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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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여전히 제목과 표지에 끌려 책을 고른다. 참 여자답다. 연한 분홍빛의 표지에 분명히 고양이일 것 같은 분홍 동물이 제목 사이를 돌아다니고 분홍색의 집이 그려진 이쁜 표지의 이 책은 제목 또한 근사하다.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우선 이십 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재미있는 제목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여자들을 귀찮게 하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이기적인 남자들을 포기하고 여자들끼리 재미있게 사는 그런 이야기겠지'라고 미리 짐작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남자를 버리고, 아니 남자에게서 독립하여 '여자들만의 집'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오히려 남자들에게서 버림을 받고, 강하게 남자를 원하지만 남자들과 원만하게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그런 문제(?)를 가진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여왕이 사는 집'에 함께 거주한다. 그들의  75세'여왕'은 바흐를 사랑하는, 로열 오페라 <코펠리아>의 스텔라 역을 했던 발레리나다.  이 여자들이 사는 집은 열렬한 사랑에 빠진 이탈리아 남자가 그녀에게 선물한 집이다. 이 '여자들만의 집'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서로 다른 여자들이 살지만, 그들은 단 하나 '남자는 안돼!'로 뭉쳐진다. 이 집에 있는 오직 유일한 남성은 장 피에르라는 고양이.

그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통통 튀는 문장으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상처를 안고 있지만, 결코 우울하거나 칙칙하지 않다.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히는 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스럽다.

그런데 왜 이들이 남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거지?
이들의 성에 들어온 줄리엣은 만남 사이트를 통해 열심히 남성을 찾는다. 그동안 금기처럼 여겨졌던 '남자 이야기'를 한다. 과연 이들은 이 여성의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들은 앞으로도 쭉 남자 없이 살게 될까? 사랑은, 이들이 찾는 사랑은 무엇일까?

때로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상처가 너무 아프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찾는 외로운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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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음, 양억관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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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이 힘든 삶이라도 작은 위로만으로 어찌어찌 살아갈 힘을 얻는다. 특히 서로 살아온 환경도, 직업도, 모든 것이 다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아주 작은 부분만 발견하더라도 금세 마음이 열린다. 그렇게 겹쳐진 부분들이 나머지 나의 힘든 삶을 버텨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오노 마사쓰구의 <9년 전의 기도>는 그렇게 겹쳐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버텨나가는 이야기다. 제목이기도 한 <9년 전의 기도>는 고향을 떠나 외국인을 만나 살다가 그가 달랑 이국적으로 예쁘게 생긴 아들만 남겨 놓고 떠나버린 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사나에의 이야기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다른 아이 때문에 힘들지만, 부모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한다. 하지만, 9년 전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만난 밋짱에게 위로를 얻는다. 남들보다 부족하고 많이 모자란 자식과 환경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여유로워 보였던 밋짱 언니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갑자기 괴물처럼 변해 소리 지르는 아들을 키우는 시나에에게 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다.

그 마을을 찾아온 젊은이들, 이들 중에는 이 마을에 사는 마코토의 아들이 있다. 어려서 멀리 떨어져 서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의 생활을 도와주고 있던 이를 만나 위독한 어머니에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된 것처럼, 그렇게 서로 작은 겹침으로 인해 커다란 이불보처럼 서로를 따뜻하게 덮어 주는 관계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서로 조금씩 겹쳐져 커다랗고 포근한 손바느질로 연결된 퀼트 이불처럼 아름답고 따스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바닷가 마을 길을 돌아 만나는 이마다 서로 다른 사연을 품고 산다.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서로 의지하고 헤아리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가슴을 작게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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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지 않다 -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들을 위한 심리처방전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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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이번 신작 <나는 괜찮지 않다>는 역시 나르시시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감 부족이나 대인관계 장애의 원인이 나르시시즘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를 방황하는 여자들을 말하고 있다. 저자가 예를 들고 있는 많은 여인들은 거식증이거나 혹은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 그 기저에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이 있어 자기 회의나 깊은 열등감에 빠지게 하고 그것을 몸매와 얼굴 등 겉치장으로 상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만능 인간, 잘난 사람이 되라고 끝없이 가르치는 나르시시즘적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 사회가 우리를 타인으로부터도 소외시키지만, 특히 자기 자신을 매우 낯설게 느끼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면이 있다. 특히 밥을 먹는다는 것은 내면의 공허감을 채워주는 대안이 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조차 거의 평생을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백설공주의 계모처럼 타인의 인정을 갈망한다. 비록 거울을 들여다보며 '거울아, 거울아~'를 외치고 있지는 않지만, 주변인들을 통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끝없이 확인하고 있다. 만약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닐 때는, 그리고 나의 욕망이 투영된 대상이- 특히 자식-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이 책에서 백설공주의 동화를 재해석한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백설공주는 세 번이나 왕비의 유혹에 빠졌다. '거짓'자아의 유혹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다. 첫 번째 유혹은 가슴 끈으로 대변되는 것으로, 완벽주의와 매력적 외모를 상징하단.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이를 위해 욕구를 억누르고 꽉 끼는 코르셋으로 자기 몸을 옥죈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자기의 욕구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면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광고들이 많은데, 이들은 그러한 각종 비법들에 휘둘린다.... (중략) 그러나 세 번째 유혹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독이 든 사과는 '독이 든' 메시지와 자기애적 착취를 상징한다. 자기애적 착취는 착취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그 안의 독성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나르시시즘의 관점에서 볼 대 사과에 든 독은 사회적 성공과 외모를 상징한다. '진정한 자아'를 버리면서까지 자기 자신을 속이는 태도가 바로 독이다.

이 책의 백설공주에 대한 여러 재미있는 해석들은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지만, 억지로 짜 맞추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유리관을 옮기던 시종들이 덤불에 걸려 넘어지면서 백설공주가 목숨을 되찾게 되는데 이 시종들의 실수를 아이처럼 수동적 입장을 고수하는 여성에게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끊어버리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는 해석에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다는 말은 우리 모두가 새겨두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외모도 성공도 모두 자신이 잘 해서, 혹은 잘나서 그런 것처럼 해석되고 평가받는 요즘, 우리는 보다 더 겸손해져야 한다. 주어진 것과 자신이 힘써 이룬 것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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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심장 여행 - 생명의 엔진, 심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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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그리고 유익하다.
저자는 1988년생의 심장의학을 전공한 젊은 의학도로 그야말로 톡톡 튀는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는다.
심장이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연극, 매듭, 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 책은 이야기해준다. 나는 이 문장에 물음표를 표시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이 언급된 단어보다도 더 재미있는 문장을 많이 만나 결국 이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몸은 25세가 지나면 관상동맥(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 내벽에 벌써 잔여물이 쌓이며 굳기 시작한다고 한다. ㅠㅠ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니 부모님 세대는 여러 가지 건강 문제로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고 남편은 혈압이 높아서 매일 약을 먹는 그런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숨 쉬는 운동 말고는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고 있어 은근히 건강에 대한 걱정이 쌓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응급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특히 재미있는 설명에 키득대기도 하면서 .....
심장의 방실결절을 클럽 입구의 무서운 형님으로 묘사한달지, 교회 첨탑이 보이면 공동묘지가 멀지 않았다는 경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래의 그래프는 심전도를 나타낸다. 위에 있는 그래프는 정상이고 아래의 것은 비정상이다. 바로 이 비정상적인 그래프는 교회 첨탑의 모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모양이라면 위험하다.

정상적인
비정상적인

작가는 시종 유쾌하고 발랄한 농담을 섞어가며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심장에 위험한 여러 가지 것들-음주, 흡연 -을 아예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특히 약간의 술이 좋다는 말이 가진 문제점도 언급한다. 특히 흡연은 혼자서 위험천만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심장에 좋은 삶은 무엇일까?
희극이다. 많이 웃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기억해두어야 할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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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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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에 빠지면 그 작품을 쓴 작가의 모든 작품이 궁금하다. 나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고 그의 다른 책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뒤에 다른 어떤 책을 읽었는지, 곧 그저 기억의 저편으로 가버렸다. 맨 부커상에 대한 기대가 차오르던 때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강렬했다. 그리고 섬세했다. 그리고 다시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었다. 나에게는 <채식주의자>보다 <희랍어 시간>이 더욱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리고 그 뒤에 조금씩 한강의 작품을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대의 차가운 손>이다.

이 소설은 작가 H(한강 자신을 말하고 있는 듯 보인다)가 우연히 세 번 접하게 된 조각 작품을 만든 조각가를 한 연극의 뒤풀이에서 만난 뒤 알게 된 이야기다.  갑자기 사라진 조각가 장운형의 동생이 오빠가 기록한 글을 토대로 오빠를 찾다가 마지막으로 그의 글에 언급된 작가 H에게 연락을 하고, 오빠의 글을 보내온다. 글의 이야기는 조작가 장운형이 끌어가지만,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와 작품을 만들어가는 조각가는 서로 같은 인물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조각가가 글을 남겼으니.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조각가와 그의 동생을 제외하고는 이니셜로 등장한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했는지 궁금하다.

<그대의 차가운 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감추고 싶은 것, 숨기고 싶은 것-이 한 사람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지 보여준다. 장운형의 삼촌은 손가락이 잘렸다. 그 손가락 없음을 그는 보이지 않도록 하고 살면서 삐뚤어지고 포악하게 살다 죽는다. 조카인 장운형은 그의 장례식에서 그 감추었던 손을 본다.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 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진실은 불쌍한 것이었다. 저렇게 누추한 것이었다. 대대로 고이 물려받아온 보물이 실은 10원 한 장의 가치도 없는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나는 허전했다.

그게 뭐라고. 하지만 한발 떨어져 보는 이들에게는 그게 별게 아닐지라도 당사자들은 '전부'일 수 있다. 우연히 만난 뚱뚱한 대학생 L. 조각가는 그녀의 손에 끌린다. 그녀의 손으로 인해 조각가는 손을 떠서 석고상으로 만드는 것에 천착하게 된다. 아름다운 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손의 진실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청소년 시기 계부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뒤 먹는 것에 집착해서 거구의 몸이 되었다. 자신의 몸을 감추고 싶고 그것에서 탈출해버리고 싶은 그녀는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자 토하기를 거듭하면서 살을 빼기 시작한다.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단식과 운동에 그녀는 병적으로 집착해 건강을 잃게 된다.

손가락 없음이 감추고 싶은 내면의 진실이었던 삼촌과는 달리 손가락이 하나 더 있음(육손이)이 감추고 싶은 진실인 실내 인테리어 작가인 E.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진실(자신이 육손이였음)을 말했고, 그와 멀어졌다.

애정을 느끼지만 결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조각가 장운형은 겉이 아니라 그 안쪽을 보고 싶어 한다. 석고로 떠진 인체의 껍데기 속 텅 빈 공간이 말해주는 그 진실을 찾는 조각가의 눈에 자신이 만든 조각도 그리고 작가들이 쓰는 글도 실제의 삶과는 간극이 존재함이 보인다. 그래서 조금은 떨어져서 세상을 보는 그들에게 내면의 콤플렉스를 드러내 보이게 된다.

가면을 벗는 것, 차가운 손에 따스한 온기가 흐르는 것. 그것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그것이 결코 내 존재의 처음과 끝이 아님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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