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보행기
최경윤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음이 가진 당당함과 통통튀는 감각과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나이와 그 자유로움이 너무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젊은 시절이 무척 바보같이 답답해보였다. 이 책의 제목처럼 답답해서 떠나 본 적도 없고 그저 묵묵히 참으면서 뭔가 밖에서 나를 변화시키기를 기다리면서 살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시간들은 나를 달라지게 하지 못했고 지금의 나는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 여전히 답답함을 가진 존재로 남아있다. 

 

변화의 원인은 사물의 내부에 존재한다. 사물의 고유한 본질을 이루는 모순이 그 원인으로서, 양적 변화 및 그것의 질적 변화로의 전화는 이러한 모순의 발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철학사전에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답답해서 멀리 떠난 이 대책없어 보이는 작가는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쓰고 오자. 많이 웃자'라고 여행의 계획(?)과 원칙을 세우고 떠난다. 그렇게 인도에서 한달, 남미에서 6개월을 떠돌았다. 그녀는 (23살의 대학생이다) 대단한 자아성찰도 커다란 깨달음도 없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힘들고,더럽고,자신이 더 바보임을 알았던 시간이었다고. 

 

그렇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 나이의 자식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그 시간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의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힘든 순간순간 이 방랑의 시간들이 생각날 것이며 여행 후 느꼈던 '잘하려고 하지 말고 즐기자'라는 깨달음은 삶을 더욱 탄력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책을 더욱 감각있고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톡톡 튀는 글솜씨도 그렇지만 장난스런 사진들과 제법 잘 그려진 그림들이다. 여행은 기록물을 남길 때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다. 바람처럼 사라져버리는 감성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의 감성과 깨달음을 사진과 일기로 기록할 때 삶의 단단한 경구가 되어 줄 것이다.


아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너도 삶이 답답할 때 뭔가 변화가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가방을 싸서 떠나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사랑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손님들은 오래전에 뿔뿔이 흩어졌다.시계는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늦은 밤,사람들이 떠난 후,시끌벅적한 소음이 가라앉고 둘러앉은 몇명이 털어놓는 이야기들.

 추억,그리고 첫사랑.

 

열 여섯살의 기억, 여인의 형상이나 사랑의 환영이 구체적인 형태로 떠오른 적이 없는 그렇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달콤한 여성적인 어떤 것에 대한 예감이 희미하게 부끄러운 듯이 감추어져 있던 그때. 운명처럼 다가온 여인. 열여섯의 소년과 다른 남성을 복종하게 하는 힘을 가진 21살의 지나이다.


작가인 투르게네프의 경험에서 나온 이 책은 그의 문학적 절정기인 1860년대 작품이다.투프게네프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이다. 많이 알려진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첫사랑이라는 아련하고 가슴뛰는 제목을 가진 이 소설을 사춘기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으로 남았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주인공인 열여섯의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가 꼭 아들처럼 느껴졌다. 연상의 정숙과는 거리가 먼 여인인 지나이다에게 사로잡힌 소년이 사랑과 질투와 두려움과 절망을 느껴가며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그 시간들을 우리 아들은 언제 겪게 될까? 이런 감정일까?하는.


어느 날 페트로비치의 아버지의 한 마디.'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라.타인의 도움을 바라지 마라.너는 너의 것이란다. 그것이 바로 삶이란다.라고 하며 '무엇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지 알고 있니?''그것은 의지,자신의 의지란다.그것은 자유보다 더 좋은 권력을 준단다. 무언가를 원하는 능력을 가져라. 그렇게 되면 자유를 얻고 다른 사람들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선택도 의지가 가져다 준 자유도 아니었다. 지나이다에 대한 사랑은 열정이고 고통이었다. 특히 지나이다의 사랑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임을 알았을 때는.


페트로비치가 알게 된 지나이다의 사랑은 고통이고 절망이며 공포였다. 지나이다와 페트로비치의 아버지의 사랑은 어렴풋한 어둠 속에서 헛되이 억지로 분간해 내고 싶은 아름답지만 준엄한 미지의 얼굴처럼 페르로비치의 이해수준을 넘어서는 놀라운 것이고 그들의 사랑앞에서 페트로비치의 설렘과 사랑의 고통은 너무나 어린애같이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몇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긴 편지,'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거라. 그 행복,그 독을 두려워해.'

 

봄날 아침의 뇌우처럼 남은 첫사랑의 기억은 아마 아픈 상처로 그리고 말로 꺼내놓기 힘든 그래서 노트에 적어 부끄럽게 내어놓는 고백인지도 모른다.

 

작은 수채화같은 소설책 한권은 인간의 감성을 작은 붓으로 세밀하게 터치하듯 그려내며 나에게 다가와 오랜동안 남아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티에리 코엔 지음, 박명숙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때론 가벼운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카페라떼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운 소설. 그야말로 카페 의자에 기대어 커피한잔 마시며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는 그런 소설이다. 티에리 코엔이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났지만 마르크 레비나 기욤 뮈소를 떠오르게 한다. 그만큼 감각적인 문체와 손에서 책을 놓게 하지 않는 서사를 가진 작가인 듯 하다.

 

서적상이자 중매인(?)인 힐렐 에딘베르의 서문으로 책을 열기 시작해서 주인공인 두 남녀의 일기와 같은 고백으로 서로의 마음을 궁금하게 하며 얼른 다음 장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라파엘 스칼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 요나 랑크리와 간호사로 일하면서 외롭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리오르 비달의 엇갈리듯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처음부터 독자를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책의 처음 화자로 등장하는 힐렐씨는 아내도 가족도 없는 유별난 면이 있는 베일에 싸인 과거를 가진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힐렐씨는 돈을 벌기위해 서점을 운영하지 않고 독자들이 자신이 소개한 책들과 사랑에 빠지길 바라는 일종의 중매인이며 요나와 리오르의 사랑의 가교역할을 한다. 


전혀 인연이 닿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은 희한한 꿈과 요나의 첫소설과 서점주인으로 인해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남자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는 리오르는 요나의 소설을 읽고 작가에 대한 호감을 갖는다. 요나는 꿈속에서 만난 여인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그 여인과 닮은 리오르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태이다. 리오르는 자신만의 "빛과 같은 소설"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이 "빛과 같은 소설"은 이 소설에서 리오르와 요나의 결합으로 탄생하는 것이고 힐렐씨가 노상 주장하는 소설인 그 무엇이다. 


소설 전체에 흐르는 마법같은 힘은 둘은 연결하고 빛과 같은 소설을 쓸 수는 없지만 빛과 같은 소설은 무엇보다 삶을 꿈꾸기보다 직접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 소설에 아름다운 결말을 부여하는 힘은 둘의 사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편의 꿈꾸는 듯한 로맨스 영화를 본 듯 잠깐 즐거운 시간을 이 책을 보면서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랄의 거짓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의 구자라트 지방에 살고 있는 작가 이프판 마스터의 경험에서 나온 이 책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과정에서 한 마을에 살고 있던 13살의 빌랄이 겪은 인도의 역사와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한 성인의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암으로 생의 마지막에 와있는 아버지를 위해 인도의 분리계획을 숨긴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위독한 아버지에게 그 소식을 알려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작은 의도에서 시작된 일은 점점 사태가 커져버린다.

 이 소식을 아버지가 알지 못하게 하기위해 빌랄의 친구들이 총 동원된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과 접근하지 못하도록 망을 보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들을 들어 아버지와 사람들의 접촉을 막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거짓말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하나의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벌어지는 일에 13살 어린아이가 거짓말로 대항하지만 사태는 돌이킬 수 없었다. 

 아버지는 신문을 보길 원하고 드디어 모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거짓신문까지 만들어 아버지를 속이게 된다.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나뉘어지는 가까웠던 이웃들의 모습,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친구를 잃는다.

 나중에 나이가 든 빌랄이 고백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어른들이 말하는 분단시대의 이야기와 너무도 닮아있어 보다 가깝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빌랄의 품에서 돌아가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빌랄은'난 아버지를 꼭 끌어안은 채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앞뒤로 몸을 흔들었다. 드디어 해냈다. 아버지는 내 팡에 안겨 헛된 진실을 모른 채 세상을 떠나셨다. 사랑하는 인도가 여전히 하나인 상태에서 눈을 감으셨다. 쿵쿵 소리가 이어졌지만 난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평생의 흔적이 책더미와 집과 함께 아버지는 불속으로 사라진다. 빌랄은 커서 법률가로 성장하고 대법원장이라는 지위까지 오른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아버지의 편지. 

'나에게 자랑거리는 많지만 그 무엇보다 너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가장 자랑스럽구나.너야말로 제일 용감한 소년이다. 네가 나를 위해 진실을 감추기로 맹세한 이야기를 의사선생님에게 들었단다. 빌랄,네가 나의 인도란다. 네가 나의 꿈이야. '

빌랄의 아름다운 거짓말은 다른 이들 또한 아름다운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다. 역사의 격변기에 한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이겨낸 용기와 사랑에 가슴이 찡하면서 이 책을 아이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고령화사회,혹은 고령사회,초고령사회라는 말들이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리는 시대이다. 고령화사회란 65세이상의 인구가 7%를 넘는 사회를 말하고 14%가 넘으면 고령사회라고 한다. 또 고령사회에서 고령화가 더 진행된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말한다.우리나라는 2000년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20년경에는 노인인구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로 2026년경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우리나라는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중의 하나이다.그리고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율은 OECD국가중 1위라고 한다.점점 늘어나는 노인,준비되지 않은 우리.노인의 삶은 최악이고 나이먹는게 죄는 아닌데 노인이 짐이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나이들어서도 사회에서 존경받으면서 살 수는 없을까?


 인간의 평균수명이 20년정도 늘어난 삶을 작가는 뜻밖의 자금이 생겨서 그 집에 방 한 칸을 덧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방을 덧붙일 때 이 새로운 공간은 단순히 덧붙임이 아니라 건물의 구성을 새롭게 하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인생전체의 행로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을 때 이 새로운 방을 어떻게 쓸까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는 2006년부터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중년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사회적 현상이 아닌 개인의 생애속에서 노후의 삶은 어떤가하는 점에 접근해있기에 나의 노년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게 만든다. 인간의 생애에 대한 기본인식은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인간발달단계에 기초하고 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 발달을 여덟 단계로 나누었다. △1~5단계는 청소년기까지의 발달에 해당하고, 이후는 성인이 되어서의 발달 과정이다. △6단계는 20~40세까지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주된 발달과제다. 이 시기에 일과 사랑, 생산성 등을 추구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다. △7단계는 40~65세가 해당되는데, ‘발전이냐 정체냐’의 고비다. 생산성이 더욱 높아져 최고의 성취를 이룸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자녀 또는 후배들에게 지혜를 가르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정체 또는 후퇴의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 △8단계는 65세 이후의 삶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인생이 충분히 보람 있었다는 느낌을 가진 채 은퇴하고 주어진 남은 삶을 누린다. 그렇지 못하면 회한과 절망의 여생을 살게 된다. 평범한 사람 대부분의 삶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단계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짐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베이트슨은 '제2의 성년기'라는 단계를 추가하고 그 단계의 특성을 능동적 지혜라는 강점을 발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시기이고 상상력과 배움의 시기이며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시기이다. 그러하기에 이 시기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의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트슨은 이런 시기에 들어선 사람들의 개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각자에게 답을 찾아보길 권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을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라고 보았다. 과거의 지식을 되풀이 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가졌다. 사람이 지혜로워진다는 건 자기가 더 배워야 하고 평생 동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건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하는 출발지점인 것이다.


 제인폰다라는 여배우가 보여주는 삶에서 앞으로 다가 올 미래의 노년의 삶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