 자신만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의 사고가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이 인간 세상에 천사와 악마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그 세상의 창조와 그 세상이 미치는 영향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인지 메이커 - 세상을 전복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변화의 창조자들
이나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이들의 목소리야말로 한껏 부풀려지고 공허한 셀러브리티의 넌센스보다 훨씬 값지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를 강조하는 새로운 철학,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공산주의라고 비난을 받았다.

전 세계 디자이너와 기술자의 90퍼센트는 상위 10퍼센트의 부유한 고객을 위해 일한다. 소외된 90퍼센트를 위한 디자인 혁명, 기술 혁명이 필요하다.

'기부'와 '대기업'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빈곤을 퇴치하리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이것은 3대 허구다.

자선이 아니라 '정의'가 필요하다.

대중의 관심과 알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립적 언론인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가져왔다.

목소리만 있는 군중이 아니라 행동하는 군중이 되자.

위의 말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어떤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만약 정치에 대해 혹은 경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이 말을 적용한다면​ 친북좌파로 몰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말들은  스토어 코어의 설립자 데이비드 아이세이, 리눅스를 개발해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공조 프로젝트를 완성한 리누스 토발즈, 소외된 8억 명을 위한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 국제 개발기업의 창설자 폴 폴락, 이베이의 창업자이며 온라인 독립언론 '디 인터셉트' 투자자 겸 설립자인 피에르 오미다이어, IT로 도시문제를 해결한 코드 포 아메리카의 제니퍼 폴카, 이들의 말이다.

우리는 이들의 성공 이야기를 뉴스에서 듣고 부러워한다. 위에 언급된 인물들은 사실 어쩌면 그다지 많이 언급되지 않은 인물들이다. 우리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더 많이 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아이디어로 엄청난 부를 얻었고, 빌 게이츠의 경우 많은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를 해서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하지만, 비슷한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 사업을 했지만, 이 두 명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세상의 변화에 기여한 인물이 있었다.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라는 인물이다. 그는 리눅스를 공개해 무료로 쓰게 함으로써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의 가치를 드높였다. 리눅스를 공개함으로써 개발자 한 명이 6만 년 동안(6년도 아니고 600년도 아니고 60000년이라니) 80억 달러를 들여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게 했다.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빌 게이츠를 더 기억하고 있을까?  기부와 자선이 아니라 빈곤층의 수익 자체를 높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업가인 폴 폴락의 생각은 어떤가? 공유의 가치를 집과 여행에 접목해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이나리 씨는 창업 생태계 플랫폼이 D.CAMP를 만든 인물이다. 그녀에게 창조경제 관련 정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사람들이 와서 '이와 같은 창업 지원 시설을 구축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고 조직은 어떻게 꾸려야 하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녀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무슨 답을 얻었을까? "저기...... 사람부터 고민해보시죠."였다. 변화의 동력은 조직 정비나 예산에 있지 않다. 진정한 힘은 사람, 그리고 연대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새로운 철학,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를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가 편한 사람들 - 내성적인 당신의 잠재력을 높여주는 책
도리스 메르틴 지음, 강희진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외향인과 내향인이 어떻게 다를까? 이 책에서는 외향인의 친구에게 이렇게 알려준다.

"우리 둘이 같이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잖아? 식사가 끝날 때쯤이면 나는 '아, 정말 좋은 사람과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 이제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지.'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는 '아, 정말 좋은 사람과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 이제 자리를 어디로 옮기지?라고 생각해!" p.162

우리는 내향인에 대해서 사교적이지 못하다, 소심하다, 남들보다 예민하다,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라고 알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향인'이란 외향인에 비해 '비교적' 성격이 차분하고 목소리가 크지 않은 이들, 광범위한 인간관계를 '비교적' 싫어하는 이들, 떠들썩한 모임을 '비교적' 싫어하는 이들, 어떤 자리에서건 나서거나 튀기를 '비교적' 싫어하는 이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p.27 )

외향인과 내향인은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자신의 성격이 비교적 내향적인지 혹은 비교적 외향적인지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또한 내향적 성향을 지닌 사람도 다 똑같지는 않다.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도 네 가지의 유형(주도형, 섬세형, 비범형, 은둔형)으로 나뉜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내향형인지는 이 책 32페이지에 있는 테스트를 한 번 해보면 된다.

이 책안에 있는 내향성 테스트, 내향인 DNAⓒ 모델은 내향인을 돕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모델이다. 이 모델의 목표는 내향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 및 자신의 능력을 보다 명료하게 파악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자기계발에 매진하게끔 하는 것이다. 내향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여기에 눈을 뜨고 받아들이며 자신을 조금씩 계발해 나가자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난 어려서 발표도 잘 못하고, 집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도 불편해서 한쪽 구석에 있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다녀오면 꼭 아프고 해서 아버지에게 많이 혼났다. 중, 고등학교 때는 심지어 대학까지 단체로 여행 가는 것이 불편해서 어떻게 하면 안갈 수 있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결국 핑계도 대지 못하고 끌려갔지만(?). 이 책에 있는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나는 섬세형의 점수가 59, 주도형의 점수가 52, 그리고 은둔형의 점수가 51로 나왔다. 이 책의 의도는 내향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자신을 이해하고 계발해서 더욱 멋진 사람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내향형 성격을 가진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지만, 나에게 이 책은 위로가 되었다. 주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쩔쩔매고, 혹 거절하고도 잘 못한 일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하다가 그냥 들어줄 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하는 나에게 '넌 이기적인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오히려 너에게 부탁하는 그만큼 이기적이지 않다고. 단 거절은 상냥하지만 단호하게 하라고. 이를테면 카풀을 제안하는 회사 동료한테 '제안은 고맙지만 솔직히 그다지 내키지 않네요.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전화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혼자가 편해요.'라고 말하라고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내향인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지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8번 배심원 (헨리 폰다 역)은 세심한 관찰력,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내향인의 자율적 사고 능력, 의사결정 능력, 침착함, 공감능력, 철저한 준비, 조용한 태도, 일관성과 유연성, 겸손과 자제력을 가지고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피고를 구한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 소설가 조앤 롤링, 독일의 총리 앙겔라 메르켈 등이 모두 내향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서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다. 굳이 외향적으로 변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도 특별한 장점이 있다, 어쩌면 지금은 내향적인 사람들의 시대인지도 모른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전 문과 성향의 아줌마가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의 <물리법칙의 특성>을 읽기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나의 <물리법칙의 특성> 읽기는 그래서 지지부진 힘들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공식이 등장하고 수학적 계산이 나오고 들어보지 못한 물리학 용어가 문장의 반을 차지하는)들은 건너뛰고 읽었기에 완전하다고 절대 말할 수 없으며 오히려 주마간산으로 대충 읽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곳곳에 발견되는 파인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재미있는 문장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철학과 일상에 대한 부분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물리학도 철학처럼 세상을 더 알고 싶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저 밑에 흐르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 수학, 물리학의 개념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철학은 난해한 학문이나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종합적인 학문이다.

수학은 수, 크기, 꼴에 대한 사고로부터 유래한 추상적인 대상들을 다루는 학문으로, 숫자와 기호를 사용하여 이러한 대상들과 대상들의 관계를 공리적 방법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이란 물질로부터 발생하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여러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 즉 원리, 법칙, 보편성이라 부르는 것을 찾는 작업이 물리학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데카르트,뉴턴 등은 그래서 과학자이면서 수학자이고 철학자였나 보다. 하지만 각 분야가 더욱 발달하고 전문화되어가면서 학문 사이의 경계는 더욱 분명해졌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약간 언급되는 철학은 이 개념으로부터 조금은 먼 느낌이었다.

이 책 <물리법칙의 특성>은 한 대학의 강의로 청중은 물리 법칙의 특성에 대해 좀 더 알고자 하는 대학생들이었으며, 미리 준비된 원고가 아니라, 간단한 메모만으로 즉석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주된 내용은 일반인들과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진 물리법칙들이 어떻게 발견되었고 그 법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이 책의 저자인 파인만은 노벨물리학 상을 받은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물리학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수리 물리와 자연철학을 강의한 폴 데이비스는 서문에서 파인만에 대한 재미있는 소개를 하고 있다.

파인만의 스타일은 상당히 개성적이다. 삶을 재미있는 놀이처럼 다루었다. 형식주의를 경멸하였다. 투바(중앙아시아에 있는 오랫동안 잃어버린 나라)에 대한 집념을 보이기도 하고 봉고(드럼)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스트립 클럽 가기, 마야 문자 해독하기를 즐겼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자면 제2장 물리학과 수학의 관계와 제5장 과거와 미래의 구별 그리고 제7장 새로운 법칙을 찾아서였다. 물리학은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파인만 역시도 물리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많은 수학적 공식들을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그 둘 사이의 묘한 관계를 그의 특유의 어조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면(아니 이 책에서 살펴보면)


물리학과 수학과의 관계 연구가 진행될수록 수학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어려워진다. 왜일까? 나로서는 전혀 모르겠다. 수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연법칙들의 아름다움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최선의 설명을 들은 후에도 일반인들은, 심지어 나 같은 최고의 해설자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얘기가 없는 설명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이 책 저 책 뒤지곤 한다....... 수학은 언어이고 동시에 추론이다. 말하자면 수학은 언어와 논리가 복합된 산물이다. 수학은 추론을 위한 도구이다. 실제로 수학은 여러 사람들의 주의 깊은 사유와 추론의 결과들을 모아놓은 집합물이다. p.58~59

​파인만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를 잘 못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 저책 뒤지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 같은 최고의 해설자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이해가 부족함을 한탄한다. 하지만 물리학이 수학과 다른 부분에 대하여 파인만은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학자들은 추론을 가능한 한 일반화하기를 좋아한다. "일반적인 3차원 공간에 대해 말하고 싶다."라고 내가 그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만일 당신이 n 차원의 공간을 논한다면, 이러이러한 정리들이 있다."라고 대답한다. "아니, 나는 3차원인 경우를 얘기하고 싶다니까." 그러면 좋아요, n=3으로 대입합시다!"라고 한다. .... 물리학자는 항상 특별한 경우에 흥미가 있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수학이 자연을 표현하는 심오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철학적인 원리나 육감을 통해 자연을 표현하는 것은 효율적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위대한 창조자는 수학자인 듯하다...... 자연에 대하여 배우고 깊이 알기를 원한다면, 자연이 이야기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p.82~86

​수학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은 제5장 과거와 미래의 구별이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가 뒤바뀔 수 없고, 모든 현상들은 비가역(되돌릴 수 없음) 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력 법칙으로 시간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한다.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파임 머신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과 배경지식이 좀 더 있었더라면 좀 더 많을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마지막 파인만의 말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리고 주로 내가 고민하고 공부하는 철학과 인문학에 대해 이 과학자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또 한 가지 일어나게 될 일은, 결국 모든 것이 알려지고, 그래서 모든 것이 지루해지면, 결국 열정적인 철학과 내가 논한 것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항상 주변을 겉돌면서 멍청한 말만 하는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게 될 것이다. ... 사상에도 퇴화가 있을 것이다. 자연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이 단순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위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s I Lay Dying>,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성역>,<8월의 빛>,<압살롬, 압살롬>으로 유명한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이다. 1949년에 노벨문학상을 탄 그의 작품은 실험적 문체로 읽기에 다소 까다롭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내면 심리 묘사에 주력하고 있으며 독자가 받아들이기 편한 연대기적 서술 기법이 아닌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길고 복잡한 문장을 쓰고 있다. 그래서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처음 접할 때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반 정도 읽었을 때에야 비로소 이야기에 속도가 붙는 것 같았다. 다 읽고 나서 묘한 매력에 이 작품을 다시 읽어야지 하면서도 항상 그렇듯이 다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해 다시 읽다 보니 조금은 분석적으로 천천히 읽어낼 수 있었다. 

포크너는 이 책에서 제목의 '나'인 애디가 죽으면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닌 자신이 처녀적 살던 제퍼슨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온 가족이 (남편인 앤스, 큰아들 캐시, 둘째 아들 달, 셋째 아들 쥬얼, 딸 듀이델, 그리고 막내아들 바더만) 관을 마차에 싣고 갑작스러운 비에 불어난 강물을 헤치고(강을 건너다가 관이 강물 속으로 빠질 위기가 온다) 제퍼슨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다. 이 책은 전체 5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인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와 달리 이 책의 서술자는 모두 열다섯 명이다. 즉 열다섯 명의 서로 다른 목소리로 이야기가 이루어져 있어 한 사건을 두고도 서로의 진술이 엇갈림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특이한 것은 제목의 '나' 즉 번드런 부인 애디의 진술은 단 한 번 등장한다. 그녀의 남편이 앤스는 3번의 발언 기회를 갖는다. 가장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인물은 둘째 아들 달이다. 달은 무려 19번의 발언 기회를 갖는다. 그렇다면 달의 진술이 이 소설의 전체를 끌어갈까? 결코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달은 이 소설의 끝에 어머니의 관이 있는 헛간을 불태웠고, 정신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그렇다면 예리한 투시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의 심리를 잘 간파하고 있어 보였던 달의 진술은 모두 부정되어야 하는가?

각자의 진술로 얻게 되는 사실은 무엇이 있을까? 애디의 남편 앤스는 결혼하고 22살 이후로 '그의 셔츠에는 땀 자국이 없었다' 즉, 그는 아내와 아이들의 노동에 빌붙어 먹고사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아내를 멀리 보내는 것이 싫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게 보이지 않아 보이는 말을 하고 있으며 그가 제퍼슨에 가려는 목적은 사실 틀니에 있다. 심지어 자식들의 돈을 거의 강탈하다시피해서. 게다가 틀니를 새로 해 넣고 새로운 번드런 부인을 애들 앞에 소개한다. 애디의 큰아들 캐시는 애디의 관을 직접 짠다. 애디의 눈앞에서. 그는 엄마의 관을 지키기도 하지만 그가 제퍼슨에 가려는 목적은 축음기에 있다. 애디의 딸인 듀이델은 낙태를 하기 위한 목적이다. 막내아들 바더만도 역시 장난감 기차를 사려는 목적이 있다.

이런 진술을 읽어가다 보면 죽어있는 애디가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애디는 벌써 그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 한 번 등장하는 애디의 장에서 '하루하루 저마다의 비밀과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과 행위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늘 그렇듯이 무서운 밤, 거친 어둠으로부터 들리는 거위의 울음소리처럼 언어는 떨어져내린다. 누군가 군중 속의 두 얼굴 가리키며, 너의 엄마다 혹은 아빠다 말할 때, 정신없이 그 얼굴을 찾아 헤매는 고아처럼, 말은 그것이 가리키는 행위를 찾아 헤맨다.

남편은 능력도 없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아이들 탓, 심지어 길 탓을 하고 불륜의 대상이었던 휘트필드 목사는 떠나고 가난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애디의 삶은 죽음이 오히려 휴식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애디의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언어는 결핍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없는 것을 있는 척하기 위한 수단도 된다. 그럴 때 진정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그 틈, 그 틈 사이에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 서로 충돌하는 진술 사이에서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낳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