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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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문과 성향의 아줌마가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의 <물리법칙의 특성>을 읽기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나의 <물리법칙의 특성> 읽기는 그래서 지지부진 힘들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공식이 등장하고 수학적 계산이 나오고 들어보지 못한 물리학 용어가 문장의 반을 차지하는)들은 건너뛰고 읽었기에 완전하다고 절대 말할 수 없으며 오히려 주마간산으로 대충 읽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곳곳에 발견되는 파인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재미있는 문장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철학과 일상에 대한 부분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물리학도 철학처럼 세상을 더 알고 싶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저 밑에 흐르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 수학, 물리학의 개념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철학은 난해한 학문이나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종합적인 학문이다.

수학은 수, 크기, 꼴에 대한 사고로부터 유래한 추상적인 대상들을 다루는 학문으로, 숫자와 기호를 사용하여 이러한 대상들과 대상들의 관계를 공리적 방법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이란 물질로부터 발생하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여러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 즉 원리, 법칙, 보편성이라 부르는 것을 찾는 작업이 물리학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데카르트,뉴턴 등은 그래서 과학자이면서 수학자이고 철학자였나 보다. 하지만 각 분야가 더욱 발달하고 전문화되어가면서 학문 사이의 경계는 더욱 분명해졌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약간 언급되는 철학은 이 개념으로부터 조금은 먼 느낌이었다.

이 책 <물리법칙의 특성>은 한 대학의 강의로 청중은 물리 법칙의 특성에 대해 좀 더 알고자 하는 대학생들이었으며, 미리 준비된 원고가 아니라, 간단한 메모만으로 즉석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주된 내용은 일반인들과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진 물리법칙들이 어떻게 발견되었고 그 법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이 책의 저자인 파인만은 노벨물리학 상을 받은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물리학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수리 물리와 자연철학을 강의한 폴 데이비스는 서문에서 파인만에 대한 재미있는 소개를 하고 있다.

파인만의 스타일은 상당히 개성적이다. 삶을 재미있는 놀이처럼 다루었다. 형식주의를 경멸하였다. 투바(중앙아시아에 있는 오랫동안 잃어버린 나라)에 대한 집념을 보이기도 하고 봉고(드럼) 연주하기, 그림 그리기, 스트립 클럽 가기, 마야 문자 해독하기를 즐겼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자면 제2장 물리학과 수학의 관계와 제5장 과거와 미래의 구별 그리고 제7장 새로운 법칙을 찾아서였다. 물리학은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파인만 역시도 물리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많은 수학적 공식들을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그 둘 사이의 묘한 관계를 그의 특유의 어조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면(아니 이 책에서 살펴보면)


물리학과 수학과의 관계 연구가 진행될수록 수학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어려워진다. 왜일까? 나로서는 전혀 모르겠다. 수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연법칙들의 아름다움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최선의 설명을 들은 후에도 일반인들은, 심지어 나 같은 최고의 해설자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얘기가 없는 설명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이 책 저 책 뒤지곤 한다....... 수학은 언어이고 동시에 추론이다. 말하자면 수학은 언어와 논리가 복합된 산물이다. 수학은 추론을 위한 도구이다. 실제로 수학은 여러 사람들의 주의 깊은 사유와 추론의 결과들을 모아놓은 집합물이다. p.58~59

​파인만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를 잘 못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 저책 뒤지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 같은 최고의 해설자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이해가 부족함을 한탄한다. 하지만 물리학이 수학과 다른 부분에 대하여 파인만은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학자들은 추론을 가능한 한 일반화하기를 좋아한다. "일반적인 3차원 공간에 대해 말하고 싶다."라고 내가 그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만일 당신이 n 차원의 공간을 논한다면, 이러이러한 정리들이 있다."라고 대답한다. "아니, 나는 3차원인 경우를 얘기하고 싶다니까." 그러면 좋아요, n=3으로 대입합시다!"라고 한다. .... 물리학자는 항상 특별한 경우에 흥미가 있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수학이 자연을 표현하는 심오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철학적인 원리나 육감을 통해 자연을 표현하는 것은 효율적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위대한 창조자는 수학자인 듯하다...... 자연에 대하여 배우고 깊이 알기를 원한다면, 자연이 이야기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p.82~86

​수학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은 제5장 과거와 미래의 구별이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가 뒤바뀔 수 없고, 모든 현상들은 비가역(되돌릴 수 없음) 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력 법칙으로 시간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한다.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파임 머신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과 배경지식이 좀 더 있었더라면 좀 더 많을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마지막 파인만의 말은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리고 주로 내가 고민하고 공부하는 철학과 인문학에 대해 이 과학자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또 한 가지 일어나게 될 일은, 결국 모든 것이 알려지고, 그래서 모든 것이 지루해지면, 결국 열정적인 철학과 내가 논한 것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항상 주변을 겉돌면서 멍청한 말만 하는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게 될 것이다. ... 사상에도 퇴화가 있을 것이다. 자연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이 단순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위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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