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지음, 이지연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이 리뷰의 제목을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이 보라고 쓴 이유는 보수를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안 볼 테니까 그렇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해도 되나?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아마도 맞을 것이다. 그동안의 조사에 의해서 밝혀진 바이다.) 

 우리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같은 사건을 접하고서도 생각지도 못한 것을 들고 나와 자기의 주장의 근거로 댄다. 우리가 본 많은 증거들은 무시한 채. 또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인 지식에 대해서 이상한 논리와 근거로 그것을 뒤집으려 하거나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들거나 적어도 논란거리로 만들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억울해 미칠 지경이 된다. 이러이러해서 당신이 주장하는 바가 틀렸다고 아무리 목터져라 말해봐야 서로 감정만 상하고 만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저사람과는 말해봤자야. 그렇지만 어떻게 잘 설득하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조그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왜? 상황이 너무 명확하니까... 저 사람의 생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우리는 생각하니까. 그러나 결과는 전혀 변하지 않는 바위와도 같은 그들은 항상 더욱 강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번 추석명절을 앞두고 직장동료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가장 큰 이슈가 될 대선후보들에 대한 견해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 친구의 집안은 기독교집안이다. 본인과 신랑도 교회를 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제외한 식구들은 말하자면 기독교우파라고 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시누이는 지난 대선때 믿는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다녔으며 지금의 실정에 대해서는 욕하지 말고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한다. 이 친구가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이번 대선에는 기독교를 믿는 후보가 딱히 드러나지 않아서 다행일거라 생각하면 큰 오해다. 믿지 않는 사람을 통해 하느님의 역사를 이룬 적이 있어서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이런 논리의 전개를 기독교를 믿는 사람조차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유가 아니라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서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책은 미국의 정치와 정당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답답함이 이해되지 않는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좋겠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즉 뇌가 다르다. 보수주의자의 뇌는 편도체가 발달해 있어 변화에 대해 강력하고 감정적인 반발을 하고 있으며 진보주의자의 뇌는 전대상피질이 발달해 교정 반응이 요구되는 실수나 오류를 감지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팩트가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보수주의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오히려 성공의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로 서로의 장점과 약점을 인정하고 각자가 강한 영역에 대한 경의를 보여준다면 정치가 훨씬 건강해질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질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말하는 대신 진보주의자들에게 이 작가는 충고를 한다. 훨씬 더 보수적이 되라고. 이건 정책적으로 그러라는 말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이 택하는 방식을 따라하라는 것이다. 타협하지 않으려는 사람과 타협을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지지할때 더 많은 단결력을 보여주고 내분과 반대의견을 줄이고 충성심과 공동의 목표를 늘려야한다. 


이 책을 덮으면서 적어도 한가지는 얻은 듯하다. 보수주의자들과 논쟁하지 말자.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폐쇄적이고 자신의 관점에 확고하니 힘들게 설득하려 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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