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의 추천사만 읽었을 뿐인데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세돌이 단 한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뒤섞여 버린 색종이를 색깔별로 정리할 때의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바로 스페인 데이터 전문가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이라는 책이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숫자와 통계는 증거일 뿐,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나의 정보, 수천 개의 해석, 당신은 무엇을 읽고 어떻게 판별한 것인가?



빅 데이터 시대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치로 모든 것을 말한다.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수치는 한국 사회의 경제 수준을 말해준다. 하지만, 숫자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가 모두 정확한 것일까? 경성대 빅데이터응용통계학과 조재근 교수의 말처럼 ‘지금 우리가 데이터의 시대를 산다고들 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는 주장이나 기사들이 모두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는 것에 동의한다. 데이터는 정확함을 말하지만 데이터 리터러시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객관이 아니라 직관에 따라 해석하기도 하고 편향을 가지고 자신의 입맛대로 받아들인다.



이세돌의 추천사는 정확했다. 《직관과 객관》을 읽다보니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색종이를 분류하는 명쾌하고 깔끔한 기분이 든다.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은 바로 이것이다. 1) 세상의 복잡성을 인정하라, 2) 수치로 사고하라, 3) 표본의 편향을 막아라, 4) 인과관계의 어려움을 수용하라, 5) 우연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6) 불확실성을 예측하라, 7) 딜레마에도 균형을 유지하라, 8) 직관을 맹신하지 말라.


데이터의 정글. 한 마디로 말해 우리는 지금 데이터의 정글 속에서 무시무시한 숫자 놀음이라는 괴물이 매일 우리를 유혹한다. 이성의 언어 - 수치로 사고하라는 두 번째 챕터에서 <숫자 놀음의 기술> : 농구 선수를 외형이 아닌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의 이점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계에서도 컴퓨터 과학과 통계를 바탕으로 정량적 분석을 기반으로 농구 스카우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의 스카우트는 선수의 외형이나 나이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득점 수, 슈팅 성공률, 어시스트 수, 블록 수 등을 기록해 스카우트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측정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 상대 지표를 이용하라, 2) 문제마다 요구하는 일반적인 조정 사항을 고려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역사상 가장 높은 박스 오피스 수익을 기록한 영화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자. 28억 달러를 기록한 <어벤저스 : 엔드 게임>(2019)일까 아니면, 25억 달러를 기록한 <타이타닉>(1997)일까. 수치만 봐서는 28억 <어벤저스 : 엔드 게임>이 당연히 1위다. 저자는 1997년과 2019년의 물가 지수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7년의 <타이타닉>의 수익을 2020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4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결과는 달라진다. 수치는 일반적인 조정사항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500년 전에 이야기 한 미셸 드 몽테뉴의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을 가장 굳게 믿는다.”라는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이게 된다. 사실은 잘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들이 많다. 적은 데이터만으로 편견을 갖고 단순한 설명에 혹하고 거짓 인과관계를 쉽게 믿는다. 해외 여행을 하면 그러한 편향이 크게 작동한다. 아이와 엄마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 준 대만 사람의 친절을 받았을 뿐인데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더라’고 이야기한다. 책 속에 담긴 ‘직관은 언제나 고정관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말이 이럴 때 사용된다.

《직관과 객관》은 복잡한 생물인 유럽 뱀장어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스포츠 분야인 농구, 축구, 야구를 거쳐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수치와 통계 분석을 통해 인과성과 우연, 불확실성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한다. 스페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친구들과 데이터 기반 사회과하가 저널리즘 플랫폼인 ‘폴리티콘’을 설립하기도 하는 천재성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을 메우고 엔지니어라면 심리학자처럼 사고하고, 언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모든 것을 융합하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한 시대라고 주장한다. 복잡했던 머리가 단순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 아주 좋다.



#직관과객관 #책추천
#키코야네라스 #책 #서평
#오픈도어북스 #데이터분석
#이세돌추천 #빅데이터 #불확실성의시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음

어쩌다 보니 연애 소설이었네. 책에 진심인 터라 문학이라면 어떤 장르가 되든지 폭이 열려 있는 편이다. 그것이 연애 또는 사랑이라면 더더욱 몰입되는 건 몽글몽글해지는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작가가 서사를 잘해서일까. 빨간 하트와 함께 <연애 소설이 나에게>라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포켓북을 만났다. (포켓북은 주머이에 넣기 좋은 사이즈이며 실제로 주머니에 넣고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다) 책의 부제는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적혀 있다.

<연애 소설이 나에게>의 저자는 EBS에서 교양 PD로 일하고 있는 오정호 PD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불완전함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몽스북 출판사에서 연애 소설에 관한 에세이를 써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야한 소설’을 먼저 떠올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한 때 유행하는 이상형이 ‘다정하고 야한 남자(여자)’이라고 했었나.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치만 ‘야한 소설’이라고 하면 세속적이고, 노골적이기에 ‘연애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하며 여러가지 연애와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개념들을 담기로 한다.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조지 오웰’이 남긴 명문장에 한참을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사랑 이야기를 앞두고 달과 바다를 논하다니. <연애 소설이 나에게>라는 제목과 더불어 사랑에 있어 달과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왜 하필 조지 오웰의 수 많은 말들 중에 ‘닿을 수 없기 때문에 달은 아름답고, 무사히 건널 수 있다고 확실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다는 인상적이다.’라는 문장을 첫 페이지에 남겨 놨을까. 달의 아름다움과 바다의 인상적인 특징이 대비되면 자연스레 달이 비친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달빛 아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의 뒷모습? 연애 소설은 사랑스런 풍경에서 비롯된다.

연애 소설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직유법, 은유법 중에 은유법을 택할 때 효과는 배가 된다. ‘딸랑딸랑. 글자 사이로 철조망을 넘은 양들의 목에 걸려 있는 작은 종소리’는 은유법을 택했다. 저자에게 연애 소설 읽기는 마음 속 양들이 철조망을 넘어 안개 속 골짜기로 사라지는 행위라고 말한다. 상상하다보니 연애 소설은 읽는 행위가 이토록 다름다운 종소리였나 싶다. 연애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눈 앞에 직관적으로 펼쳐진다면 소설 속 연애는 ‘달콤한 목소리’, ‘차가운 시선’, ‘향기로운 추억’과 같이 시각과 후각, 청각, 촉각이 함께 느껴지는 공감각적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이토록 입체적인 효과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소설의 원작을 드라마나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파편, 발견, 향기, 침대, 온기, 타나토스, 구원 등 특히, 여섯 글자 미만의 차례가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제목을 보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좋아하다>에 관한 글이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저자가 찾은 흥미로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구 멸망의 순간, 탈출하는 우주선 앞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우주선에 함께 타고 싶으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고, 남은 빈자리 하나를 그에게 양보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그렇다. 우주선에 함께 탈 것인가, 아니면 남은 빈 자리를 양보할 것인가. 사랑은 희생이라는 단어를 포함한다. 다시금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정의를 생각해본다.


드라마 <러브 미>를 보며 연애와 사랑을 고찰한다. 평범한 4인 가족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빠른 전개는 암투병한 아내를 잃은 남자, 골드 미스 의사 첫째 딸(준경),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막내 아들, 이렇게 3명을 남긴다. 공통점은 3명 모두 연애와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다. 서로를 할퀴고 찢다가 다시 보듬어주고 안아주며 부둥켜 안고 운다. 마음이 저릿저릿해지는 순간들은 인간의 밑바닥을 봤을 때다. 이래도 되나? 싶은 죄의식, 죄책감에 휩싸일 때 사랑은 진짜 면모를 드러낸다. “소박한 행복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고 말하는 준경의 대사가
귓가를 맴돈다.


<연애 소설이 나에게>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난다. 작가의 개인적인 시선으로 선별된 연애 소설을 마구 가져온다. 20세기 전반의 사랑 이야기는 이디스 워튼 작가의 <이선 프롬>(1911), <여름>(1917)이다. 20세기 중반으로 가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195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 윌리엄 트레버 <그 시절의 연인들>(1978),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1984) 등이 나온다. (기존에 읽었던 작품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20세기 후반~21세기에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1991),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2008) 등이 대표적 작품으로 등장한다. 외국 연애 소설만 등장해서 아쉬운가 싶더니, 한국 현대 소설로 박범신 <주름>(2015), 정영수 <우리들>(2018), 이혁진 <사랑의 이해>(2019), 정영수 <내일의 연인들>(2020)이 나온다. (외국 소설과 한국 소설을 반반 정도 섞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애는 어렵다. 사랑은 더더욱 어렵다. 세상에 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연애를 꿈꾸고 사랑을 욕망한다. 그 속에서 좌절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선다.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고, 사랑으로 승화한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밑바닥까지 끌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작은 구원’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가슴 뛰게도 하고 몽글몽글하게 해 주는 연애는 서로를 구원해주는 일이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연애 소설을 읽지 못한다면 연애와 사랑에 대해 고찰하는 <연애 소설이 나에게>를 추천한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만날 수 있다.


#연애소설이나에게 #오정호 #몽스북
#몽스북에세이 #에세이 #사랑 #연애
#책추천 #추천도서 #책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예보 -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윤홍균 외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자, 지금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1부터 10까지 숫자 중에서 하나를 골라보고, 이유를 말해볼까요?"

수업 시작 시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많이 사용하는 마음 측정 기법이다.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행복한 아이들은 10이라는 숫자를 고른다. 1을 고른 아이들은 배도 고프고 졸리고 괴롭다며 말하기조차 싫어한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측정하고 표시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어떨까? 신호등 표시처럼 빨강, 노랑, 초록으로 간단하게라도 색깔이 표시되면 상대방에게 내 마음 상태를 다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저는 오늘 빨강(몸과 마음이 힘들고 괴롭습니다)이오니 말 걸지 말아주세요."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 

아홉 명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사용법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겉으로는 부유하고 행복해보이지만, 마음이 힘들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타인보다 더 높은 곳에 가야 한다는 끊임없는 경쟁 사회 속에서 도무지 갈 길을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울증, 자살, 이혼, 폭력, 중독 등 다양한 형태로 한국 사회가 SOS를 보내고 있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지 오래다. 긴급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홉 명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글을 썼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홉 명의 글은 이름하여 <마음 예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정서적 허기, 중독, 트라우마, 성취 강박...

번아웃 사회에서 치이고

상처 받는 우리들

<마음 예보> 뒷 표지 중에서 



아홉 명의 의사 선생님들은 정신건강 위기 속에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처방전이 무엇인지를 각자의 시선을 담아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편리함과 지식의 전파 속도는 빨라졌지만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공허하고 외롭다고 말한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반응이 빠른 무언가에게 달려간다. "있잖아요, Chat gpt가 내 이야기에 가장 공감을 잘해줘요. 반응 속도는 얼마나 빠르고 섬세한지요." 라며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화로 위로받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편으로, sns속에 비친 타인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00처럼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럭셔리 해외여행조차 가지 못하고, 그 흔한 샤* 명품백 조차 없으며, 성* 트*마제에서 살지 못하는지에 대한 자기비하가 시작된다. 그렇게 마음은 썩어 문드러진다. 



허기진 마음과 

도파민 중독을 너머

툴툴 털고 내일로 나아갈

마음의 힘을 되찾는 일

<마음 예보> 띠지 중에서 



포모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아는가?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 증후군은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만 어떤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라고 <마음 예보>는 설명하고 있다. 열등감과 불안감에 휩싸여서 타인을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 열심히 살려는 노력과 시도를 포기해 버림으로써 안온한 우리의 일상을 망치고 있다. "비교와 불안 중독"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맛있다는 누가 크래커를 구입하기 위해 가게 앞에 줄을 섰다. 한국인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누가 크래커를 여러 박스 구입하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며 자랑하는 모습이 바로 목격되었다. 그 당시 현금이 부족했기에 한 박스 밖에 살 수 없었던 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한국인은 무려 10박스 구입하고 가는데 크래커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작아지는가. 아예 줄 서지 말 걸 그랬어,라며 자책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현금이 없는 자신를 원망했다. 



우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그렇게 멋있지 않다. 

우리는 그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다. 

<마음 예보> 뒷 표지 중에서 



당신의 마음이 힘들고 외롭다면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윤홍균 선생님의 말이 와 닿는다. 일기 예보를 보면 최저 기온, 최고 기온과 함께 오늘의 날씨가 나온다. 그와 같이 마음 예보를 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에게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언제부터 미워하게 되었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음악은 들었는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을 시작으로 자신과의 연결을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sns를 하는 대신에 독서를 권한다. "그들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읽고, 느끼고, 즐겨보자. 그러다 보면 나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어진다."라며 책을 읽고 함께 나눌 사람들을 찾다보면 공감대 형성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특별한 반짝임이 

아닌 것 같다. 아이 유치원 버스를 태워주러 가는 길에

능소화가 핀다. 일 년에 일주일도 채 보기가 어렵다.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촉감이 주는 포근함을 놓치지 않으며

아이에게 그것이 능소화라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내가 아는 행복의 원리다. 

<마음 예보>, 144쪽 중에서 



<마음 예보>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4장 다른 이의 빛나는 삶을 좇는 우리들에게, 라는 제목의 이두형 선생님의 글이다. 마치 몸에 좋은 슴슴한 나물 반찬을 맛보는 기분이랄까. 우리는 남보다 '덜' 불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커뮤니티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은 끝없이 '비교'에 빠진다. 타인이 만든 '삶의 가장 반짝이는 순간을 모은 진열대'를 보면서 부러워하고 불안해 한다. 이두형 선생님은 '불안해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니, 다소 불안하고 고되더라도 나름의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다. 불안을 인정하는 삶, 불안을 안아주라는 말이 깊이 공감되었다. 두려움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으니 그것을 잘 다룰 수 있도록 꼭 안아주라는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다. '지극히 사적인 가치와 순간들에 늘 깨어 있고 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불안 사회를 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당신의 불안을 안아주는 책 <마음 예보>의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 




#마음예보 #윤홍균 #박진성 #하주원 

#이두형 #박종석 #지민아 #배승민 #차승민 #장광호

#흐름출판 #책 #서평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함

기 드 모파상은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자연주의 작가이자 단편소설의 거장이다. 작가 생활 10년 동안 300편이 넘는 단편을 남겼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절벽 마을. 모파상은 노르망디 해안 절벽 마을에서 여름을 보내며 자랐고, 노르망디 마을을 자신의 이야기 속에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스물 일곱부터 신경 질환을 앓았고 1893년 7월 6일, 파리에서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인간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욕망, 연민, 모성, 환상, 상처, 집착 등 14편의 작품을 엮은 책이 바로 『첫눈, 고백』 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날 것이 드러나는 일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 모파상에게 사랑은 인간 내면의 수치심, 멸시, 광기, 약함, 고독, 집착, 환상, 환멸의 다양한 형태로 옷을 갈아 입는다. 단편소설의 매력은 빠른 스토리 전개와 극적 반전이다. 모파상의 단편은 문장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맴도는 순간들이 많다. 통쾌한 결말 덕분에 지극히 평범하게 전반부를 끌어온 진부한 감정들은 싹 날아간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은 듯한 시원한 느낌도 든다. 진정으로 단편 소설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거장이 아닌가 싶다.

14편의 단편 소설의 작품 제목은 다음과 같다. 보석, 목걸이, 첫눈, 봄에, 달빛, 소풍, 고백, 텔리에의 집, 미친 여자,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시몽의 아빠, 쥘 삼촌, 들에서, 오를라. 각각 제목이 함축적이기에 첫 도입 장면부터 몰입할 수 밖에 없다. 모파상의 문장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고전은 역시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의 대향연이다.

개인적인 마음을 가득 담아 기 드 모파상의 14편의 작품들 중, 베스트 1, 2, 3위를 선정해보았다. 베스트 3위는 <목걸이>, 2위는 <보석>, 1위는 <봄에>로 정했다. 모파상을 대중에게 알린 <목걸이>는 파티에 사용하기 위해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를 파티에서 잃어버리는 이야기다. 허영과 욕망의 상징이 바로 목걸이다. 잃어버린 목걸이를 사려고 그녀는 뼈를 갈아 힘든 노동을 하게 되고 결국 목걸이를 구입해 친구에게 돌려준다. 그러다 몇 십 년 후에 다시 만난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 때 파티에 빌렸줬던 그 목걸이 가짜였다고. 값비싼 목걸이를 위해 남몰래 내다받친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반전이다. 그냥 그 목걸이 파티에서 잃어버렸다고 사실대로 말할 걸 그랬어.





<보석>은 부부의 사랑과 신뢰가 어떤 식으로 처참히 무너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에게 남편이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취미가 있다. 모조품 보석을 수집하는 것과 연극을 보는 일이다. 작품 <목걸이>에 사용되었던 가짜, 진짜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하며 극적 반전에 제대로 사용한다. 아내가 죽은 뒤 남편은 가난과 궁핍에 휩싸인다.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모조품 보석을 판매하게 되는데, 보석들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뭐지? 모조품이라며. 왜 다 진짜인건데. 알고보니 아내가 지녔던 보석들은 다른 남성에게 받은 선물들이었고 행실이 옳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간 아내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무너져내리며 남편은 진짜 보석들을 큰 돈으로 바꿔 재빨리 재혼을 한다. 연극도 본다. 다른 여자랑 그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은 그토록 짧았다. 도대체 사랑이란 뭔가. 사랑은 이기적이고 욕망은 솔직하다.


“프랑스 국민 여러분,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봄에> 소설 속 대화들이 너무나도 통통 튄다. 봄을 조심하십시오.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됩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프랑스에서 바토무슈 유람선을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낭만 그 자체의 행위, 게다가 계절이 봄이라면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다. <봄에> 소설 속 유람선을 탄 남자가 사랑에 빠지기 직전에 놓여 있다. 그의 눈에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고백할까 말까.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그에게 말한다. “조심하십시오.” 그에게 사랑을 조심하라고 외치며 간만에 만든 낭만적인 분위기를 모두 망쳐 놓는다. 너 뭐 돼? 이렇게 현실에 있음직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모파상 소설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모파상 단편소설 1위는 당연히 <봄에>가 되겠다. 소설의 분량은 짧으나 서사는 강력하며 읽기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모파상의 글쓰기는 플로베르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글쓰기의 천재성은 단편소설을 뚫고 나온다. 문장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뒷 이야기가 한없이 궁금해진다. 모파상처럼 유쾌하고 깔끔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는다.








#첫눈고백 #기드모파상 #머묾출판사
#단편소설집 #모파상 #봄에 #목걸이 #보석
#책 #서평 #머묾 #세계문학 #프랑스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고르는 기준들 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기준이 있다. 바로 책 제목이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라는 제목은 어떠한가? 책 제목만 읽어도 책 내용이 유추되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표현이다. 모티브에서 출간되는 세계철학전집은 직관적인 책 제목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말하는 20세기 분석철학의 대가 비트겐슈타인 편이 출간되었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오스트리아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활동한 철학자로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라는 책을 통해 언어의 세계와 사고의 관계를 사유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20세기 분석철학자답게 의미가 모호하고 표현 자체가 추상적인 말은 의미가 없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만이 있을 뿐이다. 질문을 함에 있어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구체화된 질문만이 의미 있다고 비트겐슈타인은 말한다. 말 그대로 언어의 모호함이 철학적 혼란의 원인이라 보았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말은 <논리철학논고>(1921년)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는 언어의 한계를 말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논리, 과학, 일상적인 사실 등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 가능한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선과 악, 삶의 의미, 형이상학적 진리, 궁극적 가치 등이다. “신은 존재한다”와 같은 말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말하려하면 오히려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고 보았다.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침묵 대신에 행동으로 실천하라고 말한다.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는 “언어와 그것들이 짜여 있는 활동들을 언어게임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하며 철학적 전환이 이루어진다. <철학적 탐구>(1953년)에는 언어게임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언어를 논리적 고정체계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규칙에 따라 사용하는 활동이고 그것을 게임에 비유했다. 그 사례들이 묶이는 방식으로 가족유사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가족들끼리 눈매가 닮았다 등 공통적으로 겹치는 유사성을 찾으면 된다. 철학이란 정확한 정의를 내리려 하지 말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면 충분하다. 즉, 본질을 찾는 대신 언어의 사용을 보면 된다.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의 혼란이 커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언론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낚시성 제목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바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했을 것이다. 모호한 말로 구차하게 말하려 하지 말고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일이 낫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를 통해 또 하나의 가르침을 배운다. 혹시, 말로 인해 삶이 괴로운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루드비히비트겐슈타인 #세계철학전집시리즈
#당신의말이곧당신의수준이다 #모티브출판사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명언 #책 #철학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