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범인이 표적으로 삼는 순간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범죄가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 모릅니다. 묻지마 살인, 유괴, 폭행 등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 사고를 보며 통탄을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범죄 피해자가 받는 트라우마는 누가 치료해 줄까요? 오랜시간 트라우마 연구자이자 치료자, 임상수사심리학자로 활동한 김태경 교수가 있습니다.

범죄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김태경 교수의 첫 책, [ 용서하지 않을 권리 ]가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사례들을 만나며 수사 과정에서, 수사 후 여러 측면에서 느끼는 이야기들을 담아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피해자를 바라보는 적정한 시선과 태도가 무엇인지 공부합니다. 책은 피해자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피해자 가족들이 받는 또 다른 상처에 관한 이야기, 피해자 지원 실무자의 고충과 증언들도 생생하게 등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4.16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부모님들은 분노하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힘들어합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림을 안고 살아가는 순남의 가족은 TV를 보다가 웃으면 아이를 잃은 사람이 TV를 보며 웃는다고 욕하는 불편한 시선에 또 다시 힘들어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들의 생일이 돌아올 때 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복잡한 마음에 사로잡히는데요. 책 속에도 그렇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증언이 들어 있습니다.

진술 조사를 받을 때,

사건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힘들어서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헛구역질을 했어요.

그래도 버텨보려고 감정을 차단하고

애써 침착하게 이야기 했는데,

그게 조사하는 분한테는

이상해 보였는지 피해자답지

않다고 저를 막 혼냈어요.

-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에서 발췌 108쪽 -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Chapter 2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착각>입니다. 1년 전, 살인으로 딸을 잃은 그녀에게 이웃이 해 준 말은 피해자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웃이 한 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죽은 아이는 그만 잊고, 빨리 둘째를 낳아 허전한 마음을 채워요."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위로가 아니라 선을 넘은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혹은 우리가 자주 쓰는 "힘내세요,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라는 말도 피해야 할 위로의 말 중 하나입니다. 피해자에게는 이런 말들이 힘을 내라는 압박이 될 수 있고, 힘을 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좌절이 되는 말입니다. 위로를 하고 싶은 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침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지요.

공감이란, 같은 경험이 없어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되, 타인과의 심리적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강조된다.

진정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과의 심리적 경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심리적 경계를 무너뜨리고 2차 가해를 범하는 사람들은 피해자 주변의 인물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포함이 됩니다. 피해자에게 나름의 위로를 했다고 착각하고 자신의 행동이 2차 가해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최악이라 할 수 있겠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Chapter 3의 제목처럼 <작은 배려와 존중>입니다.

누군가 잠시 곁을 지켜주는 것,

말 없이 건네 준 물 한 잔,

옷을 챙겨입을 시간을 주는 것,

호기심에 찬 구경꾼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 등과 같은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154쪽 중에서

범죄를 겪고 난 피해자는 관계 부적응, 우울증, 자살,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양상으로 힘들어합니다. 이럴 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말처럼 *돌봐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길은 덜 외롭고 덜 고단할 수 있으며 인고의 시간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배려심 있는 태도의 판사나 검사, 이제 당신은 안전합니다 라는 출동경찰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이제는 회복적 혹은 전환적 사법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에서는 범죄의 잔혹성만을 다루고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보상에 대해서는 논외시하는 분위기들,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조망하고 그들을 위한 안전망이 더욱 더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 그것이 책 [ 용서하지 않을 권리 ]가 이야기하는 처방전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이 좋은 이유 - 도덕성의 근원
로버트 오브리 하인드 지음, 김태훈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적 설렘. 책을 읽으면서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입니다.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서 로버트 오브리 하인드는 우리에게 심층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선은 왜 좋은가, 우리는 왜 선에, 그리고 도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인간에게 도덕성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도덕성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다문학적 시도라고 할까요.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도덕성의 본질에 이야기가 지적 여행을 떠나듯 시작됩니다.

선이 좋은 이유에 대해 하인드는 자연 선택,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문화적 요소의 상호작용, 그리고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를 통해서 설명합니다. 오늘날의 현실은 도덕성보다 경제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대라는 역자의 말에 적극 공감 합니다. 사회 지도자의 덕목에서 도덕성 검증은 현실에 밀려 자꾸 타협점을 찾게 된다고 할까요.

하인드는 처음에 논의를 위한 배경지식부터 차근차근 시작합니다. 도덕성에 포함이 되는 친사회적 행동에 대한 설명이 그렇습니다. 친사회적 행동이란 다른 사람의 안녕을 촉진하는 공통 특성을 가진 다양한 행동유형을 포괄하는 의미를 말합니다. 공통 특성이랑 친화성을 말하는데 마음이 부드러움, 온화함, 사람을 믿음, 기꺼이 도움, 너그러움, 솔직함 등을 의미합니다. 즉, 도덕성은 대체로 친사회적 행동과 이기적인 자기 주장적 행동 사이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친사회적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에는 부모-자녀 사이의 친사회적 관계가 도덕률 습득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자신의 도덕률을 습득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도덕 계율의 근원을 파악함에 있어 가족, 친족, 비친족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일이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재앙에서 사람을 구할 때 비친족보다 친족을 낯선사람보다 친구를 구하는 경우를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행하는 방식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도덕 계율의 측면이 자연선택의 원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도덕 계율의 근원으로 지위, 권리, 성과 젠더, 사회 및 종교 체계에 대한 접근도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높은 지위가 가져오는 우월감, 자립심, 자율성의 추구, 밀그램의 권의에의 복종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권위의 문제, 여성과 남성의 도덕 계율 준수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이처럼 도덕 계율이 일정한 범문화적 심리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면서

계율로 구체화되어 나타났는가?

239쪽 중에서

하인드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보통 대부분의 사람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순응주의가 시간이 자나면서 계율로 구체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사변적 접근을 택하며 규칙의 공식화, 순응주의와 여타 기본적인 심리적 원리 등이 계율로 구체화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역사적 상황에서 기본적인 성향과 원리가 어떻게 도덕 계율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면, 울가 도덕 계율과 그들 사이의 갈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또한 이 접근방식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과학의 발전으로 제기된 도덕적 도전을 해결하고, 심지어 그러한 변화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36쪽 마지막 하인드의 이야기 중에서

마지막 현실적인 도덕 문제들을 다루는 부분을 통해 어떤 도덕적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줍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이 대다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지만, 폭탄 제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공공 도서관에 비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41%가 찬성을 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자유가 다른 사람의 복지와 같은 도덕적 고려사항과 충돌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길을 잃고 있을 때 길잡이가 되어주는 <요약과 결론> 덕분입니다. 각 장들을 요약하면서 새로운 의문을 던지는 방식은 독자들이 읽기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주제 색인 코너도 있어서 도덕감, 도덕률, 도덕적 딜레마와 같은 용어를 역으로 찾아서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선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도덕성임을 깨닫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취향 육아 -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이연진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 스마트폰, 사교육 없이

느리고 다정하게,

나만의 육아가 가능하기까지

- <취향육아> 띠지 중에서 -

느리고 다정하게,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육아'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재발굴단에 나온 아이가 어떻게 자랐는가를 알려주는 베스트셀러 [ 내향 육아 ]가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신간 [ 취향 육아 ]에는 엄마 자신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뭐였더라? 하면서 나를 잃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한 시간은 아이러니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일입니다. 프랑스와즈 사강의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책을 만나면서, [ 빨강 머리 앤 ]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일, 미술관에서 [ 모네 ]의 그림을 보면서 이면의 것을 상상하는 일. 그 모든 것이 자신만이 갖고 있는 취향이지요.

내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지켜줄 동안

너 자신의 행복은 누가 신경 써주지?

책을 읽다보면, 엄마로 살면서 잊고 있었던 서랍 속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는 기분이 듭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옆에 친구가 있는 것처럼 느리고 다정하게, 이야기 나눠주는 진솔함이 반갑습니다. <오후 네 시의 티타임>이라는 소제목의 글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벽시계가 오후 네 시를 알려주면 아이와 단둘이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내게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는 이연진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아이를 향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입니다. 독일 여행 중 본인이 정말 가고 싶었던 쾰른 대성당을 앞에 두고, 길가에 하수 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아이에게 나무라지 않고 관찰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려주었다는 말에 저라면 바로 쾰른 대성당을 향해 뛰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소제목 <육아의 속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말이 이렇게도 아름다웠나 할 정도로 여러 아름다운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소제목만 봐도 따스한 느낌들이 전해지는데요. <시를 쓰고 빵을 굽는 마음으로, 아이 삶에 배경을 놓는 법, 마음이 입는 스웨터, 아이 삶에 빛을 던져주는 일>에 관한 표현들이 그러했습니다.

책 속에는 엄마의 시선으로 본 명화들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그림을 보는 안목도 탁월합니다. 마지막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이 나오는 순간, 어머나! 나와 취향이 같은 분이네! 하며 물개 박수를 치며 읽었더랬습니다. 엄마의 사소한 취향이 아이에게는 삶의 밑그림이 됩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취향을 모방하며 자신의 삶을 정립하게 됩니다.

남들과는 달리 육아를 하면서 나만의 방식, 나만의 취향이 있나요? 아이가 잠들면, sns를 보며 남들과 똑같이 따라하고 있진 않나요. 자기 만의 고유한 색채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엔, [ 취향 육아 ]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육아라는 것이 고되고 힘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부터 나만의 취향을 하나씩 찾아보려 합니다. 엄마의 삶이 고단해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캐모마일 차와 함께 오후 네 시의 티타임처럼 다가오는 [ 취향 육아 ]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민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 알고 보면 훌륭한 부모가 될 자질을 가진 당신에게
일레인 N. 아론 지음, 김진주 옮김 / 청림Life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과 표지부터 마음에 와 닿는 책이 있습니다. 노란 바탕에 선인장이 있는 모습이 바로 그러합니다.

선인장에 가시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가시에 찔려 상처를 많이 입히고, 자신도 상처를 많이 당하기도 하는데요. [ 예민한 부모를 위한 심리수업 ]은 선인장처럼 예민하고, 민감한 부모들을 위한 책입니다. 강점을 더욱 부각시켜서 단점을 승화시킨다고 할까요? 민감성 테스트를 먼저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데요. 혹시 해당사항이 있으면 체크를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예민한 부모의 세 가지 강점 *

1. 정보를 깊이 처리한다.

2. 정서적으로 강하게 반응하고

공감을 잘한다.

3. 미묘한 자극을 잘 알아차린다.



예민한 부모는 약점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가 우는 소리에 쉽게 반응하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기 때문이지요. 시끄럽거나 자극적인 상황이 다가오면 쉽게 피곤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깊이 처리하고, 공감을 잘하고, 미묘한 자극을 잘 알아차려서 남들보다 빠르게 아이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한 부분들이 와 닿았습니다. 보통 부모가 예민하니까 아이도 부모를 닮아 예민하다~ 하면서 양육의 단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책은 그런 책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세부적으로 나누어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등 예민한 부모들이 다양한 시점에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처방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민감한 부모들은 아무래도 남들과는 다르게 육아에 있어서도 번아웃이 쉽게 온다는 점, 에너지 방전을 막고 휴식을 통해 자기 만의 시간(재충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더욱이 야외 활동은 자제되는 점에서 탈출할 공간이 없다는 절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집에서 자기 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충전을 통해서 다시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아울러, 충분한 영양 섭취를 통해서 자신을 돌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먹으며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군요. 최근에 딸기(일명, 금딸기라고 한다)를 구입했는데, 나를 위해 딸기 한 입을 베어무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음을 고백합니다.

이 책은 민감한 부모들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감성 전문가인 일레인 N. 아론은 섬세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민감한 건 잘못이 아니고, 자신의 민감한 기질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민감한 부모들이 자녀를 더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 민감한 기질의 사람들, 민감한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혹은 배우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진 않나요? 민감성 전문가에게 그 고민을 털어놓으세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시기를 응원합니다.

예민한 부모는 그저 재미있게 살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훌륭한 인품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행복의 개념을 폭넓게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좀 더 지혜롭게 이끌 수 있다. 이들은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에서 큰 기쁨을 느끼기에 아이를 위해 세심하게 계획하며, 때로 삶이 어두워보일지라도 긍정적인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한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구글 지도를 열고, 이 모든 게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장소를 표시해본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중에서 -

코로나로 인해 힘든 것이 있다면 해외여행을 못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 뭐 있나? 싶어서 매년 여행을 떠났던 그 기억들을 추억합니다. 공항 커피, 캐리어, 여권, 그리고 낯선 공기. 비행기가 이륙할 때면 오늘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승무원의 비상탈출법에 경청했던 그 시간들. 여행지에서의 썰을 풀면서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들이 여기저기 숨길 수 없습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으로 돈지랄의 모든 것을 풀어냈던 신예희 작가가 이제는 <여행 타령 에세이>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이라는 2글자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는 말에 저 또한 공감합니다. 계획을 세워 어디서 무엇을 할 지, 뭘 먹을지, 어디서 숙박을 할 지,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선까지 먼저 머릿 속으로 그리고 실행에 옮깁니다. 저도 여행에서의 무계획은 허용하지 않는터라 저자의 여행 방식과 비슷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구글 지도를 열고, 가고 싶은 곳의 동선을 그려야 직성이 풀리는! 그리고 여행을 하다가 마음이 불안할 때는 그 지역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셔야 안도감을 느끼는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자라든, 스타벅스든, 당장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여행 중에 살짝 피곤한 몸으로 들르고 싶다. 정말, 너무, 진짜, 간절히 그렇다. 다들 동감하시죠. 그렇죠.

- 여기가지 와서 스벅이라니, 56쪽 -

정말, 너무, 진짜, 간절히- 원하는 여행. 정말 책 제목을 잘 선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거든요.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을 못 갈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다닐걸 하는 후회도 있습니다. 책에는 여행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가게에서 바가지를 쓴 것,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를 더욱 선호하는 것,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아가 하루 딱 4시간만 일하는 디지털 노마들의 삶을 경험한 것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책 한 권이 모자랄 정도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어? 너도? 아! 나도! 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이미지가 책의 몰입을 방해하는 아쉬움이 있지만(신예희 작가와는 결이 다른 이미지들) 입담이 워낙 좋아 책은 그자리에서 홀딱 읽을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자신의 생각을 ()가로에 넣어서 표현하는 기법도 좋았어요. 예를 들어, 그런데, 무뚝뚝하기 그지없는(불친절한 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기내 서비스를 받으며 한참을 비행한 끝에 모스크바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이라고 표현하는 것 말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행에 관련된 단상들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점입니다. 여행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데 압축해서 조금만 풀어놓은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시작 하다가 급 마무리하는 느낌? 그것이 아쉬웠습니다. 또 다른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겠지요. 언젠간 코로나가 끝나고 캐리어 하나 들고 떠나는 해외여행을 상상하며, 그리운 장소를 다시 가는, 곧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며 코시국에 딱 맞는 책이 아닐까 하며 추천해봅니다. 여행기를 읽으며 대리만족하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