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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평점 :
물병자리에서 힐끗 본 것이-기대하고, 믿고, 예언에 나오고, 예측되고, 의심하고, 미리 경고를 받았던 것들-물고기자리에서는 명백해진다. 한 달 전에는 오로지 몽상가만이 꿈꾸던 그런 환영이 이제는 현실의 형태를 갖고 실체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택의 산물이고, 자신의 손으로 결말을 선택한다.
물고기자리를 넘어가면? 자궁에서 피투성이의 생명이 태어난다. 우리는 따라갈 수 없다. 끝에서 처음으로 뛰어넘을 수 없으니까. 양자리는 집단적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황소자리는 주관적인 태도를 단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쌍둥이자리의 규칙은 배타적이고, 게자리는 원인을 찾고, 사자자리는 목적을 추구하며, 처녀자리는 계획을 바란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각기 진행되는 일들일 뿐이다. 12궁의 두 번째 행동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천칭자리는 개념으로, 전갈자리는 재능으로, 궁수자리는 목소리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염소자리에서 우리는 기억을 얻고, 물병자리에서는 통찰력을 얻는다. 그리고 12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마지막을 점하는 물고기자리에 와서야 일종의 자아를 얻어 완전해진다. 2권 p.250
1권에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준 작가는 이제 2권에서는 각각의 진술을 통해서 진실을 찾아간다. 앞의 글에서 작가의 표현처럼 모든 것들이 운행을 마치고 완전함을 얻는 것이다.
크로스비 웰스의 오두막에서 나온 금은 리디아 웰스가 꿰매었고, 안나 웨더렐이 구입했던 4벌의 드레스에서 나온 것이다. 또 이 금은 아 퀴가 끄집어내 제련했다. 그럼 이 금은 스테인스가 웰스 오두막에 숨긴 금이다. 이 금을 둘러싼 이들의 욕망과 운명이 때로는 죽음에 가까워지기고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뤄가기도 한다.
맨 부커상을 받은 내가 읽은 다른 소설들- 파이 이야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추락 등-과 비교해 보았을 때 <루미너리스>는 조금 아쉽다. 우선 이 소설은 지금 여기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쓰고자 한 것이 달라서일 것이다. 다층적이고 복잡한 구성이 말하는 사람은 흥겹지만 읽는 독자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다. 이 지루하고 복잡한 이야기의 끝이 당연히 예측 가능하다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결말일 경우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은 독자는 맥이 빠져버린다. 이런 결말을 보려고 이 두꺼운 책을 읽었단 말인가 하는.
결국 이 소설은 착한 소설이 되고 만다. 사람들이 결국 쫓았던 그 금은 단 한 번 땅에서 캐었던 것으로 결국은 돌고 도는 그 어떤 것이었다. 마치 자본처럼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실체가 있는 듯 있지도 않은 욕망 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보여준 운명 같은 사랑의 결실과 헛된 욕망은 이 소설이 갖고 있는 한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인간은 그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으며 욕망을 거슬러 사랑을 이루기보다는 욕망에 굴복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런 결말은 동화 속 이야기같이 순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