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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김병수 지음 / 프롬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의 사춘기는 조용했다. 방황을 하지도 않았고 반항을 한 기억도 없다.(부모님한테 물어보면 다른 말씀을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주어진 목표(대학진학)을 위해서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고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대학에 합격하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애를 낳아 그 애를 사춘기의 나의 나이만큼 키웠다. 예전에는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는 마흔을 넘겼다. 그러나 나는 지금 더 흔들리고 방황을 한다.
마흔이 되던 해를 기억해본다. 무척 슬펐다. 노래를 듣다가도 울고 책을 보다가도 울었다. 이유는?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였다. 지금까지 뭘하고 살았지? 내가 뭘 바라보고 살고 있지?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식에게서도 딱히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한잔 해도 허전함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금까지 배운대로 "참는 것"뿐이었다.
얼마전 산책을 하다가 도종환님의 시를 새겨넣은 목판을 보고 한 참을 서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었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였다. 한참을 서 있으면서 그래 세상은 그렇게 흔들리면서 비도 맞으면서 눈도 맞으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다. 그렇지만 또 다시 만나는 일상은 힘들었다.
그러다가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이 책은 읽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중년은 지금까지 쫓아온 성공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이다.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그리고 무엇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답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잠시 멈출 줄 아는 여유로부터,과거를 뒤돌아볼 줄 알고,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마음속에 숨겨진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지 명확히 알 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멈춤을 해야하는 시기, 과거를 뒤돌라보는 시기,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 시기이다.
'하루에도 한해에도 중간이 있듯이 하나의 삶에도 그 중간이 있다. 어쩌면 날마다 그날이 남은 절반의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하고 아쉬울 것도 불안하고 두려울 것도 없을 듯하다.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절반의 삶을 더 중실하게 꾸려야겠다는 각오와 너그러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아직도 나의 삶의 많은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중간이다. 그리고 나머지 삶의 시작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결심을 하고 나니 어쩜 맘이 좀 더 편해지는 것도 같다.
책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팁은 남편을 이해하기였다. 중년의 남성들의 고민과 그들이 내뱉는 말들의 내면에 들어있는 의미를 알았다. 내가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힘이 되면 좋겠지만 조금은 따스한 위로와 격려의 말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지켜주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밑줄을 그었다. 새겨두고 싶은 구절이 많았다. 힘이 들 때 외로울 때 곁에 둘 친구가 생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