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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꼭 돌아올께.
-꼭 돌아올께.반드시 요코를 찾아낼 거야.어디에 있든.
-어디에 있든?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야.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거야.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러나 이런 요코는 그 남자의 아이를 데리고 여러 곳을 떠돈다. 한곳에 머무르는 걸 거부한다.
딸 소우코가 묻는다.
-왜 이렇게 계속 이사해야 되는데?
-엄마랑 소우코는 하느님의 보트에 탔으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항상 예상외의 사람이 주인공이다. 사실 현실에 있다면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법한 인물이 이 작가의 이야기안에서는 왜 공감이 가는 걸까? 그의 글에서 공감을 만들기위한 작위적인 글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쩜 우리가 발견을 못하는 지도 모른다.
요코와 소우코는 낯선 동네로 이사를 반복해가면서 살고 있다. 요코는 모모이라는 선생님과 결혼을 한 상태에서 소우코의 아빠를 만나 절대로 잊지 못할 불타는 사랑을 한다. 소우코가 태어나고 남자는 떠난다. 떠나면서 꼭 돌아온다는 말은 남기고. 요코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기다리는 여인이 아니다. 두 사람과 추억과는 상관없는 곳을 떠돌아 다닌다. 의외로 지내기 편한 동네를 만나면 예정보다 빨리 이사를 한다.
왜? 익숙해질까 겁이 나서다. 그곳이 어떤 장소이든 익숙해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한 사람의 부재를 인정하기 힘들어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는 사람이다. 없음에 익숙해지면 그 사람을 잊을까봐 아마 이렇게 떠돌아 다니나 보다.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 그 장소에 머물면 그 사람의 부재가 생각나 도저히 살 수 없어서 그래서 떠돌아 다녔나 보다. 그렇게 딸과 둘이서 견디고 있다.
사는게 재미없었다. 살아있어도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왜 더 살아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전까지는 연락을 완전히 끊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일이었다. 없다고 치면 된다. 애당초 없었다고, 돌아갈 장소따위 없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그렇게 착각하지 않는 한, 절대 둘이서 헤쳐나갈 수 없다.
소우코는 커가면서 엄마와 함께 탄 하느님의 보트에서 내리고 싶다. 아빠와의 사랑은 모두 "상자 속"에 존재할 뿐이니까.
지금까지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중에서 가장 좋았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읽고 나면 그닥 맘에 남는 게 없었다. 그저 느낌만이 있을 뿐.
조용조용한 말투와 커피향과 담배연기와 피아노소리가 가득한 책 한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