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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의 기도
오노 마사쓰구 지음, 양억관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5월
평점 :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이 힘든 삶이라도 작은 위로만으로 어찌어찌 살아갈 힘을 얻는다. 특히 서로 살아온 환경도, 직업도, 모든 것이 다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아주 작은 부분만 발견하더라도 금세 마음이 열린다. 그렇게 겹쳐진 부분들이 나머지 나의 힘든 삶을 버텨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오노 마사쓰구의 <9년 전의 기도>는 그렇게 겹쳐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버텨나가는 이야기다. 제목이기도 한 <9년 전의 기도>는 고향을 떠나 외국인을 만나 살다가 그가 달랑 이국적으로 예쁘게 생긴 아들만 남겨 놓고 떠나버린 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사나에의 이야기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다른 아이 때문에 힘들지만, 부모에게서도 위로받지 못한다. 하지만, 9년 전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만난 밋짱에게 위로를 얻는다. 남들보다 부족하고 많이 모자란 자식과 환경을 안고 살아가야 하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여유로워 보였던 밋짱 언니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갑자기 괴물처럼 변해 소리 지르는 아들을 키우는 시나에에게 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다.
그 마을을 찾아온 젊은이들, 이들 중에는 이 마을에 사는 마코토의 아들이 있다. 어려서 멀리 떨어져 서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의 생활을 도와주고 있던 이를 만나 위독한 어머니에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된 것처럼, 그렇게 서로 작은 겹침으로 인해 커다란 이불보처럼 서로를 따뜻하게 덮어 주는 관계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서로 조금씩 겹쳐져 커다랗고 포근한 손바느질로 연결된 퀼트 이불처럼 아름답고 따스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바닷가 마을 길을 돌아 만나는 이마다 서로 다른 사연을 품고 산다.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서로 의지하고 헤아리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가슴을 작게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