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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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음

어쩌다 보니 연애 소설이었네. 책에 진심인 터라 문학이라면 어떤 장르가 되든지 폭이 열려 있는 편이다. 그것이 연애 또는 사랑이라면 더더욱 몰입되는 건 몽글몽글해지는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작가가 서사를 잘해서일까. 빨간 하트와 함께 <연애 소설이 나에게>라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포켓북을 만났다. (포켓북은 주머이에 넣기 좋은 사이즈이며 실제로 주머니에 넣고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다) 책의 부제는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적혀 있다.

<연애 소설이 나에게>의 저자는 EBS에서 교양 PD로 일하고 있는 오정호 PD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불완전함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몽스북 출판사에서 연애 소설에 관한 에세이를 써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야한 소설’을 먼저 떠올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한 때 유행하는 이상형이 ‘다정하고 야한 남자(여자)’이라고 했었나.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치만 ‘야한 소설’이라고 하면 세속적이고, 노골적이기에 ‘연애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하며 여러가지 연애와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개념들을 담기로 한다.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조지 오웰’이 남긴 명문장에 한참을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사랑 이야기를 앞두고 달과 바다를 논하다니. <연애 소설이 나에게>라는 제목과 더불어 사랑에 있어 달과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왜 하필 조지 오웰의 수 많은 말들 중에 ‘닿을 수 없기 때문에 달은 아름답고, 무사히 건널 수 있다고 확실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다는 인상적이다.’라는 문장을 첫 페이지에 남겨 놨을까. 달의 아름다움과 바다의 인상적인 특징이 대비되면 자연스레 달이 비친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달빛 아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의 뒷모습? 연애 소설은 사랑스런 풍경에서 비롯된다.

연애 소설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직유법, 은유법 중에 은유법을 택할 때 효과는 배가 된다. ‘딸랑딸랑. 글자 사이로 철조망을 넘은 양들의 목에 걸려 있는 작은 종소리’는 은유법을 택했다. 저자에게 연애 소설 읽기는 마음 속 양들이 철조망을 넘어 안개 속 골짜기로 사라지는 행위라고 말한다. 상상하다보니 연애 소설은 읽는 행위가 이토록 다름다운 종소리였나 싶다. 연애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눈 앞에 직관적으로 펼쳐진다면 소설 속 연애는 ‘달콤한 목소리’, ‘차가운 시선’, ‘향기로운 추억’과 같이 시각과 후각, 청각, 촉각이 함께 느껴지는 공감각적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이토록 입체적인 효과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소설의 원작을 드라마나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파편, 발견, 향기, 침대, 온기, 타나토스, 구원 등 특히, 여섯 글자 미만의 차례가 마음에 든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제목을 보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좋아하다>에 관한 글이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저자가 찾은 흥미로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구 멸망의 순간, 탈출하는 우주선 앞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우주선에 함께 타고 싶으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고, 남은 빈자리 하나를 그에게 양보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그렇다. 우주선에 함께 탈 것인가, 아니면 남은 빈 자리를 양보할 것인가. 사랑은 희생이라는 단어를 포함한다. 다시금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정의를 생각해본다.


드라마 <러브 미>를 보며 연애와 사랑을 고찰한다. 평범한 4인 가족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빠른 전개는 암투병한 아내를 잃은 남자, 골드 미스 의사 첫째 딸(준경),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막내 아들, 이렇게 3명을 남긴다. 공통점은 3명 모두 연애와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다. 서로를 할퀴고 찢다가 다시 보듬어주고 안아주며 부둥켜 안고 운다. 마음이 저릿저릿해지는 순간들은 인간의 밑바닥을 봤을 때다. 이래도 되나? 싶은 죄의식, 죄책감에 휩싸일 때 사랑은 진짜 면모를 드러낸다. “소박한 행복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고 말하는 준경의 대사가
귓가를 맴돈다.


<연애 소설이 나에게>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난다. 작가의 개인적인 시선으로 선별된 연애 소설을 마구 가져온다. 20세기 전반의 사랑 이야기는 이디스 워튼 작가의 <이선 프롬>(1911), <여름>(1917)이다. 20세기 중반으로 가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195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 윌리엄 트레버 <그 시절의 연인들>(1978),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1984) 등이 나온다. (기존에 읽었던 작품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20세기 후반~21세기에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1991),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2008) 등이 대표적 작품으로 등장한다. 외국 연애 소설만 등장해서 아쉬운가 싶더니, 한국 현대 소설로 박범신 <주름>(2015), 정영수 <우리들>(2018), 이혁진 <사랑의 이해>(2019), 정영수 <내일의 연인들>(2020)이 나온다. (외국 소설과 한국 소설을 반반 정도 섞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애는 어렵다. 사랑은 더더욱 어렵다. 세상에 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연애를 꿈꾸고 사랑을 욕망한다. 그 속에서 좌절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선다.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고, 사랑으로 승화한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밑바닥까지 끌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작은 구원’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가슴 뛰게도 하고 몽글몽글하게 해 주는 연애는 서로를 구원해주는 일이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연애 소설을 읽지 못한다면 연애와 사랑에 대해 고찰하는 <연애 소설이 나에게>를 추천한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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