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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백 ㅣ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함
기 드 모파상은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자연주의 작가이자 단편소설의 거장이다. 작가 생활 10년 동안 300편이 넘는 단편을 남겼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절벽 마을. 모파상은 노르망디 해안 절벽 마을에서 여름을 보내며 자랐고, 노르망디 마을을 자신의 이야기 속에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스물 일곱부터 신경 질환을 앓았고 1893년 7월 6일, 파리에서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인간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욕망, 연민, 모성, 환상, 상처, 집착 등 14편의 작품을 엮은 책이 바로 『첫눈, 고백』 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날 것이 드러나는 일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 모파상에게 사랑은 인간 내면의 수치심, 멸시, 광기, 약함, 고독, 집착, 환상, 환멸의 다양한 형태로 옷을 갈아 입는다. 단편소설의 매력은 빠른 스토리 전개와 극적 반전이다. 모파상의 단편은 문장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맴도는 순간들이 많다. 통쾌한 결말 덕분에 지극히 평범하게 전반부를 끌어온 진부한 감정들은 싹 날아간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은 듯한 시원한 느낌도 든다. 진정으로 단편 소설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거장이 아닌가 싶다.
14편의 단편 소설의 작품 제목은 다음과 같다. 보석, 목걸이, 첫눈, 봄에, 달빛, 소풍, 고백, 텔리에의 집, 미친 여자,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시몽의 아빠, 쥘 삼촌, 들에서, 오를라. 각각 제목이 함축적이기에 첫 도입 장면부터 몰입할 수 밖에 없다. 모파상의 문장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고전은 역시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의 대향연이다.
개인적인 마음을 가득 담아 기 드 모파상의 14편의 작품들 중, 베스트 1, 2, 3위를 선정해보았다. 베스트 3위는 <목걸이>, 2위는 <보석>, 1위는 <봄에>로 정했다. 모파상을 대중에게 알린 <목걸이>는 파티에 사용하기 위해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를 파티에서 잃어버리는 이야기다. 허영과 욕망의 상징이 바로 목걸이다. 잃어버린 목걸이를 사려고 그녀는 뼈를 갈아 힘든 노동을 하게 되고 결국 목걸이를 구입해 친구에게 돌려준다. 그러다 몇 십 년 후에 다시 만난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 때 파티에 빌렸줬던 그 목걸이 가짜였다고. 값비싼 목걸이를 위해 남몰래 내다받친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반전이다. 그냥 그 목걸이 파티에서 잃어버렸다고 사실대로 말할 걸 그랬어.
<보석>은 부부의 사랑과 신뢰가 어떤 식으로 처참히 무너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에게 남편이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취미가 있다. 모조품 보석을 수집하는 것과 연극을 보는 일이다. 작품 <목걸이>에 사용되었던 가짜, 진짜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하며 극적 반전에 제대로 사용한다. 아내가 죽은 뒤 남편은 가난과 궁핍에 휩싸인다.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모조품 보석을 판매하게 되는데, 보석들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뭐지? 모조품이라며. 왜 다 진짜인건데. 알고보니 아내가 지녔던 보석들은 다른 남성에게 받은 선물들이었고 행실이 옳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간 아내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무너져내리며 남편은 진짜 보석들을 큰 돈으로 바꿔 재빨리 재혼을 한다. 연극도 본다. 다른 여자랑 그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은 그토록 짧았다. 도대체 사랑이란 뭔가. 사랑은 이기적이고 욕망은 솔직하다.
“프랑스 국민 여러분,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랑을 조심하십시오.” <봄에> 소설 속 대화들이 너무나도 통통 튄다. 봄을 조심하십시오.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됩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프랑스에서 바토무슈 유람선을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낭만 그 자체의 행위, 게다가 계절이 봄이라면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다. <봄에> 소설 속 유람선을 탄 남자가 사랑에 빠지기 직전에 놓여 있다. 그의 눈에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고백할까 말까.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그에게 말한다. “조심하십시오.” 그에게 사랑을 조심하라고 외치며 간만에 만든 낭만적인 분위기를 모두 망쳐 놓는다. 너 뭐 돼? 이렇게 현실에 있음직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모파상 소설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모파상 단편소설 1위는 당연히 <봄에>가 되겠다. 소설의 분량은 짧으나 서사는 강력하며 읽기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모파상의 글쓰기는 플로베르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글쓰기의 천재성은 단편소설을 뚫고 나온다. 문장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뒷 이야기가 한없이 궁금해진다. 모파상처럼 유쾌하고 깔끔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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