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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순도 99% 공산주의 중국으로의 시간 여행
수잔 제인 길먼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형광빛의 표지에 색시하고 당돌하게 생긴 여인들이 짧은 까만 원피스를 입고 있는 상큼한 표지를 한 이 책은 제목이 거창하다. 우리에게 뉴요커라고 함은 세련되고 지적이고 글로벌한 태도까지 가진 멋진 이를 떠오르게 한다. 이들이 중국을 그것도 1986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인배낭여행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한 지 끽해야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그것도 그리 대단히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서로 성향도 다른 두 여자가 충동적으로 결정한 여행!
그들이 가방속에 챙긴 것들은 휴지를 빼고 913쪽짜리 점성술책,샴페인,'억'소리나게 비싼 명품빗,니체의 역작인 <도덕의 계보>,외국어회화책 14권,세르반테스와 버지나아울프의 고전 여섯권,그리고 콘돔등이었다. 내용물을 봐도 이렇게 한심한 배낭여행객이 없다. 이런 준비물로 아무것도 모르는 중국을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읽는 내가 걱정이 되는데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좌충우돌 문제에 부딪쳐 울고 불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난리가 아니다. 어떻게 여행을 계속해 나갈지 걱정이 되는 마음은 이 책이 끝날 때까지 불안불안하다. 내가 여행에 관련된 책을 보면서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걱정스런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 있었던가?
이런 철딱서니없는 두 여행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빵빵한 버스도 안되고 관광가이드도 안되고 호텔도 안되고 '진짜'세계를 경험하는 '진정한' 여행자가 되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했단다.
-우리는 원래 여행을 통새 의식수준을 높이게 될 줄 알았다. 빵 덩어리가 접시 위의 소스를 쭉쭉 빨아들이듯 우리도 중국배낭여행을 통해서 아시아의 위대한 지혜를 흡수하게 될 줄 알았다. 처음에는 어디를 가건, 위대한 철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문화를 관찰하리라 굳게 작정했다. 하지만 그 후 며칠 동안 상하이를 돌아다니면서 우리의 의식수준은 언어를 배우기 이전의 아기 수준으로 퇴행했다. 위대한 철학자 운운하던 우리의 머릿속은 '저거 먹어도 될까?','아,가려워.','오줌 마렵다'등의 원초적인 욕망으로 가득 찼다.-
중국어를 할 줄 모르니 상하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구경'밖에 없었다. 흔히 알려진 신화 속 인물과 모험가들의 전설은 모두 와전된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로부터 도망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쿡선장도 허클베리 핀도.그리고 이글을 쓴 주인공도.
뭐든 처음을 경험할 때는 첫아이를 얻은 부모의 심정처럼 자랑스럽고 기쁠 줄 알았지만,이곳에서는 정상적이고 익숙한 것에서 멀어져 점점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기분이 든다는 이 주인공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한계에 부딪치고 같이 같던 친구와 7주만에 미국으로 돌아온다. 같이 갔던 친구 클레이는 그 뒤로 다시 보지 못한다.
이 철부지 아가씨들이 중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지만 여행을 통해서 그나마 잘 알던 친구와는 멀어지고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 난 뒤 도대체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렇게 붙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책의 내용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중국을 여행하는 세가지 방법이라니?
원제는 <Undress me in the Temple of Heaven>이다. 그리고 그 책의 부제로 붙은 글이 Time Travel to communist China인가 보다.
중국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원초적인 나와 친구의 모습을 그린 시끌벅적한 여행기를 만나서 유쾌함을 나는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