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엄마로 살면서 잊고 있었던 서랍 속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는 기분이 듭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옆에 친구가 있는 것처럼 느리고 다정하게, 이야기 나눠주는 진솔함이 반갑습니다. <오후 네 시의 티타임>이라는 소제목의 글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벽시계가 오후 네 시를 알려주면 아이와 단둘이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내게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는 이연진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아이를 향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입니다. 독일 여행 중 본인이 정말 가고 싶었던 쾰른 대성당을 앞에 두고, 길가에 하수 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아이에게 나무라지 않고 관찰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려주었다는 말에 저라면 바로 쾰른 대성당을 향해 뛰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소제목 <육아의 속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말 속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말이 이렇게도 아름다웠나 할 정도로 여러 아름다운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소제목만 봐도 따스한 느낌들이 전해지는데요. <시를 쓰고 빵을 굽는 마음으로, 아이 삶에 배경을 놓는 법, 마음이 입는 스웨터, 아이 삶에 빛을 던져주는 일>에 관한 표현들이 그러했습니다.
책 속에는 엄마의 시선으로 본 명화들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그림을 보는 안목도 탁월합니다. 마지막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이 나오는 순간, 어머나! 나와 취향이 같은 분이네! 하며 물개 박수를 치며 읽었더랬습니다. 엄마의 사소한 취향이 아이에게는 삶의 밑그림이 됩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취향을 모방하며 자신의 삶을 정립하게 됩니다.
남들과는 달리 육아를 하면서 나만의 방식, 나만의 취향이 있나요? 아이가 잠들면, sns를 보며 남들과 똑같이 따라하고 있진 않나요. 자기 만의 고유한 색채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엔, [ 취향 육아 ]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육아라는 것이 고되고 힘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부터 나만의 취향을 하나씩 찾아보려 합니다. 엄마의 삶이 고단해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캐모마일 차와 함께 오후 네 시의 티타임처럼 다가오는 [ 취향 육아 ]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