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이야기

막걸리 이야기 ㅣ 살림지식총서 436
정은숙 지음 / 살림 / 2012년 9월

가볍게 하루에 한 권씩 읽기에 딱 좋은 살림지식총서의 책들. 가볍게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들이다. 오늘은 막걸리 이야기를 읽었다. 왜 옛 추억들이 떠오르는지...... 그리운 이들과 막걸리 한 잔이 하고 싶은 걸까? 막걸리가 가지고 있다는 오덕삼반(五德三反)에 고개를 끄덕인다.

1.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는다.

2. 출출할 때 마시면 요기가 된다.

3. 힘이 빠졌을 때 마시면 기운이 돈다.

4. 마시면서 넌지시 웃으면 안 되던 일도 된다.

5.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진 앙금이 풀린다.

반유한적(反有閑的)-근로 지향적과 비슷한 의미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의 술이라는 뜻이다. 

반귀족적(反貴族的) -서민 지향적이라는 의미로 어떤 격식 없이 누구나 편히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뜻이다.  

반계급적(反階級的)​- 평등 지향적이라는 의미다. 즉, 막걸리는 민주주의를 구현한 철학을 가신 술(이규태, 한국인의 밥상문화에서)이다.
막걸리를 즐기시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핀란드에서 왔지만 막걸리를 사랑해서 주점을 연 따루의 막걸리도, 그리고 전주에서 마시던 푸짐한 안주와 막걸리도 생각난다. 이 세 가지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막걸리가 가진 오덕삼반의 특징에서 나온 듯하다.

막걸리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막걸리란 도수를 낮추고 양을 늘리기 위해 익은 술덧에 또는 청주를 뜬 후에 남은 지게미에 물을 넣어가며 체에 거른 술이다. 따라서 청주에 비하면 투박하고 거침이 없다. 이름 또한 있는 그대로 '막(마구/거칠게) + 거르다'하여 막걸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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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우리나라의 전통주지만 막걸리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역사만큼이나 질곡이 심하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세수를 늘리기 위해 일제가 주세법을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대대로 내려오던 가양주 문화는 사라졌다. 1934년 자기 집에서 술을 빚던 문화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 그나마 있는 가양주는 밀주 형태로 이어지던 것이다. 독립운동을 불법이라고 하며 탄압을 하던 것처럼 전통주를 빚던 일조차 우리는 독립운동처럼 몰래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는 그 뒤에도 밀로 빚어서 만들던 밀막걸리와 일본 누룩으로 빚던 시기를 거쳐 그나마 많이 활성화되고 전통주를 살리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도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를 만드는 곳은 부산 '금정 산성 막걸리'와 정읍의 '태인 막걸리' 함평 '차희향'과 울산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있다. 여전히 100% 밀가루로 만드는 곳도 있다. 바로 대구의 불로막걸리가 그것이다. 그것은 익숙해진 맛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대구 사람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강한 애향심으로 지역 막걸리를 선호하는 까닭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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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막걸리를 마시는 팁도 알아보자.

우리가 즐겨 마시는 생막걸리는 가능한 한 10일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막걸리의 맛은 보통 제성한 후 1~2일이 지났을 때가 가장 좋다. 제성한 원주와 물이 잘 어우러지고 탄산과 당분이 적절히 조화되어 최고의 청량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이제 막걸리를 사서 마실 때는 제조 연월일을 보게 될 것 같다. 가장 맛있는 시기에 가장 즐겁게 마시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