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함
오직 그대뿐이다.
안녕
<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
공기, 물, 불, 흙이 모이면?
캡틴 플래닛이 아니고 <나는 그대의 책이다>가 완성된다. 특별한 책의 저자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출판사 서평에는 <우주를 탐험하며 새롭게 발견하는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이라고 적혀 있다. 책의 원제는 '여행의 책'이다. 더욱이 지난 프랑스 여행 중 지하철 광고판에서 마주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 광고는 더없이 반가웠다. 마치 옛날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소설 <개미>를 시작으로 <타나토노트>, <문명>, <뇌>, <잠> <기억> 등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공기, 물, 불, 흙이 모여 어떤 에너지를 창조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지상의 어느 한 곳에서
『여행의 책』을 읽고 있는 그대는
분명히 현실 속에 있지만,
그대의 정신은
책 속에 투영된 꿈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덧붙인다.
깨어 있으면서 동시에
꿈을 꿀 수 있게 되는 것,
인류는 어쩌면 그런 쪽으로
진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대의 책이다>, 176쪽, 베르나르베르베르
"우리 여행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겪은 일은 생각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 듯하다. 물속이 편안하고 아늑해 보인다. 그 물에서 미역을 감고 싶은 욕구가 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몸과 마음은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쉴 수 없는 상태이다. 갑옷과 투구를 벗고, 방패를 내려놓고 칼을 허공에 던지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씩 짊어지고 있는 거추장스러움을 벗어던지라고 권한다.
독자여,
그대는 이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세계와 우주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니고
바로 그대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그대의 책이다>, 57쪽, 베르나르베르베르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나는 그대의 책이다>에 담긴 메시지는 난해하다. 4원소설은 고대 그리스 엠페도클레스가 만물을 흙, 불, 물,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 원소이론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공기, 흙, 불, 물로 구성된 세계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공기의 세계에 들리는 배경음악은 바흐의 교향곡이다. 이 세계와 우주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바로 그대 자신이다.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대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대 뿐이라고 말한다.
흙의 세계에서는 G코드 혹은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가 배경음악이다. 갈색 면지가 너른 대지 혹은 단단한 토지를 상징한다. 흙은 진정한 <자기 집>으로 이끈다. 이는 일이 잘 안 될 때면 언제라도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집이다. 대기권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관념들의 구름을 정신권이라고 한다. 정신권의 특징은 자주성을 지닌다. 흙의 세계는 주체적이다.
불의 세계에서는 투쟁, 전쟁을 다룬다. 빨간 면지에 타자기 폰트를 마주한다. 누구와 싸우는가? 개인적인 적과 싸운다. 체제나 조직에 맞서 싸운다. 매달 따박따박 날아오는 온갖 고지서, 종잇장 속에서 속박,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불의 세계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탐구하라, 발명하라, 창안하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물의 세계는 ‘그대가 왜 존재하는지’,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어머니의 양수에서 자라고 태어난 것을 알고 있지만 진정 철학적 사유는 하지 않는다. 태어났으니까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저 간단하게 말해버리고 만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네 가지 색으로 분할된 책 표지부터 면지까지 '여행하는 책'이다. 마치 네 가지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듯 색다른 묘미를 전해준다. 특히, 빨간 면지를 읽다가 파란 면지로 넘어가는 순간, 눈에서 글씨가 보이지 않는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끔 바닷가에서 독서를 할 때 느끼는 감각이기도 하다. 햇빛에 눈이 부셔서 책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독자가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이 독자를 읽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강렬한 색감에 눈이 글씨를 멀리할 때는 잠시 초록색 먼 산을 바라보는 걸 추천한다. "불의 세계에서 그대는 많은 고통을 겪고 많은 것을 배웠다."라는 책 속 글귀처럼 실제로 빨강이라는 색감 속에서 글자를 찾는 일이 고통스러운 일임을 체험한다.
베르나르베르베르가 말하는 공기, 물, 불, 흙 4원소에 담겨 있는 메타포를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인데 짧은 식견으로 메타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있는 그대로 텍스트를 흡수해 버리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천재 작가의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공기, 물, 불, 흙에서 시작한 상상력은 책의 세계를 뻗어나가 독자들에게 닿았다가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간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이다.
#나는그대의책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베스트셀러 #책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