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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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안녕이라는 말을 대신한다. 2023년 4월, 작가 폴 오스터는 사망했다. 그렇게 영원히 안녕. 소설이라는 장르 속으로 푹 빠지게 해 준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달의 궁전』은 청소년이었던 나에게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뭐지?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게다가 소설가의 외모 중에는 탑클래스였기에 소설 속으로 빠져들기에는 충분했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한 폴 오스터는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를 남기고 떠났다.



2025년 4월 즈음 열린책들에서는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를 출간한다. 2025년 4월 30일에 초판 1쇄 발행된 이후, 내가 마주한 책은 2026년 1월 25일 개정판 1쇄이다. 원래 표지(바움가트너 일러스트 커버)도 몽환적이지만, 더욱더 새로운 표지 디자인(애나 일러스트 리커버)으로 개정되어 출간되었다. 아울러, 소설가 김연수의 <굿바이, 폴>이라는 폴 오스터를 향한 팬레터(!)가 수록되어 있는 버전이다. 작가들의 스타였던 폴 오스터의 마지막 글이 귀하고 또 귀하다. 읽으며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이유도 귀한 글을 아껴 읽느라 그랬으리라.


『바움가트너』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은퇴를 앞둔 교수 바움가트너가 아내 애나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난 후 그녀를 애도하며 또 다른 이들을 만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간단한 서사를 지녔지만 쉽지는 않다. 바움가트너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와 애나의 이야기들이 가지를 뻗어 나가며 서사의 줄기를 확장한다. 한 번만 더 헤엄을 치겠다고 했던 애나를 말렸어야 했을까. 그 책임은 바움가트너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폴 오스터의 소설 『바움가트너』를 키워드로 표현하면 상실, 애도, 환지통, 기억, 시간, 삶, 정체성, 우연, 기회, 걱정, 삶의 본질, 수수께끼, 운전, 죽음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터라 바움가트너가 느끼는 “환지통”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환지통은 신체의 일부를 잃은 사람이 이미 없는 팔이나 다리에서 통증이나 감각을 느끼는 현상이다. 애나를 잃었지만 바움가트너는 그을린 냄비를 보며, 그녀 옷들을 개며, 모래가 많은 땅에서 담요를 펼치고 애나의 빛나는 얼굴을 떠올린다.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시인이자 작가인 애나가 (생전 책을 출판하지 않고) 남기고 간 글들을 볼 때마다, 환지통은 슬픔의 지속성, 기억이 만들어 낸 가짜 현재, 상실감으로 남아 현재를 간섭하는 목소리로 바움가트너를 살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애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주디스를 만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꽃다발을 준비해 청혼을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주디스가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바움가트너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로, 운전대를 잡으면 어디로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신호가 움직이는대로 가게 되는 걸까. 운전만큼 예측 불허의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도로에 갑자기 고라니가 뛰어 들기도 하고. 바움가트너도 운전에 있어서 엄청난 ‘걱정 인형’이라는 점이 엿보인다.

자동차(automobile)는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 움직이는 생물이기도 하다. 사람으로서의 차, 차로서의 사람. 바움가트너는 자동차에서 은유적 엔진을 발견하며 두 가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생각들을 가져와 하나의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관념으로 뭉뚱그린다. 바움가트너 속 4부로 나누어지는 <운전대의 신비>에 대한 글쓰기 작업에 등장하는 은유가 흥미롭다. <오토 정비 입문>, <모터 시티에서의 고장>, <파괴 경주>, <자율 주행차라는 신화>의 제목 속에는 허구, 진짜 사건, 우화, 비유, 철학적 수수께끼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다. 하나씩 은유를 풀어 해치는 과정들 속에서 바움가트너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바움가트너』의 끝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된다. 일흔 둘의 바움가트너는 애나의 작품을 연구하는 젊은 여성 연구자 비어트릭스 코언을 기다린다. 엄청난 시간을 운전해서 온다는 그녀를 기다리다 못해 신경이 곤두서있는 채로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사슴을 피하기 위해 나무 한 그루와 부딪히며 이야기가 끝났지만 바움가트너 모험담의 마지막 장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일흔 둘의 노교수 바움가트너는 비어트릭스 코언이라는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될까, 아니면 애나를 따라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일까, 훗날 애나의 글은 젊은 여성 연구자 비어트릭스 코언에 의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바움가트너의 첫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태운 냄비를 냅다 들어 올리다 손을 데는 바움가트너, 계단을 헛딛여 균형을 잃고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찧는 그의 비명 소리가 ‘축축한 바닥에서 뒤틀린다’. 환지통만큼이나 고통스러운 물리적 충격들을 초반에 연달아 보여주며 그의 운명이 어떻게 향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비되는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자율 주행차의 운전대를 생각할 때 앞으로 우리의 운명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굿바이, 폴- 그렇게 바움가트너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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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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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함 


오직 그대뿐이다.

안녕

<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


공기, 물, 불, 흙이 모이면?

캡틴 플래닛이 아니고 <나는 그대의 책이다>가 완성된다. 특별한 책의 저자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출판사 서평에는 <우주를 탐험하며 새롭게 발견하는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이라고 적혀 있다. 책의 원제는 '여행의 책'이다. 더욱이 지난 프랑스 여행 중 지하철 광고판에서 마주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 광고는 더없이 반가웠다. 마치 옛날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소설 <개미>를 시작으로 <타나토노트>, <문명>, <뇌>, <잠> <기억> 등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공기, 물, 불, 흙이 모여 어떤 에너지를 창조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지상의 어느 한 곳에서

『여행의 책』을 읽고 있는 그대는

분명히 현실 속에 있지만,

그대의 정신은

책 속에 투영된 꿈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덧붙인다.

깨어 있으면서 동시에

꿈을 꿀 수 있게 되는 것,

인류는 어쩌면 그런 쪽으로

진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대의 책이다>, 176쪽, 베르나르베르베르


"우리 여행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겪은 일은 생각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 듯하다. 물속이 편안하고 아늑해 보인다. 그 물에서 미역을 감고 싶은 욕구가 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몸과 마음은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쉴 수 없는 상태이다. 갑옷과 투구를 벗고, 방패를 내려놓고 칼을 허공에 던지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씩 짊어지고 있는 거추장스러움을 벗어던지라고 권한다.


독자여,

그대는 이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세계와 우주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니고

바로 그대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그대의 책이다>, 57쪽, 베르나르베르베르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나는 그대의 책이다>에 담긴 메시지는 난해하다. 4원소설은 고대 그리스 엠페도클레스가 만물을 흙, 불, 물,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 원소이론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공기, 흙, 불, 물로 구성된 세계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공기의 세계에 들리는 배경음악은 바흐의 교향곡이다. 이 세계와 우주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바로 그대 자신이다.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대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대 뿐이라고 말한다.

흙의 세계에서는 G코드 혹은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가 배경음악이다. 갈색 면지가 너른 대지 혹은 단단한 토지를 상징한다. 흙은 진정한 <자기 집>으로 이끈다. 이는 일이 잘 안 될 때면 언제라도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집이다. 대기권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관념들의 구름을 정신권이라고 한다. 정신권의 특징은 자주성을 지닌다. 흙의 세계는 주체적이다.

불의 세계에서는 투쟁, 전쟁을 다룬다. 빨간 면지에 타자기 폰트를 마주한다. 누구와 싸우는가? 개인적인 적과 싸운다. 체제나 조직에 맞서 싸운다. 매달 따박따박 날아오는 온갖 고지서, 종잇장 속에서 속박,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불의 세계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탐구하라, 발명하라, 창안하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물의 세계는 ‘그대가 왜 존재하는지’,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어머니의 양수에서 자라고 태어난 것을 알고 있지만 진정 철학적 사유는 하지 않는다. 태어났으니까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저 간단하게 말해버리고 만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네 가지 색으로 분할된 책 표지부터 면지까지 '여행하는 책'이다. 마치 네 가지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듯 색다른 묘미를 전해준다. 특히, 빨간 면지를 읽다가 파란 면지로 넘어가는 순간, 눈에서 글씨가 보이지 않는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끔 바닷가에서 독서를 할 때 느끼는 감각이기도 하다. 햇빛에 눈이 부셔서 책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독자가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이 독자를 읽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강렬한 색감에 눈이 글씨를 멀리할 때는 잠시 초록색 먼 산을 바라보는 걸 추천한다. "불의 세계에서 그대는 많은 고통을 겪고 많은 것을 배웠다."라는 책 속 글귀처럼 실제로 빨강이라는 색감 속에서 글자를 찾는 일이 고통스러운 일임을 체험한다.


베르나르베르베르가 말하는 공기, 물, 불, 흙 4원소에 담겨 있는 메타포를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인데 짧은 식견으로 메타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있는 그대로 텍스트를 흡수해 버리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천재 작가의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공기, 물, 불, 흙에서 시작한 상상력은 책의 세계를 뻗어나가 독자들에게 닿았다가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간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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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베스트셀러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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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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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닉네임이나 짧은 문구를 볼 때마다 에쿠니 가오리를 떠올린다. 25년 전, 출간된 책 <반짝반짝 빛나는>은 에쿠니 가오리를 대표하는 하나의 기념비적 책이다. 소담출판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출간 25주년을 맞이해 리커버를 했다. 게다가 에쿠니 가오리 작가 친필 코멘트까지! (글씨도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스물다섯 해 동안 사랑을 보내 준 한국인 독자들을 위한 감사가 가득 담겨 있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쇼코에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결혼생활을 원한다. 남편은 유능한 내과의사 무츠키. 결혼을 한 신혼부부. 아기를 가져야 할까? 아니면 부부만 행복해야 살아야 할까? 를 고민해야 하는 신혼부부에게 남들에게 밝히기 힘든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무츠키에게는 곤이라는 이름의 남자 애인이 있고 쇼코는 그것을 알고 결혼했다는 것. 다만, 쇼코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던 상황. 무츠키가 마련해 준 깔끔하고 정갈한 집에서, 곤이 선물한 나무를 보며 쇼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 녀석과 결혼을 하다니,

물을 안는 것과 진배 없지 않느냐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2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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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츠키와 결혼을 했다는 것은 물을 안는 것과 진배 없지 않느냐, 무츠키의 아버지가 쇼코에게 한 말이다.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쇼코에게 물을 안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쇼코의 조울증은 정상 범위안에 있다는 진단서와는 달리 오직 남편 무츠키만이 감당할 수 있다. 화가 나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기 시작하고, 끄억끄억 울어버리는 쇼코. 오롯이 무츠키만에 쇼코의 울증을 받아낸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216페이지

출처 입력

200페이지가 넘어서야 ‘물을 안는 기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라고. 무츠키는 남자 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내과의사다. 결혼이라는 통과의례 앞에 무츠키의 콤플렉스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쇼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치 그들은 초원의 은사자와도 같았다. 은사자는 무리에 섞이지 못해 따돌림을 당해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할한다. 육식인 사자와는 달리 초식성이기에 금방 죽어 버린다고. 쇼코는 무츠키, 곤이 마치 은사자들 같다고 내뱉는다. 하지만, 쇼코 또한 은사자 주위를 벗어날 수 없는 은사자 무리였다.


의사라면 안심할 수 있잖니.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1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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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에 <반짝반짝 빛나는>을 처음 읽었을 때, 파격적인 서사에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25년 후 다시 쇼코와 무츠키, 곤의 서사를 따라가다보니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현실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 당시 일본의 자유분방한(?) 결혼생활을 보며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세 사람의 사랑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밤 하늘의 별과도 같이 그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독자들은 어둠 속에서 별처럼 반짝반짝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리운 우리 아파트를 생각했다.

하얀 난간이 있는 베란다와 보라 아저씨,

곤의 나무.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14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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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 쇼코와 무츠키, 곤이 바랐던 것은 아무것도 아닌,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사랑했으면 했는데, 우리는 이미 보편적 잣대를 가지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 내리고 있었다. 쇼코, 무츠키, 곤은 서로를 궁지에 몰아 넣으며 죄책감에 시달리도록 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늘 서로를

궁지에 몰아 넣는 것일까.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13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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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쓰는 말은 달라도,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한국독자를 위한 출간 25주년 리커버 작가 친필 코멘트는 더없이 반갑다. 맞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동료이자 친구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에쿠니 가오리의 다양한 작품을 읽으며 25년을 보냈다. 작가 또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활동을 격하게 응원한다.

#반짝반짝빛나는 #에쿠니가오리 #소담출판사

#25주년리커버에디션 #소설 #일본소설

#쇼코 #무츠키 #책추천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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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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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일본의 30년 전 모습이 지금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이제는 웃음은 뒤로하고 ’각자도생’을 외치는 시대에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1990년 최고의 호황을 맞았던 일본, 20년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일본은 최대 행복 사회에서 ’최소 불행 사회‘로 추락했다. ’국가가 행복을 약속할 수 없으니 최악의 불행이라도 막자‘는 의미로 최소 불행 사회를 2010년 국가 목표로 내세운다. 더이상 국가 시스템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령 국가, 인구 감소, 빈부 격차, 지방 도시 소멸, 연금 문제, 성장 동력 사실로 인해 이제 개인이 짊어져야 할 일들만 남게 되었다.


​잃어버릴 30년. 한국은 일본이 걸었던 그 길을 정확하게 걷고 있다. 저자 홍선기는 새로운 아이템과 다양한 글감을 찾기 위해 10년간 71차례 일본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홀로 먹고 있는 노인, 집에만 있는 21살 청년 등을 만나며 일본의 수많은 불행의 민낯을 목도한다. 곧 우리에게 찾아오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은 더 빠르고 집약적으로 일본의 최소 불행 사회를 닮아가고 있다. 빈부 격차, 소비 양극화, 연금 문제, 일자리 부족, 경제 침체, 부동산 폭등, 교권 추락, 묻지마 범죄 등 듣고 싶지 않은 뉴스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코스피 5000 달성. 숫자만 상승하는 기현상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도 찾아오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 강한 한국이 보여주는 환호성이었다. 반면에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부채 비율, 부동산 집값 폭등 등 심각한 문제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 홍선기는 <9가지 금기된 해법>을 제시하고 <11개의 생존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물론, 비판적 관점을 소홀히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현실 반영이 안되는 허무맹랑한 해법이라 비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금기를 깨고 ‘최소불행사회’를 위한 참신한 제안에 박수를 보낸다.

불안의 시대가 모두에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정말
혼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습니까?”
<최소불행사회>, 267쪽 중에서

금기된 해법 9가지 중에서 유의미한 제안을 꼽아보면 <폐교를 활용한 ‘시니어 대학 타운’ 설립>과 <익명 마약에 중독된 대한민국 : 인터넷 실명제>, <노후 자산가에게 연대 비용 징수 : 고령화 기금 신설>이다. 실제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폐교된 학교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니어 대학 타운 설립은 긍정적이라 본다. 시니어가 은퇴 후 사회적 관계를 이어가고 존엄한 학습 공동체, 실버 경제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가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폐교를 활용한 시니어 대학 타운은 실버 르네상스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싶다.




<익명 마약에 중독된 대한민국 :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성이라는 제도 뒤에 숨어서 사람들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악플러들을 떠올리면 쉽다. 악플러로 인해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충격적인 현실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 기사에 악성 댓글을 작성하지 못하도록 필터링을 하거나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에 부분적으로 찬성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악플 수준은 도를 넘고 있다. 저자 홍선기는 악성 댓글, 사이버 왕따, 자살 등 극단적 피해와 같은 온라인 혐오 비용의 경제적 손실을 근거로 들며 허위 사실 유포, 명예 훼손, 혐오 발언 관련 수사 등으로 인해 공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 홍선기는 <미리보는 2030 생존 매뉴얼 11가지>를 통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들어 인테리어 컨설턴트, 피규어/프라모델 수리 전문가, 렌털 쇼케이스, 정오 영업, 자정 영업, 2인 소규모 결혼식 사업, 1인 전용 바비큐 레스토랑 등을 제안한다. 획기적인 생존 매뉴얼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트 콜라보 카페/ 레스토랑이다. 불황일수록 미술관에 몰리는 사람들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빈센트 반 고흐전을 보기 위해 줄을 선다. 미술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카페, 레스토랑, 꽃집, 호텔과 콜라보하여 반 고흐 콜라보 부케, 반 고흐 런치, <밤의 카페 테라스> 초콜릿 무스 등을 판매한다. 한국의 미술 시장 규모를 볼 때, 혹은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수를 볼 때 기회는 잡는 자에게 온다. 기존 커피만 판매하는 카페에서 전시 를 연계한 차별화 된 아트 콜라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한 9가지 금기된 해법과 파국을 버텨내는 11가지 생존 매뉴얼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최소 불행 사회를 위한 제언이며, 법적 자문이나 투자 권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안된 해법에 대한 구체적 실행은 전문가 자문을 권한다고 저자 홍선기는 말하고 있다. 잃어버릴 30년을 대비하기 위한 대한민국 사회의 하나의 신선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최소불행사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토론하며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최소불행사회 #홍선기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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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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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의 추천사만 읽었을 뿐인데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세돌이 단 한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뒤섞여 버린 색종이를 색깔별로 정리할 때의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바로 스페인 데이터 전문가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이라는 책이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숫자와 통계는 증거일 뿐,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나의 정보, 수천 개의 해석, 당신은 무엇을 읽고 어떻게 판별한 것인가?



빅 데이터 시대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치로 모든 것을 말한다.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수치는 한국 사회의 경제 수준을 말해준다. 하지만, 숫자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가 모두 정확한 것일까? 경성대 빅데이터응용통계학과 조재근 교수의 말처럼 ‘지금 우리가 데이터의 시대를 산다고들 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는 주장이나 기사들이 모두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는 것에 동의한다. 데이터는 정확함을 말하지만 데이터 리터러시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객관이 아니라 직관에 따라 해석하기도 하고 편향을 가지고 자신의 입맛대로 받아들인다.



이세돌의 추천사는 정확했다. 《직관과 객관》을 읽다보니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색종이를 분류하는 명쾌하고 깔끔한 기분이 든다.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은 바로 이것이다. 1) 세상의 복잡성을 인정하라, 2) 수치로 사고하라, 3) 표본의 편향을 막아라, 4) 인과관계의 어려움을 수용하라, 5) 우연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6) 불확실성을 예측하라, 7) 딜레마에도 균형을 유지하라, 8) 직관을 맹신하지 말라.


데이터의 정글. 한 마디로 말해 우리는 지금 데이터의 정글 속에서 무시무시한 숫자 놀음이라는 괴물이 매일 우리를 유혹한다. 이성의 언어 - 수치로 사고하라는 두 번째 챕터에서 <숫자 놀음의 기술> : 농구 선수를 외형이 아닌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의 이점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계에서도 컴퓨터 과학과 통계를 바탕으로 정량적 분석을 기반으로 농구 스카우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의 스카우트는 선수의 외형이나 나이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득점 수, 슈팅 성공률, 어시스트 수, 블록 수 등을 기록해 스카우트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측정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 상대 지표를 이용하라, 2) 문제마다 요구하는 일반적인 조정 사항을 고려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역사상 가장 높은 박스 오피스 수익을 기록한 영화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자. 28억 달러를 기록한 <어벤저스 : 엔드 게임>(2019)일까 아니면, 25억 달러를 기록한 <타이타닉>(1997)일까. 수치만 봐서는 28억 <어벤저스 : 엔드 게임>이 당연히 1위다. 저자는 1997년과 2019년의 물가 지수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7년의 <타이타닉>의 수익을 2020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4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결과는 달라진다. 수치는 일반적인 조정사항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500년 전에 이야기 한 미셸 드 몽테뉴의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을 가장 굳게 믿는다.”라는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이게 된다. 사실은 잘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들이 많다. 적은 데이터만으로 편견을 갖고 단순한 설명에 혹하고 거짓 인과관계를 쉽게 믿는다. 해외 여행을 하면 그러한 편향이 크게 작동한다. 아이와 엄마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 준 대만 사람의 친절을 받았을 뿐인데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더라’고 이야기한다. 책 속에 담긴 ‘직관은 언제나 고정관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말이 이럴 때 사용된다.

《직관과 객관》은 복잡한 생물인 유럽 뱀장어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스포츠 분야인 농구, 축구, 야구를 거쳐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수치와 통계 분석을 통해 인과성과 우연, 불확실성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한다. 스페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친구들과 데이터 기반 사회과하가 저널리즘 플랫폼인 ‘폴리티콘’을 설립하기도 하는 천재성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을 메우고 엔지니어라면 심리학자처럼 사고하고, 언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모든 것을 융합하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한 시대라고 주장한다. 복잡했던 머리가 단순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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