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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평점 :
28세 엘리너 캐턴의 두 번째 작품인 <루미너리스>는 줌파 라히리(<축복받은 집>, <저지대> 등을 쓴 유명한 작가)를 제치고 맨 부커상을 수상했다. 맨 부커상 역사상 가장 긴 작품이라는 기록과 최연소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루미너리스>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서양인들에게는 친숙한 별자리(황도 12궁)과 7개의 행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1860년대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서로 얽혀들어 얼크러진 실타래를 풀어가듯 독자들의 두뇌를 즐겁게 해 주는 이야기다.
재미있게 읽고 싶으면 약간의 수고스러움은 어쩔 수 없다.
작가 엘리너 캐턴은 서로 다른 인물들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함으로써 독자들과 두뇌싸움을 벌인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각 장의 제목은 주인공들의 별자리에서 나온다. ‘궁수자리의 수성, 전갈자리의 심야 새벽, 황소자리의 차오르는 달' 등. 황도 12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먼저 별자리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면 좋다. 28살의 이제 막 금을 캐러 뉴질랜드의 호키티카 마을로 들어온 월터 무디가 호텔에서 만난 비밀스러운 조직의 12명의 남자들은 황도 12궁을 대표하여 그에 맞는 성격과 특성을 드러낸다.
양자리의 테 라우 타우웨어, 황소자리의 찰리 프로스트, 쌍둥이자리의 벤저민 뢰벤탈, 게자리의 에드거 클린치, 사자자리의 딕 매너링, 처녀자리의 퀴 롱, 천칭자리의 하랄 닐슨, 전갈자리의 조지프 프리처드, 궁수자리의 토머스 발퍼, 염소자리의 오베르 개스코인, 물병자리의 숙 용승, 물고기자리의 코웰 데블린이 그 12명의 남자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이들의 특징이 각 별자리의 특성과 맞아떨어지는 걸 발견하는 즐거움과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며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함께 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갓스피드 호를 타고 호키티카 마을로 오게 된 월터 무디는 배에서 이상한 일을 겪은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1권의 마지막에야 가서 밝혀진다. 12명의 남자들이 모여있는 방에 들어가게 된 월터는 이들이 진술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월터가 이 마을에 들어오던 며칠 사이에 이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우선 알리스테어 로더백이라는 정치인이 이 마을로 들어오던 길에 들렀던 한 오두막에서 은둔자가 죽어 있었다. 그날 밤 이 마을의 부유한 한 젊은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길에서 마약에 취했거나 죽으려고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창녀가 발견되었다. 이 호텔에 모임 이 12명의 남자들은 각자 이 사건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거나 얽혀들어 있다. 특히 은둔자의 집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금덩어리와 창녀의 드레스에 꿰매져 있었던 금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각 장에서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진실을 향해 차곡차곡 쌓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진실은 아마 2권에서 다 밝혀지겠지만, 1권은 진실에 다가가는 작은 정보를 각기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재미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