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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역사 읽기
플라비우 페브라로.부르크하르트 슈베제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인류의 시작은 글로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인류의 시작 즉, 선사시대에는 돌그림과 땅속에 묻혀있던 당시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도구들로 그들의 삶과 생각을 짐작할 뿐이다. 인류가 글로써 본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인간은 그림과 도구를 이용해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을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그림속에서 읽어보는 것은 어쩌면 글로 이루어진 역사책에만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이 세계명화 속 역사 읽기에 나오는 명화,혹은 유명한 조각들은 그 작가와 작품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과 질을 보여준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함무라비법전이 기록되어 있는 법전비(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부터 시작해서 가장 최근의 일인 911테러를 주제로 한 잭 휘튼의 9.11.01 까지 시간순서대로 멋진 작품을 보면서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그림들은 역시나 인간역사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또 많은 영향을 끼친 전쟁과 종교였다.
그렇지만 그 작품에 빠지지 않고 있는 부분은 당시의 문화를 엿볼수 있는 소재들도 등장한다. 농경문화,귀족들의 취미, 음식문화, 그리고 사용된 무기등 귀중한 정보를 그림을 통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궁중화원들이 있어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하듯이 그려 보관하는 전통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세계여러나라들 또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록화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그림들은 어쩌면 다양한 의도로 인해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그림은 사실을 그대로 사진찍듯이 그려냈지만 어떤 그림들은 사실과 다르게 혹은 교훈적 의도로 왜곡되어 있기도 하다.
역사책도 그러하듯이 승리한 자의 기록이 아닐까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편에 유리하게 표현하였으며, 적에 대한 왜곡된 표현들이 보여 더욱 재미있기도 하다. 그림 한 장으로 당시 사람들의 감정까지 엿본다는 흥분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프란체스코수도회를 만든 프란체스코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는 장면에서 아버지의 몹시 화난 모습이며, 1754년 옥스퍼드주의 선거라는 작품에서 농부에게 돈을 주는 양쪽 후보와 농부의 탐욕스런 눈빛은 폭소를 일으킨다.
그림을 보다 보니 당시 여러 사건들 중 그 당시 혹은 후세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관심을 가진 사건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림을 보던 중 가장 재미있던 그림이 한 사건을 두고 두 거장이 시대를 달리해서 그린 그림이었다. 1793년 다비드의 그림과 1907년 뭉크의 그림은 모두 마라의 죽음을 소재로 하였지만 다비드의 그림은 사실적이고 뭉크의 그림은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은유가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역사가 발전함에 따라 복잡해진 그림들이 눈에 띈다. 대도시의 출현, 공장의 발달, 인구의 증가 등과 함께 그림또한 복잡하고 상징적이 표현기법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익히 들어본 적이 있는 피카소와 샤갈 또한 시대를 그리는 일에 동참했음을 알게 되었다. 피카소의 파시즘에 반대하는 입장을 그린 게르니카폭력이란 작품과 유대인살해를 그린 샤갈의 하얀 십자가와 전쟁에 대한 참상만을 고발한 달리의 전쟁의 얼굴은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해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을 보던 중 가장 재미있던 그림이 한 사건을 두고 두 거장이 시대를 달리해서 그린 그림이었다. 1793년 다비드의 그림과 1907년 뭉크의 그림은 모두 마라의 죽음을 소재로 하였지만 다비드의 그림은 사실적이고 뭉크의 그림은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은유가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피카소의 또 다른 작품인 한국에서의 대학살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표현한 것이라 더욱 반갑기만 했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명화라는 걸 통해서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 시간이었다. 이 책에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 적었고, 조선을 전통적이 중국의 속국이라고 표현하는 중국적 시각을 보여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