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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함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닉네임이나 짧은 문구를 볼 때마다 에쿠니 가오리를 떠올린다. 25년 전, 출간된 책 <반짝반짝 빛나는>은 에쿠니 가오리를 대표하는 하나의 기념비적 책이다. 소담출판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출간 25주년을 맞이해 리커버를 했다. 게다가 에쿠니 가오리 작가 친필 코멘트까지! (글씨도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스물다섯 해 동안 사랑을 보내 준 한국인 독자들을 위한 감사가 가득 담겨 있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쇼코에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결혼생활을 원한다. 남편은 유능한 내과의사 무츠키. 결혼을 한 신혼부부. 아기를 가져야 할까? 아니면 부부만 행복해야 살아야 할까? 를 고민해야 하는 신혼부부에게 남들에게 밝히기 힘든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무츠키에게는 곤이라는 이름의 남자 애인이 있고 쇼코는 그것을 알고 결혼했다는 것. 다만, 쇼코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던 상황. 무츠키가 마련해 준 깔끔하고 정갈한 집에서, 곤이 선물한 나무를 보며 쇼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 녀석과 결혼을 하다니,
물을 안는 것과 진배 없지 않느냐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20페이지
출처 입력
무츠키와 결혼을 했다는 것은 물을 안는 것과 진배 없지 않느냐, 무츠키의 아버지가 쇼코에게 한 말이다.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쇼코에게 물을 안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쇼코의 조울증은 정상 범위안에 있다는 진단서와는 달리 오직 남편 무츠키만이 감당할 수 있다. 화가 나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기 시작하고, 끄억끄억 울어버리는 쇼코. 오롯이 무츠키만에 쇼코의 울증을 받아낸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216페이지
출처 입력
200페이지가 넘어서야 ‘물을 안는 기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라고. 무츠키는 남자 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내과의사다. 결혼이라는 통과의례 앞에 무츠키의 콤플렉스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쇼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치 그들은 초원의 은사자와도 같았다. 은사자는 무리에 섞이지 못해 따돌림을 당해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할한다. 육식인 사자와는 달리 초식성이기에 금방 죽어 버린다고. 쇼코는 무츠키, 곤이 마치 은사자들 같다고 내뱉는다. 하지만, 쇼코 또한 은사자 주위를 벗어날 수 없는 은사자 무리였다.
의사라면 안심할 수 있잖니.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1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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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에 <반짝반짝 빛나는>을 처음 읽었을 때, 파격적인 서사에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25년 후 다시 쇼코와 무츠키, 곤의 서사를 따라가다보니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현실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 당시 일본의 자유분방한(?) 결혼생활을 보며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세 사람의 사랑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밤 하늘의 별과도 같이 그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독자들은 어둠 속에서 별처럼 반짝반짝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리운 우리 아파트를 생각했다.
하얀 난간이 있는 베란다와 보라 아저씨,
곤의 나무.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14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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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 쇼코와 무츠키, 곤이 바랐던 것은 아무것도 아닌,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사랑했으면 했는데, 우리는 이미 보편적 잣대를 가지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 내리고 있었다. 쇼코, 무츠키, 곤은 서로를 궁지에 몰아 넣으며 죄책감에 시달리도록 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늘 서로를
궁지에 몰아 넣는 것일까.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가오리, 13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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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쓰는 말은 달라도,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한국독자를 위한 출간 25주년 리커버 작가 친필 코멘트는 더없이 반갑다. 맞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동료이자 친구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에쿠니 가오리의 다양한 작품을 읽으며 25년을 보냈다. 작가 또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활동을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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