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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비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개정판 ㅣ 문학동네 청소년 17
오문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평점 :
나이가 들어 청소년의 아들을 둔 엄마이면서도 나는 성장소설이 좋다. 주인공들이 이런저런 문제속에서 헤메면서 방황하는 모습도 좋고(?) 그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그들에게 닥친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걸 믿으니까 구경하는 입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점도 그렇고(청소년을 위한 소설이 무겁고 칙칙한 결말일리는 없으니까) 주인공들의 문제해결의 방법들은 나에게는 상당히 상큼한 면이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사춘기가 참 별로여서 일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방황하거나 반항하거나 하는 일이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가 버린 그 사춘기의 무색무취를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일처럼 흥미를 느끼고 모험에 가득한 상상을 해보곤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성장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다. 읽고나서는 꼭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아들, 제발 읽어봐. 얼마나 멋진 애들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문제와 고민을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닥뜨려 해결하고자 하는 그 모습. 우리가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까?'하는 마음으로.그런데 난 아들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은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권하지 않을 예정이다.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너무 맘에 안들었다. 별로 투덜거릴 이유도 아닌 것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태도 또한 엉망이다. 인간적인 따스함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청소년기의 반항기를 인정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이면 가져야 할 사람에 대한 따스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한테는 그게 안 느껴졌다. 그래서 앞으로도 권할 생각이 없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을 받았다는 <그치지 않는 비>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들과 여행을 가면서 들고 가고 싶은 책이다. (아들과 둘이서 태국으로 8일정도 배낭여행을 갈 예정이다.) 일단 이 소설의 이야기는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하고 주인공은 여행을 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술만 먹고 있는 아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형, 일만 하다 돌아가신 엄마,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던져놓듯이 말하고 있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좋은 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나의 삶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여행을 하면서 예기치 않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얻게 되는 작은 깨달음, 사회의 여러 모습.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여행을 같이 떠나는 것으로 보이는 형은 이 소설의 가장 극적인 인물이다. 어쩜 주인공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가진 인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소년기의 반항과 방황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가장 아프게 가정의 현실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이 형은 동생의 여행내내 동생의 동반자로 그림자처럼 나온다. 그리고 반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읽어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 책을 잠시 덮고 눈을 감았다. "아~~~ 이러지 말지"하고 작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프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난 우리들, 아니 우리 아이들. 그 길에서 그칠 것 같지 않는 비가 내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힘들 때, 외로울 때, 길을 잃었을 때 이 책 한권을 들고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면 좋을 듯 하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답을 쉽게 구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