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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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흡입력있는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제목은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이다. 이 책이 출간 되기 전에 쌤앤파커스에서 표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내가 그 중에 좋은 의견으로 선정되어 선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최종 결정된 표지를 보니 어디를 응시하는 듯한 한 소녀가 있고, 미얀마식 전통 의상을 입은 듯 해보이며 그 주변에는 꽃잎들이 예쁘게 흩날리고 있다. 아, 예쁘다. 이 소설은 2002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서점 주인과 독자들의 입소문 만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사실, 입소문만으로 화제가 되기는 힘든 출판 시장이다) 그리하여 현재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얀 필립 젠드커로 특파원 시절 방문했던 미얀마인들을 떠올리며 소설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속의 배경은 미얀마인 것이다. 아빠의 심장 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두 살 배기 아들의 경험에서 탄생했다는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은 잔잔한 사랑이야기이다.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앞이 보이지 않는 틴윈과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밍이다. 즉, 맹인 남자와 걷지 못하는 여자와의 사랑이야기. 책장을 넘기는 내내 머릿속에는 그들의 사랑을 상상해보았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말하는 것임을 그들은 증명해보이고 있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의 이야기 시작은 틴윈의 딸인 줄리아가 아버지의 유품 중 미밍에게 쓴 편지를 보게 되고, 아버지를 찾으러 (그리고 사랑했던 미밍을 찾으러) 뉴욕에서 미얀마로 떠난다. 사실 줄리아는 틴윈의 딸이긴 하지만 틴윈의 진짜 아내는 틴윈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태어난 줄리아는 아버지의 진짜 사랑했던 여자를 찾으러 간다. 그 와중에 우 바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아버지 틴윈과 그 때 만난 사랑하는 여인 미밍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틴윈은 11월 토요일에 태어났다. 미얀마에서 토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재수없는 아이로 낙인찍혀있다. 틴윈은 그렇게 재수없다는 낙인을 받고 태어난다. 틴윈을 낳은 엄마는 수치스러움으로 틴윈을 바라보고,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틴윈을 버린다. 버림받는 틴윈은 이웃집 수치라는 여인에게 가게 된다. 수치라는 여인 또한 유일한 자식이 태어나자 마자 죽었고, 남편도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난 비극의 인물이다. 그러한 슬픔을 가득 지닌 수치가 틴윈을 자식처럼 보살피는 모습이 얼마나 애잔한지 모른다. 미신과 전설 따위는 믿지 않는 수치는 재수없는 아이로 눈이 멀어버린 틴윈을 만나면서 그의 적극적인 편이 되어준다. 틴윈은 그 순간 수치의 사랑이 받으며 세상을 발견해나간다.

 

수치는 틴윈을 수도원으로 이끌며 우 메이라는 수도승을 만나게 해준다.

 "사물의 참된 본질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라고 틴윈에게 위로 아닌 진리를 이야기해준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의 대사가 생각나게한다.

"우리는 오히려 감각기관 때문에 길을 잃지.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은 우리를 잘 속인다

우리는 지나치게 눈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거든.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세상을 믿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단지 껍데기일 뿐이란다.

사물의 참된 성질, 사물의 본질을 볼 줄 알아야해."라고 말해주는 우 메이로 인해 틴윈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한다.


틴윈은 자연의 일부를 듣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바로 옆에서 나는 숨소리를 듣게 되고,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부드러운 노크 소리 등을 듣는다. 그러다 노크 소리 처럼 들리는 '쿵쿵'소리를 듣게 되는게 그게 바로 미밍이라는 걷지 못하는 소녀의 심장소리였던 것이다. 운명처럼 만난 그 두사람의 이야기는 서로가 알기 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듯한 친밀감을 갖게 한다. 맹인 틴윈과 걷지 못하는 미밍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속도는 시속 200km 정도 되는 듯하다. 서로의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틴윈은 미밍의 발이 되어주고, 미밍은 틴윈의 눈이 되어주는 절묘한 조화. 그 두 사람은 어떠한 조건도 없다. 그저 마음으로 진득하게 사랑을 알아간다. 그 과정을 묘사해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너 없이는 한시도 견딜 수가 없어"

"떨어져 있으면 난 슬퍼져, 네가 없으면 어디를 가도 그래. 네가 나를 등에 업지 않고 걸을 때도. 우리가 서로 팔베개를 하지 않고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우리가 나란히 누워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매일 아침마다"

 

틴윈과 미밍의 사랑 속에 시련도 찾아오고, 어려움도 찾아온다. 하지만 미밍을 향한, 틴윈을 향한 서로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덕분에 더위도 잊고 이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다. 요즘 사랑은 조건이 너무 많아서 탈인, 진짜 심장박동이 뛰뜻 '두근두근'한 사랑이 아닌, 그런 연애홍수시대 속에서 "사랑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소설을 만났다. 실제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떨까? 충분히 제작 될 수 있는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올 여름 달콤할 정도로 비극적인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을 만나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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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교사가 만든 가장 쉬운 캔바 수업 활용! 캔바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 교사를 위한 캔바 수업 활용 진짜 AI 1
이서영 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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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에듀테크는 무엇일까? 바로 캔바이다. 2013년에 공개된 이후 누구나 쉽게 디자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직관적 도구이다. 블로그나 영상 콘텐츠 썸네일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영상 등을 제작할 수 있어 활용도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학교에서도 가정통신문을 비롯해 수업 자료, 업무 문서, 협업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Canva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현직 교사 4명이 만든 캔바 활용법이 담겨 있다. 




Canva 무엇이든 만들  있다』는 캔바의 도구적 기능보다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속에서 캔바가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 참여형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지원하는 최적의 에듀테크로 소개하고 있다. 그저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직접 캔바를 만들어보고 배우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수업 활용 꾸러미에 담겨 있는 학급 안내장 예시 큐알 코드가 담겨 있어 마음껏 편집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스마트하고 스타일리시한 가정통신문 발송은 이 책에 모두 들어있다. 




Canva 무엇이든 만들  있다』의 핵심은 4장이다. 4장은 함께 나누고 모으는 Canva 공유  과제 수합  기능에 대해 4.1. Canva 공유 기능 톺아보기, 4.2. Canva 똑똑하게 과제 관리하기로 구성된다. 여기서 교실 속 구체적인 수업 사례학생 과제 배포제출피드백공유까지 한 번에 완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요즘 학생들은 파워포인트를 많이 사용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캔바를 주로 사용한다. 수업 발표를 할 때 캔바의 프레젠테이션 기능을 활용해 재생한다. 발표자 메모도 볼 수 있고, 수업 내용을 녹화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캔바 라이브 기능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청중이 질문을 입력할 수 있기에 참여형 수업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캔바 사용이 단순 안내 포스터 제작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Canva 무엇이든 만들  있다』를 통해 협업, 공유, 수업 과제 관리, 피드백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큐알 코드 하나로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다양한 예제 큐알 코드(진로 로드맵 화이트보드로 배우는 캔바, 수학 여행 일정 시트로 배우는 캔바, 1일 1영어 문장 대량 제작 등)는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큰 선물처럼 다가온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캔바! 『Canva로 무엇이든 만들  있다』 책 한 권만 있으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Canva로무엇이든만들수있다

#이서영 #유상숙 #양지현 #이상현 #광문각출판미디어 #캔바 #캔바수업활용

#책추천 #에듀테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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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이명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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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내 아이가 나아지지 않고 영원히 아플 거라는 사실과 그 애의 엄마가 나라는 사실, 이 두개의 수정될 수 없는 사건은 내가 맺고 있던 관계들을 골고루 건드렸다. 가정 먼저 변한 건 사건의 전날까지 내가 나라고 믿었던 나와의 관계다.”

카페에 가서 온종일 책 읽고 싶은 날이 있다. 어떤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를 가방에 담았다.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앞 띠지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움직이지도, 보지도 못한 채 열세 살이 된 아이를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동안 수없이 물었던 관계에 관한 질문들”이라고 적혀 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의 엄마가 이명희 작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장을 펴기 전에 먼저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이다.

커피가 나왔다. 카페라떼 한 모금을 마신다.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를 읽기 전에 심호흡 같은 의식이다.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닦을 수 있도록 화장지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엉엉 울 준비를 마친 상태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대뜸 이명희 작가가 오래된 친구 두 명에게 손절 당한 이야기로 책의 첫 장을 장식한다.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관계를 끊을 수 밖에 없었던 당혹스러움이 담겨 있다. 한 편으로는 손절한 친구의 용기(?)에 감탄을 했다고 하는데, 질질 끄는 관계가 아니라 결단력이 있는 용기를 높이 산다는 맥락이었다. 아, 이 분의 내공이 상당하구나 싶었다. 저자 약력을 보니 대학에서 경영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능력이 있구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생이 뭐 하나는 감당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인 줄도 모르고>에서는 이명희 작가는 친정 엄마의 눈동자를 읽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2박 3일 춘천 여행을 함께 가기로 한 날에 친정 엄마는 여행을 안 갈 거라고, 안 가도 괜찮다고 말한다. 친정 엄마는 감기에 걸려 있었다. 괜히 춘천 여행을 가서 안 그래도 약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원망의 대상이 될테니 안 가도 괜찮다고 말한 것이다. 엄마의 의중은 반대였다. 가방에는 이미 2박 3일을 보낼 여벌옷이 들어 있었다. 결국 친정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린 딸은 누구를 탓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얼 선택하고 무얼 책임질지 따져본 뒤,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사고를 단순화 하는 것.”

인생이 참 어렵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늘 찾아온다. 인생은 밸런스 게임. 하나를 선택하면 뭐 하나는 꼭 감당해야 한다. 친정 엄마와의 관계도 밸런스 게임이다.

<보이는 것 그 너머에> 마지막 장에서 카페라떼 옆에 두었던 화장지를 사용했다. 장애 정도를 재판정 받아야 한다는 구청에서의 우편물. 중증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재판정 받는 장면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퇴원 후 집중재활치료를 위해 재입원을 하기 위해 드나들었던 병원의 공기, 온도, 상황들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는 오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와, 명준이 정말 많이 컸네요. 네, 선생님. 어떻게 지내요.” 아는 얼굴이 보이고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 평가를 위해 질문을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답을 알고 있을 때의 평화는 놀라울 만큼 달콤한 것.”이라는 표현에서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명준이의 안녕, 어머니의 안녕이 병원에서 확인되는 순간이다. 신생아 때와는 달리 몸집이 제법 커진 명준이가 할아버지 품에서 잠이 들어 병원을 나오는 순간을 머릿 속으로 그려본다. 그렇게 안녕.


“살면서 단 하나의 단어만 말할 수 있다면, 안녕을 고르겠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흔히 묻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불확실성이 가득한 앞날에 함축적인 축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안녕, 두 글자에 혐오와 사랑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용서하게 되는 시간들. 손절한 친구와의 우정도 안녕, 명준이를 잘 키워낸 저자 이명희에게도 안녕, 주변 사람들에게도 안녕. 그렇게 안부를 하나씩 확인한다. 카페를 나오니 찬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눈물을 흘려서인지 개운하고 시원한다. 책을 읽으며 치유 받는 시간,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덕분이었다. 12월에는 주변을 돌아보며 안녕이라는 안부를 자주 물어보기로 마음 먹는다.



#너에게안녕을말할때 #이명희에세이 #에세이추천 #위로 #인간관계 #에세이 #샘터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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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 성취 중독에서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가는 인생 경영 전략 20
야마구치 슈 지음, 박세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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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제목만으로 머리에 망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든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정체된 삶을 뚫기 위해 어떤 인생을 살고 싶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인생이 뭐 있어, 그냥 사는 거지 뭐. 이렇게 쉽게 대답하고 싶지 않다. 올 한 해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처럼 스르륵 손가락 사이 사이로 움켜쥔 모래들이 빠져나간다. 당신은 성취 중독인가?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무언가를 이뤄야지만 해냈다고 생각하는 강박 속에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가는 인생 경영 전략 20가지를 제시한다.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

겉으로는 모순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인생 전략으로는 이보다 깊이 있는 조언도 드물다. '뱀같이 지혜롭게'라는 말은 세상의 통념이나 감언이설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며 판단하는 지혜와 분별력을 갖추라는 뜻이다.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말은 지위나 돈처럼 덧없는 것에 빼앗기지 말고, 자신맘의 미적 감각과 윤리 의식을 지키라는 의미다. 예수 역시 사랑하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며, 서로 다른 두 인생관을 아우르는 제3의 길을 당부했다. 나 또한 이 말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43쪽 중에서


회사에 경영 전략이 필요하듯이 인생에도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전략 변수는 '시간 자본'이다. 시간 자본을 적절히 배분해서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요성을 인지했다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시간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부자, 회사 승진, 사회적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다. 언제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좋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사는 것이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야마구치 슈가 시간 배분에 대한 강조를 하는 이유는 저자 자신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목표가 하나씩 실행됨에도 인생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진심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부러움을 의식한 선택들이었고 이는 시간 도둑이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독자들을 위해 재차 강조한다. '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 시간 도둑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훈1. 계절마다 합리적인 행동은 달라진다.

교훈2. 인생은 단계에 따라 맡는 역할과 기여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교훈3. 인생에서는 단기적 합리성보다 장기적 합리성이 훨씬 중요하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중에서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눈다. 인생의 봄(20대), 인생의 여름(30~40대), 인생의 가을(50~60대), 인생의 겨울(70대~)이다. 여기서 3가지 교훈을 강조한다. 인생의 계절마다 합리적 행동은 달라진다. 인생은 단계에 따라 맡는 역할과 기여 방식이 달라진다. 장기적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점이다. 인생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말에 동의한다. 처음 세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고 낙심하지 말고, '전략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검증하고 수정할 때 비로소 강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해외 여러 나라들과 일본을 비교해 보면, 일본에는 유독 '아무리 노력한들 타고난 재능이나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이길 수는 없다'는 선입견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듯하다.특히 '타고난 머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이는 영미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고 방식이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151쪽 중에서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한들 타고난 재능과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의 인터뷰를 봤다. 대학교수와 초등학교 교사 부모님 사이의 우월한 유전자.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수능 만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댓글들이 지배적이었다. 재능과 감각을 선천적인 것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스테레오타입이다. 일본도 '타고난 머리'를 중시하며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그보다는 얼마나 즐겼는지가 답이다. 공자가 말한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는 불확실한 시대에 불확실성을 인생으로 끌여 거센 파도를 즐기며 타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파도를 피하거나 두려워하다보면 시간 도둑이 찾아올 뿐이다. 인생이라는 파도타기에 즐겁게 서핑을 하라고 권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중독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하나는 성과 중독, 또 하나는 칭찬 중독. 성과에 매몰되어, 주변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2025년을 마무리하는 때, 야마구치 슈의 질문이 더욱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원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의 일독을 권한다. 빈말 안하고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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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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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독일 문학의 천재 작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대표적인 작품 <변신>이 출간 110주년이 되었다. 그레고리 잠자가 하루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벌레로 변해버렸다는 설정은 11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벌레로 변했다는 것의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한 때 인터넷에서는 '엄마,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했다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 유행했다. 카프카의 <변신>의 모티브를 자신에게 대입하며 존재의 하찮음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존재로 봐 줄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나는 정말 외로워야만 합니다.

내가 이룩해 놓은 것은

단지 고독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학과 관계없는 모든 것을 증오합니다.

프란츠 카프카 


올해 <변신> 110주년을 맞이해 소담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카프카 단편선은 3편이 담겨 있다. 수록된 순서는 <화부>, <선고>, <변신>이며, 카프카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역자 후기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번역가는 중앙대 독문학 박사로 독일 부퍼탈 대학을 졸업한 전문 번역가 배인섭이다. 카프카의 글은 전체적으로 난해한 면이 있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품과 시대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넌 버림받는 기분이었을 거야. 그때 화부를 만났고, 이제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거야. 물론 그것은 기특한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지는 말아라.그리고 지금 너의 입장도 생각을 해야지."

<화부>, 외삼촌 야콥의 말 중에서 


<화부>는 열여섯 살의 카를 로스만이 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 배에서 내리다가 우산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난 카를 로스만은 배에서 우연히 배에서 화부(난로지기)가 직업인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는 배에서 일하며 불공정한 일을 당해 불만이 상당하다. 이유 없이 해고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카를 로스만은 남자를 대신해 정의의 사도가 되어 나선다. 흥분하는 화부와는 달리 논리 정연하게 말을 잘하는 카를 로스만, 그러다 우연히 외삼촌을 만난다. 외삼촌은 상원 의원으로 선장과의 친분도 있다. 외삼촌은 뜬금없이 카를 로스만에 대해 폭로한다. 가정부가 카를 로스만을 유혹해서 아이를 낳았고 카를 로스만의 부모는 양육비 지불을 피하고, 나쁜 소문이 미칠까 두려워 카를 로스만을 미국으로 매몰았던 것이라고. 이 과정에서 화부의 문제가 흐지부지 되면서 카를 로스만은 외삼촌이 마련한 보트를 타고 떠나게 된다. 


<화부>는 부당한 권력과 억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구조적 폭력이 정당화됨을 알 수 있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제대로 된 정의는 찾아 볼 수 없다. 카를 로스만이 이를 도우려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야콥 외삼촌의 등장으로 인해 카를 로스만은 정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저 모르는 화부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네 문제나 해결하라는 식으로 끝나버린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부당한 권력과 억압은 누가 깨뜨릴 수 있는가? 약자의 목소리는 소멸되기 쉽다. 이방인인 카를 로스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선고>(1912)는 주인공이 러시아에 사는 친구에게 자신의 약혼 소식을 편지로 전할지 고민한다. 편지와 관련해 주인공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너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물에 빠져 죽어라."고 아버지가 말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죽음을 선고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저 위선적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절대적인 명령이라 생각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아버지의 말대로 행한다. 왜 아들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말에 복종했을까? 이 또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아니라 절대적인 권위에 의한 일방적인 선고였으며 아들을 근거 없는 파멸로 이끌었다. 이러한 내용의 원인은 프란츠 카프카가 실제로 아버지를 두려워했다고 전해지며 약한 아들과 절대적인 아버지의 구조가 <선고>에 투사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변신>은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한다.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반응이 주요 포인트다. 벌레로 변한 것에 충격을 받고 연민 상태였다가 점차 부담을 느끼고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급기야 사과를 던져 벌레를 죽이려드는 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세일즈맨으로 가족의 경제를 담당했던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가 되자 가족들 속에서 소외되는 건 시간 문제다. 여동생이 그나마 최선을 다해 벌레를 돌봐주지만 점차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버둥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는 그레고르 잠자를 보며 우리 시대의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은 근거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구조적 폭력이 느껴진다. 화부가 당한 부정의를 아무도 받아주려하지 않고, 아버지의 선고에 부당한 이유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아들의 모습, 벌레가 되어 죽여 마땅한 대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그러하다. 110년 전의 단편 소설임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콘크리트처럼 변하지 않는 인식과 절대적 권력, 복종, 권위라는 무거운 장벽들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프란츠카프카의 3편의 소설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단편선을 엮어 출간하려 했다고 전한다. 따로 읽히기도 하지만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아들>이라는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프란츠카프카식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대에 정의는 어디서 살아 숨쉬고 있는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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