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흡입력있는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제목은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이다. 이 책이 출간 되기 전에 쌤앤파커스에서 표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내가 그 중에 좋은 의견으로 선정되어 선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최종 결정된 표지를 보니 어디를 응시하는 듯한 한 소녀가 있고, 미얀마식 전통 의상을 입은 듯 해보이며 그 주변에는 꽃잎들이 예쁘게 흩날리고 있다. 아, 예쁘다. 이 소설은 2002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서점 주인과 독자들의 입소문 만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사실, 입소문만으로 화제가 되기는 힘든 출판 시장이다) 그리하여 현재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얀 필립 젠드커로 특파원 시절 방문했던 미얀마인들을 떠올리며 소설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속의 배경은 미얀마인 것이다. 아빠의 심장 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두 살 배기 아들의 경험에서 탄생했다는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은 잔잔한 사랑이야기이다.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앞이 보이지 않는 틴윈과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밍이다. 즉, 맹인 남자와 걷지 못하는 여자와의 사랑이야기. 책장을 넘기는 내내 머릿속에는 그들의 사랑을 상상해보았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말하는 것임을 그들은 증명해보이고 있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의 이야기 시작은 틴윈의 딸인 줄리아가 아버지의 유품 중 미밍에게 쓴 편지를 보게 되고, 아버지를 찾으러 (그리고 사랑했던 미밍을 찾으러) 뉴욕에서 미얀마로 떠난다. 사실 줄리아는 틴윈의 딸이긴 하지만 틴윈의 진짜 아내는 틴윈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태어난 줄리아는 아버지의 진짜 사랑했던 여자를 찾으러 간다. 그 와중에 우 바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아버지 틴윈과 그 때 만난 사랑하는 여인 미밍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틴윈은 11월 토요일에 태어났다. 미얀마에서 토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재수없는 아이로 낙인찍혀있다. 틴윈은 그렇게 재수없다는 낙인을 받고 태어난다. 틴윈을 낳은 엄마는 수치스러움으로 틴윈을 바라보고,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틴윈을 버린다. 버림받는 틴윈은 이웃집 수치라는 여인에게 가게 된다. 수치라는 여인 또한 유일한 자식이 태어나자 마자 죽었고, 남편도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난 비극의 인물이다. 그러한 슬픔을 가득 지닌 수치가 틴윈을 자식처럼 보살피는 모습이 얼마나 애잔한지 모른다. 미신과 전설 따위는 믿지 않는 수치는 재수없는 아이로 눈이 멀어버린 틴윈을 만나면서 그의 적극적인 편이 되어준다. 틴윈은 그 순간 수치의 사랑이 받으며 세상을 발견해나간다.

 

수치는 틴윈을 수도원으로 이끌며 우 메이라는 수도승을 만나게 해준다.

 "사물의 참된 본질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라고 틴윈에게 위로 아닌 진리를 이야기해준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의 대사가 생각나게한다.

"우리는 오히려 감각기관 때문에 길을 잃지.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은 우리를 잘 속인다

우리는 지나치게 눈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거든.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믿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단지 껍데기일 뿐이란다.

사물의 참된 성질, 사물의 본질을 볼 줄 알아야해."라고 말해주는 우 메이로 인해 틴윈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한다.


틴윈은 자연의 일부를 듣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바로 옆에서 나는 숨소리를 듣게 되고,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부드러운 노크 소리 등을 듣는다. 그러다 노크 소리 처럼 들리는 '쿵쿵'소리를 듣게 되는게 그게 바로 미밍이라는 걷지 못하는 소녀의 심장소리였던 것이다. 운명처럼 만난 그 두사람의 이야기는 서로가 알기 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듯한 친밀감을 갖게 한다. 맹인 틴윈과 걷지 못하는 미밍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속도는 시속 200km 정도 되는 듯하다. 서로의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틴윈은 미밍의 발이 되어주고, 미밍은 틴윈의 눈이 되어주는 절묘한 조화. 그 두 사람은 어떠한 조건도 없다. 그저 마음으로 진득하게 사랑을 알아간다. 그 과정을 묘사해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너 없이는 한시도 견딜 수가 없어"

"떨어져 있으면 난 슬퍼져, 네가 없으면 어디를 가도 그래. 네가 나를 등에 업지 않고 걸을 때도. 우리가 서로 팔베개를 하지 않고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우리가 나란히 누워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매일 아침마다"

 

틴윈과 미밍의 사랑 속에 시련도 찾아오고, 어려움도 찾아온다. 하지만 미밍을 향한, 틴윈을 향한 서로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덕분에 더위도 잊고 이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요즘 사랑은 조건이 너무 많아서 탈인, 진짜 심장박동이 뛰뜻 '두근두근'한 사랑이 아닌, 그런 연애홍수시대 속에서 "사랑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소설을 만났다. 실제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떨까? 충분히 제작 될 수 있는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올 여름 달콤할 정도로 비극적인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을 만나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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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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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독일 문학의 천재 작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대표적인 작품 <변신>이 출간 110주년이 되었다. 그레고리 잠자가 하루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설정은 11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벌레로 변했다는 것의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한 때 인터넷에서는 '엄마,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했다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 유행했다. 카프카의 <변신>의 모티브를 자신에게 대입하며 존재의 하찮음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존재로 봐 줄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나는 정말 외로워야만 합니다.

내가 이룩해 놓은 것은

단지 고독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학과 관계없는 모든 것을 증오합니다.

프란츠 카프카 


올해 <변신> 110주년을 맞이해 소담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카프카 단편선은 3편이 담겨 있다. 수록된 순서는 <화부>, <선고>, <변신>이며, 카프카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역자 후기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번역가는 중앙대 독문학 박사로 독일 부퍼탈 대학을 졸업한 전문 번역가 배인섭이다. 카프카의 글은 전체적으로 난해한 면이 있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품과 시대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넌 버림받는 기분이었을 거야. 그때 화부를 만났고, 이제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거야. 물론 그것은 기특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지는 말아라.그리고 지금 너의 입장도 생각을 해야지."

<화부>, 외삼촌 야콥의 말 중에서 


<화부>는 열여섯 살의 카를 로스만이 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 배에서 내리다가 우산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난 카를 로스만은 배에서 우연히 배에서 화부(난로지기)가 직업인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는 배에서 일하며 불공정한 일을 당해 불만이 상당하다. 이유 없이 해고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카를 로스만은 남자를 대신해 정의의 사도가 되어 나선다. 흥분하는 화부와는 달리 논리 정연하게 말을 잘하는 카를 로스만, 그러다 우연히 외삼촌을 만난다. 외삼촌은 상원 의원으로 선장과의 친분도 있다. 외삼촌은 뜬금없이 카를 로스만에 대해 폭로한다. 가정부가 카를 로스만을 유혹해서 아이를 낳았고 카를 로스만의 부모는 양육비 지불을 피하고, 나쁜 소문이 미칠까 두려워 카를 로스만을 미국으로 매몰았던 것이라고. 이 과정에서 화부의 문제가 흐지부지 되면서 카를 로스만은 외삼촌이 마련한 보트를 타고 떠나게 된다. 


<화부>는 부당한 권력과 억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구조적 폭력이 정당화됨을 알 수 있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제대로 된 정의는 찾아 볼 수 없다. 카를 로스만이 이를 도우려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야콥 외삼촌의 등장으로 인해 카를 로스만은 정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저 모르는 화부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네 문제나 해결하라는 식으로 끝나버린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부당한 권력과 억압은 누가 깨뜨릴 수 있는가? 약자의 목소리는 소멸되기 쉽다. 이방인인 카를 로스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선고>(1912)는 주인공이 러시아에 사는 친구에게 자신의 약혼 소식을 편지로 전할지 고민한다. 편지와 관련해 주인공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너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물에 빠져 죽어라."고 아버지가 말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죽음을 선고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저 위선적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절대적인 명령이라 생각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아버지의 말대로 행한다. 왜 아들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말에 복종했을까? 이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아니라 절대적인 권위에 의한 일방적인 선고였으며 아들을 근거 없는 파멸로 이끌었다. 이러한 내용의 원인은 프란츠 카프카가 실제로 아버지를 두려워했다고 전해지며 약한 아들과 절대적인 아버지의 구조가 <선고>에 투사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변신>은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한다.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반응이 주요 포인트다. 벌레로 변한 것에 충격을 받고 연민 상태였다가 점차 부담을 느끼고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급기야 사과를 던져 벌레를 죽이려드는 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세일즈맨으로 가족의 경제를 담당했던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되자 가족들 속에서 소외되는 건 시간 문제다. 여동생이 그나마 최선을 다해 벌레를 돌봐주지만 점차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버둥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그레고르 잠자를 보며 우리 시대의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은 근거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구조적 폭력이 느껴진다. 화부가 당한 부정의를 아무도 받아주려하지 않고, 아버지의 선고에 부당한 이유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아들의 모습, 벌레가 되어 죽여 마땅한 대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그러하다. 110년 전의 단편 소설임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콘크리트처럼 변하지 않는 인식과 절대적 권력, 복종, 권위라는 무거운 장벽들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프란츠카프카의 3편의 소설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단편선을 엮어 출간하려 했다고 전한다. 따로 읽히기도 하지만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아들>이라는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프란츠카프카식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정의는 어디서 살아 숨쉬고 있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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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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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무림 비급을 후대에 전하는 사파 고수의 마음으로 쓴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승수 작가는 고수의 마음을 장착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희귀종이라고 부른다. 직장은 삼십 대 초반에 퇴직, 공대를 나와 인문, 사회 분야의 전업 작가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의 아내는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부부가 함께 글을 쓰는 삶을 산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글쓰는 일을 한다면 어떨까.
(이하 가상 대화)
글 시작했어?
오늘 어디까지 썼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는데?
(밥 먹다 말고 잠깐만)
나 글감이 떠올라.
밥은 이따 먹을테니까 글 쓰고 올게.
어? 나도.

잠깐 상상해 봤다.
하하하.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한순간의 생각을 문장으로 남긴다. 반면 책을 쓴다는 건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주제 선율을 세우고, 그 변주를 구상하며, 악장마다 리듬과 색체를 달리하면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프롤로그, 5페이지 중에서


비유가 찰떡이다.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에 밑줄을 쫙 긋는다. 쇼팽과 바흐가 만들었던 선율을 떠올려본다. 자신의 감정을 음표에 담아 오선지에 그려내는 일.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다. 피아노 선율로 하나씩 건반을 누르며 들리는 음악에 빠지며 창작의 기쁨을 맛보리라.



책을 쓴다는 건 글을 쓰는 일보다 확장의 시간이다. 쇼팽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면 듣는 이의 마음에 감동이 일어난다. 이처럼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짓고 교향곡을 내 놓는다.


글은 책상 머리에서 나오는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진짜 뛰어들어 땀 흘리는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고 임승수 작가는 말한다. 조지 오웰이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의 삶을 살아내고, 에밀 졸라도 그리했다. 글을 위해 살아내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임승수 작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택했던 방식이 쉽고 재미있다. 예를 들어, 킹크랩과 샴페인의 조합이 훌륭했다. 킹크랩의 식감을 되새기다가 제주도에서 봤던 주상절리를 떠올린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메모를 시작한다. 제주도에 얽힌 개인사 + 킹크랩찜의 식감에서 연상되는 제주도 주상절리. 이렇게 두 가지의 소재를 쓰면서 ‘초자연적 의지의 절대적인 힘’으로 킹크랩 맛을 정의 내린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글쓰기 참 쉽죠?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폼 잡지 않고, 실질 조언으로 꽉 채운 책이라고 적힌 뒷표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글이 잘 안 써지면 이렇게 한 번 해 봐, 글 써보고 이야기 하자. 책 출간하고 싶으면 출간 기획서는 이렇게 써 보는 건 어때. 응? 이렇게 하나씩 알려주는 책이다. 단맛 쓴맛, 책 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저자 자신의 순수한 책 쓰기, 책 출판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신뢰도는 100%일 수 밖에 없다. 간만에 사이다를 한 잔 마신듯한 시원한 책을 만났다. 세상에 태어나 꼭 한번 책을 내고 싶은 당신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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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태주의 인생 시집 1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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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12월인가.
겨울을 앞두고 몸살이 났다. 입천장은 까지고 물만 마셔도 쓰라린 상태. 식은 땀이 나고 어지러웠다. 고함량 비타민을 입에 털고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내리 잤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 되니 주변에 둔 책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토록 좋아하는 책도 건강해야 눈에 들어오는 상황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제목만 봐도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나태주의 인생시 모음집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가 그러하다. 12월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뭘 했다고 12월인가. 그치만 나태주 시인은 시로 토닥여준다. 참 잘했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뭘 더 잘하려고 하냐고. 몸도 탈이 난 걸 보니 힘들었나보다. 충분히 잘했으니 이제 쉬어도 된다고 위로해준다.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
실수도, 서툰 것도 너의 인생,
잘했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는 나태주의 인생 시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5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쓴 시를 다시 모아서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했다. 나태주 선생님의 일급 독자인 김혜원 작가가 엮은 시선집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첫 번째 책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라고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시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나태주 시인의 섬세함이 담겨 있다. 시인이기 이전에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학교에서 근무하셨던 것도 아이들을 위한 사랑이 항상 있었으리라. 청소년들을 향한 마음을 처음으로 엮어 낸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조금은 손해 보는 삶을
생각해 보리라 이 가을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잘못한 일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일이 없었나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해준 일은 없었나
조금은 천천히 걸으며 숨 쉬며
뒤돌아보리라 이 가을엔
지난 여름 나의 편협 나의 아집
나의 성급함 나의 속단
장롱 속에 눅진 옷가지들을 꺼내어
햇볕에 말리우듯
그것들을 꺼내어 말리우리라
이 가을엔.

- 「이 가을엔」 , 나태주

지금이 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
그런데 그걸 너만 모르지. (좋은 때)
<좋은 때> 시를 읽다가 아나운서 이금이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40대 이금이가 50대 인생 선배님을 만나서 밥을 먹다가질문했다고 한다. 40대 인생은 어떤지에 대해서. 그랬던 인생 선배님이 하시는 말이 "40대가 인생에서 제일 즐거울 때야. 즐겨라"라고. 10년 뒤, 50대 이금이가 다시 60대 인생 선배님을 만나서 같은 질문을 했다. 선배님은 다시 "50대가 인생에서 제일 즐거울 때야."라고. 맞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다. 그런데 그걸 나만 모르고 있다. 힘들거라고, 괴로울거라고 미리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좋은 때가 언젠가 올거라고 기다리기만 한다.


나태주 시인을 문학 강연에서 뵌 적이 있다. <풀꽃>을 쓴 시인의 언어는 어떨까? 하면서 기대감에 나태주 시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근엄할 것 같았던 편견이 싹 지워지고 친근한 옆집 아저씨 느낌이었다. 만나면 곧바로 웃으며 인사 받아주시는 옆집 아저씨. 그런데 유명한 시인이다. 어떻게 하면 나태주 선생님처럼 멋진 시를 쓸 수 있을까? 그저 상상만하며 멀게 느껴졌던 분이 옆에 앉아 계시는 순간이었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스페인의 인상주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명작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책표지부터 시작해 책 속에 가득 배치되어 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주한 호아킨 소로야의 아름다운 그림들이 생각나는 순간. 빛의 순간을 포착한 호아킨 소로야와 햇살 같은 문장을 짓는 나태주의 시와 함께 만나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의 바다랄까. 마치 스페인 바닷가에서 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동양과 서양이 손잡은 환상의 콜라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돌아보니 2025년은 시와 친구가 되는 시간이었다. 봄에는 시인을 만나 수업을 듣고 즉석 시를 썼다.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은 시 필시로 더위를 잊었다. 이메일로 시를 보내주는 [우리는 시를 사랑해] 는 세상을 보는 지평을 넓혀주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나태주 시인의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로 마무리하게 된 것도 감사하다. 아름다운 시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손 끝으로 필사를 하며 꼭꼭 씹어 마음으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몸도 마음도 분주한 12월은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와 함께 시 필사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시간 보내시길 추천한다.

#나태주 #인생시집 #시선집 #인생3부작
#자존감 #자기애 #위로 #힐링 #풀꽃
#참잘했다그걸로충분하다 #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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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표지율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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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학교에 가는 나.
내 친구랑 같이 급식을 먹는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배를 움켜쥐는 내 친구. 급기야 학교에 119 구급차가 온다. 친구는 구급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교실은 이상한 곳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빈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 딱 맞다. 친구의 텅 빈 책상 위를 바라볼 때 마다 친구랑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난다.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배 아픈 건 괜찮아진 걸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친구가 왔다.
그런데, 문어가 되어서 왔다. 친구들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걸 보고 놀려댔다. 빡빡머리라고 놀리는 아이들이 너무나 야속했다. 다들 진짜 나쁘다. 절대 창피해하지마. ‘귀여워서 괜히 그러는 거야. 동글동글 매끈매끈 네 머리가 얼마나 귀여운데.’ 남들이 보지 못하는 친구의 장점을 찾아주는 내가 너무나 대견하다. 문어가 된 친구는 다시 활짝 웃는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고맙다. 네가 웃으면 나도 같이 웃어.


내 친구 문어가 병원에서 얼마나 힘든 시절을 보냈는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수술도 잘 견뎌내고 주사도 잘 맞고 밥도 잘 먹었겠지? 그저 상상만 해 본다. 기억을 떠올려본다. TV 프로그램에서 아픈 친구가 병원에서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있는 걸 본 적이 있다. 화면 한 귀퉁이에는 전화 한 통에 화면에 나오는 아이를 위한 사랑의 모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 친구 문어도 그런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어에게 가졌던 일말의 질투들도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친구가 단원평가 100점 맞았을 때 앞에선 축하하고 뒤에서 샘을 냈다. 머리핀을 한 친구가 예뻐서 똑같은 머리핀을 사고 엄마가 사준 거라고 거짓말을 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싶다. 그 외에도 말하지 못하는 게 많다.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는 저자 표지율의 이야기이다. 아팠고, 머리 숱이 빠지는 항암치료를 견디며 문어처럼 되어 많이 힘들었다. 그 순간, 위로해 줄 진짜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는 처음에 웃으며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웃음기가 사라지는 그림책이다. 그래도 귀엽게 상황을 마무리 한 표지율 작가님 덕분에 웃으며 마무리할 수도 있다. 어른들은 문어가 무엇을 비유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항암치료를 잘 이겨냈다는 것아다. 과연, 아이들도 문어의 비유를 잘 알까? 신기하게도 매스컴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가발을 쓰거나 털모자를 쓴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친구, 관계, 우정 등의 주제를 던지며 이야기 나누면 좋은 그림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에게 빡빡머리라고 내뱉는 말은 언어 폭력이라는 점도 함께 나눠주시길 바란다. 찬 바람이 서늘한 12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으로 <어느 날, 문어가 되어 버린 내 친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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