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흡입력있는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제목은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이다. 이 책이 출간 되기 전에 쌤앤파커스에서 표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내가 그 중에 좋은 의견으로 선정되어 선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최종 결정된 표지를 보니 어디를 응시하는 듯한 한 소녀가 있고, 미얀마식 전통 의상을 입은 듯 해보이며 그 주변에는 꽃잎들이 예쁘게 흩날리고 있다. 아, 예쁘다. 이 소설은 2002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서점 주인과 독자들의 입소문 만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사실, 입소문만으로 화제가 되기는 힘든 출판 시장이다) 그리하여 현재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얀 필립 젠드커로 특파원 시절 방문했던 미얀마인들을 떠올리며 소설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속의 배경은 미얀마인 것이다. 아빠의 심장 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두 살 배기 아들의 경험에서 탄생했다는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은 잔잔한 사랑이야기이다.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앞이 보이지 않는 틴윈과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밍이다. 즉, 맹인 남자와 걷지 못하는 여자와의 사랑이야기. 책장을 넘기는 내내 머릿속에는 그들의 사랑을 상상해보았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말하는 것임을 그들은 증명해보이고 있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의 이야기 시작은 틴윈의 딸인 줄리아가 아버지의 유품 중 미밍에게 쓴 편지를 보게 되고, 아버지를 찾으러 (그리고 사랑했던 미밍을 찾으러) 뉴욕에서 미얀마로 떠난다. 사실 줄리아는 틴윈의 딸이긴 하지만 틴윈의 진짜 아내는 틴윈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태어난 줄리아는 아버지의 진짜 사랑했던 여자를 찾으러 간다. 그 와중에 우 바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아버지 틴윈과 그 때 만난 사랑하는 여인 미밍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틴윈은 11월 토요일에 태어났다. 미얀마에서 토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재수없는 아이로 낙인찍혀있다. 틴윈은 그렇게 재수없다는 낙인을 받고 태어난다. 틴윈을 낳은 엄마는 수치스러움으로 틴윈을 바라보고,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틴윈을 버린다. 버림받는 틴윈은 이웃집 수치라는 여인에게 가게 된다. 수치라는 여인 또한 유일한 자식이 태어나자 마자 죽었고, 남편도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난 비극의 인물이다. 그러한 슬픔을 가득 지닌 수치가 틴윈을 자식처럼 보살피는 모습이 얼마나 애잔한지 모른다. 미신과 전설 따위는 믿지 않는 수치는 재수없는 아이로 눈이 멀어버린 틴윈을 만나면서 그의 적극적인 편이 되어준다. 틴윈은 그 순간 수치의 사랑이 받으며 세상을 발견해나간다.

 

수치는 틴윈을 수도원으로 이끌며 우 메이라는 수도승을 만나게 해준다.

 "사물의 참된 본질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라고 틴윈에게 위로 아닌 진리를 이야기해준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의 대사가 생각나게한다.

"우리는 오히려 감각기관 때문에 길을 잃지.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은 우리를 잘 속인다

우리는 지나치게 눈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거든.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믿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단지 껍데기일 뿐이란다.

사물의 참된 성질, 사물의 본질을 볼 줄 알아야해."라고 말해주는 우 메이로 인해 틴윈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한다.


틴윈은 자연의 일부를 듣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바로 옆에서 나는 숨소리를 듣게 되고,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부드러운 노크 소리 등을 듣는다. 그러다 노크 소리 처럼 들리는 '쿵쿵'소리를 듣게 되는게 그게 바로 미밍이라는 걷지 못하는 소녀의 심장소리였던 것이다. 운명처럼 만난 그 두사람의 이야기는 서로가 알기 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듯한 친밀감을 갖게 한다. 맹인 틴윈과 걷지 못하는 미밍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속도는 시속 200km 정도 되는 듯하다. 서로의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틴윈은 미밍의 발이 되어주고, 미밍은 틴윈의 눈이 되어주는 절묘한 조화. 그 두 사람은 어떠한 조건도 없다. 그저 마음으로 진득하게 사랑을 알아간다. 그 과정을 묘사해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너 없이는 한시도 견딜 수가 없어"

"떨어져 있으면 난 슬퍼져, 네가 없으면 어디를 가도 그래. 네가 나를 등에 업지 않고 걸을 때도. 우리가 서로 팔베개를 하지 않고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우리가 나란히 누워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매일 아침마다"

 

틴윈과 미밍의 사랑 속에 시련도 찾아오고, 어려움도 찾아온다. 하지만 미밍을 향한, 틴윈을 향한 서로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덕분에 더위도 잊고 이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요즘 사랑은 조건이 너무 많아서 탈인, 진짜 심장박동이 뛰뜻 '두근두근'한 사랑이 아닌, 그런 연애홍수시대 속에서 "사랑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소설을 만났다. 실제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떨까? 충분히 제작 될 수 있는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올 여름 달콤할 정도로 비극적인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을 만나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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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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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무림 비급을 후대에 전하는 사파 고수의 마음으로 쓴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수 작가는 고수의 마음을 장착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희귀종이라고 부른다. 직장은 삼십 대 초반에 퇴직, 공대를 나와 인문, 사회 분야의 전업 작가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의 아내는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부부가 함께 글을 쓰는 삶을 산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글쓰는 일을 한다면 어떨까.
(이하 가상 대화)
글 시작했어?
오늘 어디까지 썼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는데?
(밥 먹다 말고 잠깐만)
나 글감이 떠올라.
밥은 이따 먹을테니까 글 쓰고 올게.
어? 나도.

잠깐 상상해 봤다.
하하하.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한순간의 생각을 문장으로 남긴다. 반면 책을 쓴다는 건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주제 선율을 세우고, 그 변주를 구상하며, 악장마다 리듬과 색체를 달리하면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프롤로그, 5페이지 중에서


비유가 찰떡이다.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에 밑줄을 쫙 긋는다. 쇼팽과 바흐가 만들었던 선율을 떠올려본다. 자신의 감정을 음표에 담아 오선지에 그려내는 일.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다. 피아노 선율로 하나씩 건반을 누르며 들리는 음악에 빠지며 창작의 기쁨을 맛보리라.



책을 쓴다는 건 글을 쓰는 일보다 확장의 시간이다. 쇼팽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면 듣는 이의 마음에 감동이 일어난다. 이처럼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짓고 교향곡을 내 놓는다.


글은 책상 머리에서 나오는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진짜 뛰어들어 땀 흘리는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고 임승수 작가는 말한다. 조지 오웰이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의 삶을 살아내고, 에밀 졸라도 그리했다. 글을 위해 살아내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임승수 작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택했던 방식이 쉽고 재미있다. 예를 들어, 킹크랩과 샴페인의 조합이 훌륭했다. 킹크랩의 식감을 되새기다가 제주도에서 봤던 주상절리를 떠올린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메모를 시작한다. 제주도에 얽힌 개인사 + 킹크랩찜의 식감에서 연상되는 제주도 주상절리. 이렇게 두 가지의 소재를 쓰면서 ‘초자연적 의지의 절대적인 힘’으로 킹크랩 맛을 정의 내린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글쓰기 참 쉽죠?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폼 잡지 않고, 실질 조언으로 꽉 채운 책이라고 적힌 뒷표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글이 잘 안 써지면 이렇게 한 번 해 봐, 글 써보고 이야기 하자. 책 출간하고 싶으면 출간 기획서는 이렇게 써 보는 건 어때. 응? 이렇게 하나씩 알려주는 책이다. 단맛 쓴맛, 책 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저자 자신의 순수한 책 쓰기, 책 출판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신뢰도는 100%일 수 밖에 없다. 간만에 사이다를 한 잔 마신듯한 시원한 책을 만났다. 세상에 태어나 꼭 한번 책을 내고 싶은 당신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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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북하우스 #책쓰기
#서평 #책 #책쓰기노하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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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태주의 인생 시집 1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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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12월인가.
겨울을 앞두고 몸살이 났다. 입천장은 까지고 물만 마셔도 쓰라린 상태. 식은 땀이 나고 어지러웠다. 고함량 비타민을 입에 털고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내리 잤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 되니 주변에 둔 책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토록 좋아하는 책도 건강해야 눈에 들어오는 상황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제목만 봐도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나태주의 인생시 모음집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가 그러하다. 12월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뭘 했다고 12월인가. 그치만 나태주 시인은 시로 토닥여준다. 참 잘했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뭘 더 잘하려고 하냐고. 몸도 탈이 난 걸 보니 힘들었나보다. 충분히 잘했으니 이제 쉬어도 된다고 위로해준다.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
실수도, 서툰 것도 너의 인생,
잘했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는 나태주의 인생 시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5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쓴 시를 다시 모아서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했다. 나태주 선생님의 일급 독자인 김혜원 작가가 엮은 시선집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첫 번째 책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라고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시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나태주 시인의 섬세함이 담겨 있다. 시인이기 이전에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학교에서 근무하셨던 것도 아이들을 위한 사랑이 항상 있었으리라. 청소년들을 향한 마음을 처음으로 엮어 낸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조금은 손해 보는 삶을
생각해 보리라 이 가을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한 일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일이 없었나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해준 일은 없었나
조금은 천천히 걸으며 숨 쉬며
뒤돌아보리라 이 가을엔
지난 여름 나의 편협 나의 아집
나의 성급함 나의 속단
장롱 속에 눅진 옷가지들을 꺼내어
햇볕에 말리우듯
그것들을 꺼내어 말리우리라
이 가을엔.

- 「이 가을엔」 , 나태주

지금이 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
그런데 그걸 너만 모르지. (좋은 때)
<좋은 때> 시를 읽다가 아나운서 이금이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40대 이금이가 50대 인생 선배님을 만나서 밥을 먹다가질문했다고 한다. 40대 인생은 어떤지에 대해서. 그랬던 인생 선배님이 하시는 말이 "40대가 인생에서 제일 즐거울 때야. 즐겨라"라고. 10년 뒤, 50대 이금이가 다시 60대 인생 선배님을 만나서 같은 질문을 했다. 선배님은 다시 "50대가 인생에서 제일 즐거울 때야."라고. 맞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다. 그런데 그걸 나만 모르고 있다. 힘들거라고, 괴로울거라고 미리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좋은 때가 언젠가 올거라고 기다리기만 한다.


나태주 시인을 문학 강연에서 뵌 적이 있다. <풀꽃>을 쓴 시인의 언어는 어떨까? 하면서 기대감에 나태주 시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근엄할 것 같았던 편견이 싹 지워지고 친근한 옆집 아저씨 느낌이었다. 만나면 곧바로 웃으며 인사 받아주시는 옆집 아저씨. 그런데 유명한 시인이다. 어떻게 하면 나태주 선생님처럼 멋진 시를 쓸 수 있을까? 그저 상상만하며 멀게 느껴졌던 분이 옆에 앉아 계시는 순간이었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스페인의 인상주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명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책표지부터 시작해 책 속에 가득 배치되어 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주한 호아킨 소로야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생각나는 순간. 빛의 순간을 포착한 호아킨 소로야와 햇살 같은 문장을 짓는 나태주의 시와 함께 만나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의 바다랄까. 마치 스페인 바닷가에서 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동양과 서양이 손잡은 환상의 콜라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돌아보니 2025년은 시와 친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봄에는 시인을 만나 수업을 듣고 즉석 시를 썼다.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은 시 필시로 더위를 잊었다. 이메일로 시를 보내주는 [우리는 시를 사랑해] 는 세상을 보는 지평을 넓혀주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나태주 시인의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로 마무리하게 된 것도 감사하다. 아름다운 시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손 끝으로 필사를 하며 꼭꼭 씹어 마음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몸도 마음도 분주한 12월은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와 함께 시 필사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시간 보내시길 추천한다.

#나태주 #인생시집 #시선집 #인생3부작
#자존감 #자기애 #위로 #힐링 #풀꽃
#참잘했다그걸로충분하다 #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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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표지율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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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학교에 가는 나.
내 친구랑 같이 급식을 먹는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배를 움켜쥐는 내 친구. 급기야 학교에 119 구급차가 온다. 친구는 구급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교실은 이상한 곳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 딱 맞다. 친구의 텅 빈 책상 위를 바라볼 때 마다 친구랑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난다.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배 아픈 건 괜찮아진 걸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친구가 왔다.
그런데, 문어가 되어서 왔다. 친구들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걸 보고 놀려댔다. 빡빡머리라고 놀리는 아이들이 너무나 야속했다. 다들 진짜 나쁘다. 절대 창피해하지마. ‘귀여워서 괜히 그러는 거야. 동글동글 매끈매끈 네 머리가 얼마나 귀여운데.’ 남들이 보지 못하는 친구의 장점을 찾아주는 내가 너무나 대견하다. 문어가 된 친구는 다시 활짝 웃는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다. 네가 웃으면 나도 같이 웃어.


내 친구 문어가 병원에서 얼마나 힘든 시절을 보냈는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수술도 잘 견뎌내고 주사도 잘 맞고 밥도 잘 먹었겠지? 그저 상상만 해 본다. 기억을 떠올려본다. TV 프로그램에서 아픈 친구가 병원에서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있는 걸 본 적이 있다. 화면 한 귀퉁이에는 전화 한 통에 화면에 나오는 아이를 위한 사랑의 모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 친구 문어도 그런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어에게 가졌던 일말의 질투들도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친구가 단원평가 100점 맞았을 때 앞에선 축하하고 뒤에서 샘을 냈다. 머리핀을 한 친구가 예뻐서 똑같은 머리핀을 사고 엄마가 사준 거라고 거짓말을 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싶다. 그 외에도 말하지 못하는 게 많다.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는 저자 표지율의 이야기이다. 아팠고, 머리 숱이 빠지는 항암치료를 견디며 문어처럼 되어 많이 힘들었다. 그 순간, 위로해 줄 진짜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는 처음에 웃으며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웃음기가 사라지는 그림책이다. 그래도 귀엽게 상황을 마무리 한 표지율 작가님 덕분에 웃으며 마무리할 수도 있다. 어른들은 문어가 무엇을 비유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항암치료를 잘 이겨냈다는 것아다. 과연, 아이들도 문어의 비유를 잘 알까? 신기하게도 매스컴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가발을 쓰거나 털모자를 쓴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친구, 관계, 우정 등의 주제를 던지며 이야기 나누면 좋은 그림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에게 빡빡머리라고 내뱉는 말은 언어 폭력이라는 점도 함께 나눠주시길 바란다. 찬 바람이 서늘한 12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으로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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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 - 청소년을 위한 세계 여행 가이드 창비청소년문고 44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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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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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별보러 가지 않을래?
여행 지리.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인 여행과 지리라는 단어의 결합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여행 지리는 2022 개정교육과정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고등학교 교과목이다. 여행 지리를 한 마디로 말하면, 여행을 통해 만나는 온갖 종류의 경험을 지리학과 함께 배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지형, 기후 등 자연 환경과 문화, 건축 등 인문 환경에 대해 배운다.

저자 최재희는 현재 고등학교 지리 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세계를 누비는 여행자이기도 하다. 단순한 여행자의 시각이 아닌 지리학 전공자가 바라보는 여행지는 아무래도 깊이가 다르다. 핫플레이스를 다니는 것을 거부한다. 산, 강, 바다라는 자연 환경과 함께 정치, 경제가 포함된 인문 환경, 공간의 역사 등에 대해 파헤친다.


혹시, 공간 감수성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공간 감수성은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장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갖는 분위기·맥락·역사·사용자 경험을 민감하게 느끼고 해석하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공간이 주는 느낌과 의미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 했는지 상상하는 일은 공간 감수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여행 지리는
여행을 통해 만나는
온갖 종류의 경험을
지리학과 함께
배우는 과목입니다


에티오피아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없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커피. 커피의 본 고장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종의 기원지이다. 저자 최재희는 커피 애호가의 시선으로 아디스아바바행 비행기를 타고 볼레 국제공항에 내린다. 노점 커피상에 찾아가 커피를 주문하자 전통 의상을 입은 커피상이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드린다. 왜 기도를 드리는 것일까? 에티오피아에는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커피 접대 문화가 있다. 이를 <분나 마프라트>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도를 드리고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한다. 에티오피아는 커피 원산지인 까닭에 세계적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없다. 커피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준다. 커피 애호가인 당신이 에티오피아에 간다면 칼디스 커피점을 기억하자.


빙하와 화산이 한 나라에 같이 있는 나라는?

정답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책 속 <여행자를 위한 지리 상식> 코너에서는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에 대한 지리적 설명을 더한다. 뉴질랜드 북섬은 화산 지형 즉, 불의 섬이라고 하며, 남섬은 빙하 지형으로 얼음의 섬이라고 한다. 이는 판의 경계에 놓여 있기 떄문이다. 판과 판이 만나는 지역에 서던 알프스산맥이 형성되었다. 열과 압력이 작용하는 화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산맥 사이의 좁고 긴 호수판은 서로 미끄러지면서 날카로운 상처 같은 곳에 물이 차서 만들어졌다. 뉴질랜드의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그냥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었구나 싶다.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의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나라의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출발해 뉴욕, 인도, 프랑스, 도쿄, 브라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뉴질랜드, 폴란드까지 세계 곳곳을 구석구석 다니기에 방구석에서 간접 세계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E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여행 지리 교과서 버전이라고 해야할까. 비록 책으로 접하는 여행은 간접 경험이지만 언젠가 떠나게 될 진짜 의미 있는 여행으로 찾아 오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지리를 알면 여행이 보인다>는 여행 지리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혹은 교사들에게, 지리를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프랑스 파리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만난 폴란드 커플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바르사뱌에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고 미술사를 전공했다고 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도 모르게 폴란드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밀려오더라. 책에 등장하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다크투어리즘을 떠나고 싶은 소망을 담아 본디. 책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폴란드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다. 책이 주는 나비효과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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