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펭귄클래식 10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토니 태너 서문, 이만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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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무나도 유명해서 읽어보지 않고도 읽어본 듯한 착각이 드는 소설인 <위대한 개츠비>는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읽어보지 않았다. 내용이야 너무도 많이 들어봐서 익숙해져있고 올해 영화로 나온다고 하는 말도 있고 '20세기 100대 영문소설'로 꼽혀 영문으로도 많이 읽히는 책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얼마전 샐린느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서 많이 실망을 해서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 스토리도 알겠다 왜 그렇게 유명한지 '위대한'이라는 수식이 붙은 이유는 뭘까?하는 이런 저런 이유들도 이 책을 읽는 데 한 역할을 했다. 

 

왜 좋은 소설이라고 할까? 또 어떤 사람들은 그저 그런 소설이라는 반응을 보일까? 너무 다른 두가지의 반응이 책을 읽는 내내 책을 더욱 들여다봐야하게 만들었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신랑의 반응은 그게 그렇게 좋은 소설인지 솔직히 모르겠다였다. 


닉 캐러웨이라는 사람의 시각으로 보는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 결국 닉의 시선으로 봤을 때 개츠비는 '위대한'이라는 평을 받게 된다.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여성을 사랑하지만 데이지는 돈과 명예를 쫓아 결혼을 하고 개츠비는 다소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로 많은 돈을 거머쥐고 데이지의 집이 바라다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해서 휘황찬란한 빛을 밝히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저택에서 살며 데이지의 사랑을 갈구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부모와 과거의 흔적을 세탁한다. 


왜 개츠비는 그다지 가치없어 보이는 데이지를 사랑하는 걸까? 데이지는 돈을 쫓아 개츠비를 버리고 톰 뷰캐넌이라는 시카고부호의 아들이며 예일대를 졸업한 이와 결혼을 하고 책의 뒷편에 나오는 교통사고에서 개츠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데..... 


가치있고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돈과 명예를 쫓아 밝은 불빛을 따라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자본주의시대의 시민들은 몸을 던지고 있다. 개츠비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결국 허망하게만 보이는 사랑때문에 죽는다. 개츠비는 순수와 낭만을 지닌 신사로 바뀐것일까?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 봐도 모순되는 판단들이 서로 얽혀있는 주인공들이다. 결국 개츠비의 옆에는 닉과 아버지뿐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개츠비의 명성에 빌붙어 파티와 사교를 즐기던 이들은 모두 날아가버렸다.


'마지막 날 밤, 트렁크에 짐을 싸고, 자동차를 식료품점에 팔고는, 다시 한 번 건너가서 그 저택의 부조리하고 엄청난 실패를 쳐다보았다.'

'해변의 저택들은 이제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해볍을 가고지르는 연락선에서 움직이는 아련한 불빛을 제외하면 불빛이 거의 없었다. 달이 더 높이 떠올라 실체가 없는 집들이 녹아 없어져 버리자, 결국 나는 점차적으로 한때 네덜란드선원의 눈에 꽃을 피웠던, 이 오래된 섬이 어던 곳인지 알게 되었다. 이 섬은 신세계의 신선한 초록색 가슴이었던 것이다. 이 섬에서 사라져버린 나무들, 개츠비의 저택을 위해 길을 내주었던 나무들이 한때는 모든 인간의 꿈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마지막 꿈에게 속삭이면서 유혹했던 것이다. 매혹의 순간 인간들이 대퓩 앞에서 틀림없이 숨을 죽였을 것이다. 경이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필적하는 어떤 것과 역사상 마지막으로 직면하면서 이해할 수도 욕망할 수도 없었던 심미적인 명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개츠비가 부두의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의 경이감을 생각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길을 왔던 것이다. 그의 꿈이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붙잡고야 말 것 같았다. 그는 그 꿈이 이미 그의 뒤에 있다는 사실을,공화국의 어두운 들판들이 펼쳐진 밤 아래 도시 너머 광대한 몽롱함 속에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초록색 불빛을 믿고 달려간 개츠비에게 그 초록색불빛을 한 미래는 교묘히 개츠비를 피해가 버렸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개츠비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불빛을 쫓아 계속 달리기만 하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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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꽃으로 - 유안진 산문집
유안진 지음, 김수강 사진 / 문예중앙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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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런 글 한 번 써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빌어 친해지자고 말할 수 있었다. 꿈을 꾸며 깔깔거리던 우리들 사이에 수없이 돌고 돌았던 그 시의 주인공인 유안진님의 에세이집을 받아들었다. 그저 나이가 좀 드셨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1941년생이신 시인은 올해 벌써 73세이시다.그렇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소녀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시인으로만 기억하고 있으니 독자에게 시인은 나이를 먹지 않아서 좋다. 


시처럼 유려한 에세이집을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옆에 놓고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동네의 한적한 공원의 어느 한곁에 앉아 시인처럼 내손이 아닌 남의 손을 빌어 커피를 받아들고 그 어느것보다 소중한 듯 천천히 우아하게 마시며 읽고 싶어졌다. 


유안진시인은 이 책의 곳곳에서 현재 시인들의 배고픔을 아파하고 있다. 많은 시인들이 나와서 많은 시집을 내고 있지만 팔리지는 않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면서 또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있다. 처음 시인이 되고자 했던 계기며 시를 읽고서 감동에 떨던 기억이며 시어들의 모태인 조모님과 어머니의 이야기며 황혼의 시인이 들려주는 시를 통한 삶의 이야기는 이 시인의 시집을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글로 쓰여진 아름다운 말들을 간직하고 싶어졌다.


잠과 외로움

시인과 내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왠지 나도 시인처럼 뭔가 있는 듯 으쓱해지는.쉽게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밤들과 낯선이와의 접촉.그리고 외로움. 나도 밤에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올빼미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벌어진 많은 웃지못할 이야기들도 있다. 시인도 비소리,눈내리는 소리에도 잠들지 못하고 침대며 베게며 잠을 자기 위한 것들에 대해 투덜거리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베게이야기를 할 때 우리집 내 침대가 생각나 피식 웃고 말았다. 내 침대에 뒹굴어 다니는 베게들이 시인이 말하는 여러가지 용도들로 나의 잠을 유도한다.


일상들

동네 서점이야기,주변 친구들 이야기에서 시인의 조용한 삶과 명상하듯 살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이 보인다. 나이들어 오히려 큰소리로 말하는 많은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할 때가 많은데 조용하고 단아한 이쁜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덧 글을 읽는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

성당에 다니는 시인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기도와 책읽기 그리고 쓰는 일로 보낸다. 바보처럼 살고 싶다는 너무도 소박한 소원을 말하며 김수환추기경과 차동엽신부의 이야기를 한다. 숙맥으로 살고 싶다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하고 깊이가 있을까 그저 고개가 숙여지는 부분이다. 


에세이는 아웅다웅하는 삶에서 조금 떨어져 볼 줄 아는 이들이 써야 제맛이 난다. 벌떡 일어나 삶의 활력을 찾아 열심히 활동하게 하는 그러한 글이 아닌 내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글은 힘든 세상에 살아갈 용기와 자신을 오히려 갖게 한다. 조금은 편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살아가자고 조용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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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진실에 대한 이야기의 이야기 -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앤 커소이스.존 도커 지음, 김민수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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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만 보면 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록한 책쯤으로 보인다.사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그렇지만 그렇게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오래전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난 뒤 정말 오랜만에 역사학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해 볼만한 책을 읽었다. 

 앤 커소이스와 존 도커가 쓴 원제목인 <Is History Fiction?>이 이 책의 내용의 전반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데 적절할 듯 하다.두 저자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처음 듣게 되는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서술의 문제를 들기 시작하면서 이 질문을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총,균,쇠>의 저자로 익숙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까지 지금까지의 주요 역사서와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이 두명의 저자가 들려주는 역사는 허구인가? 객관적 사실인가?하는 문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보다 깊이있게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요즘에 필요한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역사는 '있었던 그대로의'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씌여진 것이었다.그래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되도록이면 상상을 배제한 사료중심의 역사를 말해왔던 것이 사실이고, 역사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이것이 사실일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있었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내 의무는 내가 들은 모든 것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들은 그대로 전해야 할 의무는 내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특정 범위나 분야, 관심사에 가두기보다는 경제,정치,외교,사회,문화,성,종교,군대,바다의 역사로 자유롭게 확장하는 역사서술을 확립했다. 그는 역사를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으로 확립한다. 헤로도토스는 다양하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썼고 나중에 그는 '거짓말의 아버지'라는 말까지 들었다.그렇지만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서 역사가가 진정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로 정치와 군사와 관련된 역사를 꼽는다. 

 이 두 역사가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역사서술은 이중성을 띤다. 늘 균형을 잃는다. 이러한 이중성은 자료의 엄격한 검증으로서의 역사와 문학적 형태를 갖춘 역사사이에 펼쳐진 낯설고 종종 모순적이며 혼돈스러운 공간에 역사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랑케와 E.H.카 등 우리가 익히 들어본 역사가들의 역사에 대한 관점과 책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역사가 과연 과학인가?문학인가?에 대한 당시 역사가들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구조주의속에서 벌어진 역사에 대한 논쟁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과학으로 편중되었던 시각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 당시까지 마치 의혹의 시대가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상황들을 차분하고 자세하게 서술하던 명쾌한 글쓰기에서 헤로도토스적인 '서로 엇갈리고 충동하는 해석과 설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그 뒤를 이어 역사서술에 있어서 많은 문학적인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역사는 국가라는 장벽을 넘어 '초국가적인'역사를 쓰고자 하는 시도와 역사학내에서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지구의 위기,인류의 위기라는 상황과 맞물려 지구적 규모의 역사를 보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났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고 이왕이면 제대로 역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역사라는 거대한 대양에서 표류하는 일이 빈번한 역사읽기에서 그래도 내가 헤매고 있는 바다의 지도 한 장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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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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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때 집에 굴러다니는 독심술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것이 심리학인줄 알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책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숫자를 알아맞추는 걸 가지고 다른 아이들에게 실험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양 으쓱했던 기억도 난다.그것은 속이는 일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이 혈액형가지고 종종 다른 사람의 성격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그 사람의 성향을 맞추기도 한다. 때론 기가 막히게 맞는 듯도 보이고 때로는 그저 지나가는 농담처럼 웃고 넘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이유가 아마도 잘 보이고 싶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어쩜 제목이 딱 나의 경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눈치보면서 살아가고 있고 나와 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나의 마음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때론 서운하기도 하고 내가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해서 깨알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때로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때로는 무릎을 치면서 읽어내려가는 손이 바빴다. 결국 책을 읽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느라 바쁘다. 만약 네가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 할거니? 그래? 그럼 넌 이런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하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궁금증을 연구한다는 사회심리학은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우리가 독심술이라 부르는 그 영역에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하니까.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지 어떤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 하는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잘한 이야기들은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 유독 끌리게 되는 이유는 무언지 왜 직장상사들은 그 모양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직장상사를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론 주먹다짐까지 가는 갈등을 겪다가도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로 발전하기도 하는 알 수 없는 인간관계속에서 우리가 조금이나마 상처를 덜 받고 위로받으면서 살아간다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심리학에 대한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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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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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청소년의 아들을 둔 엄마이면서도 나는 성장소설이 좋다. 주인공들이 이런저런 문제속에서 헤메면서 방황하는 모습도 좋고(?) 그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그들에게 닥친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걸 믿으니까 구경하는 입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점도 그렇고(청소년을 위한 소설이 무겁고 칙칙한 결말일리는 없으니까) 주인공들의 문제해결의 방법들은 나에게는 상당히 상큼한 면이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사춘기가 참 별로여서 일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방황하거나 반항하거나 하는 일이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가 버린 그 사춘기의 무색무취를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일처럼 흥미를 느끼고 모험에 가득한 상상을 해보곤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성장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다. 읽고나서는 꼭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아들, 제발 읽어봐. 얼마나 멋진 애들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문제와 고민을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닥뜨려 해결하고자 하는 그 모습. 우리가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까?'하는 마음으로.그런데 난 아들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은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권하지 않을 예정이다.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너무 맘에 안들었다. 별로 투덜거릴 이유도 아닌 것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태도 또한 엉망이다. 인간적인 따스함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청소년기의 반항기를 인정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이면 가져야 할 사람에 대한 따스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한테는 그게 안 느껴졌다. 그래서 앞으로도 권할 생각이 없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을 받았다는 <그치지 않는 비>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들과 여행을 가면서 들고 가고 싶은 책이다. (아들과 둘이서 태국으로 8일정도 배낭여행을 갈 예정이다.) 일단 이 소설의 이야기는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하고 주인공은 여행을 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술만 먹고 있는 아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형, 일만 하다 돌아가신 엄마,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던져놓듯이 말하고 있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좋은 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나의 삶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여행을 하면서 예기치 않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얻게 되는 작은 깨달음, 사회의 여러 모습.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여행을 같이 떠나는 것으로 보이는 형은 이 소설의 가장 극적인 인물이다. 어쩜 주인공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가진 인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소년기의 반항과 방황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가장 아프게 가정의 현실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이 형은 동생의 여행내내 동생의 동반자로 그림자처럼 나온다. 그리고 반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읽어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 책을 잠시 덮고 눈을 감았다. "아~~~ 이러지 말지"하고 작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프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난 우리들, 아니 우리 아이들. 그 길에서 그칠 것 같지 않는 비가 내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힘들 때, 외로울 때, 길을 잃었을 때 이 책 한권을 들고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면 좋을 듯 하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답을 쉽게 구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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