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와 겐이치로 세트 - 전2권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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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의 저자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미야자와 겐지, 그레이티스트 히츠>라는 이름으로 쓴 책인데 <겐지와 겐이치로>라는 제목 아래 '위대한 겐지 A'와 '짓궂은 겐이치로 B', 이렇게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기에 읽기 전에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들이 A에 있고 이를 변용한 겐이치로의 소설이 B에 있나 하고 있었다. 

그건 아니었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제목, 또는 새로운 해석 쯤 되는 헌정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주문 많은 요리점>은 나무랄 데 없는 AV 제목이 될 수 있다든지, <첼로 켜는 고슈>는 신화적인 노숙자 고슈가 된다든지, 도토리 재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든지 등등.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날이 바보가 되어가는 나로서는 과연 제목만의 차용인가, 변주인가 하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말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위대하고(위대할 것이다.), 확실히 겐이치로는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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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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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었고, 겨울이었다. 뭐든 감추기에 좋았다.

깊은 밤이었고, 봄이었다. 미치기에 좋았다.

한낮이었고, 여름이었다. 넘치기에 좋았다.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


 
김진규의 <달을 먹다>는 고풍스러웠다.
아방가르드스러운 소설들을 몇 권 읽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안' 아방가르드스러운 소설이 읽고 싶어진 참이었다.

표지는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아 귀신 나올까봐 무서워져서 겉을 싸서 읽고 싶었지만 집에는 내가 늘 사용하는 B4 용지가 없는 탓에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북커버를 사용해 보려고 했지만 이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책 싸서 읽는 데는, B4용지가 최고다! 책 읽는 동안 싸두르고 있기에 부담없게 얇고, 읽다가 메모를 할 수도 있고- 결국 무서운 표지 그림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한밤에 넋이 나간 다리 없는 여인이 달의 정기에 홀려 스르륵 나아가는 형상이라 정말 소설 읽기 전에 고민 많이 했다.
 
각설...
 
뭐든 감추기에 좋은 겨울, 상류층 집안의 묘연과 태겸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3대에 걸친 근친간의 금지된 사랑의 이야기를 묘묘히 잘 그려내고 있어서 (내가 어휘력이 얼마나 달리는지 절감해야 했지만) 한지를 바른 댓살 사이로 은은히 퍼져나오는 달빛 같은 느낌에 처음엔 참 좋았더랬다.

그러나, 아쉽게도 묘연과 태겸, 여문과 향이, 희우와 난이로 내려갈수록 응집력이 약해진다고 해야 하나, 뭐 굳이 어떤 절정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짝 심심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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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스피치 - 상대의 머리와 가슴을 움직이는 60초 설득법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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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가 20분을 넘어가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해버린다. -마크 트웨인

 

"넌 네 몸에 만족하니?"


전지현이 광고하는 음료 광고 문구를 기억하시는지.
여자라면 누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윽, 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몸짱계의 살아있는 전설, S라인의 바이블인 전지현이 이 음료수를 들고 하는 말,

넌 네 몸에 만족하니?

이 음료를 사게 하는 데에는 다른 감언이설, 과학적 통계 이런 거 다 필요없다. 넌 네 몸에 만족하니? 전지현 씨, 물론 아니지요. 좋아! 당장 그 음료를 마셔줄 테다, 뭐 이렇게 되는 거다.

이 음료수에 어떤 성분들이 들어가 있고, 그 성분들이 어떻게 우리 몸 안에서 화학작용을 하고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 것보다 저 문장 하나면 만사 오케이다. 저 말 하나에 당장 저 음료를 마시고야 말 테다, 하는 소비 심리가 팍팍팍 일어나는 거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내 의사를 상대에게 120% 전달할 수 있는 말의 기술이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오호, 이 말도 재밌네. 엘리베이터 스피치. 진짜 그렇다. 드라마 보면 많이 나오지 않는가. 

엘리베이터 앞에 '사장'의 아우라를 풍기는 신사와 웬 젊은이가 서 있다. 둘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끼이이잉,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어느 층에선가 땡-하고 멈추어 문이 다시 열리면 '사장'의 아우라를 지닌 신사는 흐뭇한 얼굴로 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의 젊은이는 희색이 만면하여 큰 목소리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는 장면.  

뭐, 내가 마케팅을 하거나 하는 그런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가만 생각하면 이런 60초 설득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은 내 일상에서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취직할 때, 자기 소개서를 써 본 경험이 있으면 다 알 게다.
가족사항 쭈욱 늘어놓아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거. 자기 발 탁본 하나 떠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발입니다. 해놓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뭐냐, 이놈 하고는 그 발의 주인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이 그런 걸 알려 주려고 하고 있다. 마케팅 하는 사람에게는 마케팅의 기법을, 나를 피알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피알의 기법을, 내가 만든 '물건'에 꼭 맞는 이름 지어주기. 음, 김춘수의 꽃인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그러니까, 내가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내 요리가 맛있다는 거든, 이 제품의 무궁무진한 장점이든, 내가 쓸 만한 인재라는 사실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그것도 간결하고 확실하게 강한 액센트를 넣어서 방점을 콱 찍을 수 있는,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될 수 있는 아아, 그런 기법들이 이 책 안에 깔려 있다.
 
이제,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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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리더처럼 말하라 - 마음을 얻는 자의 대화법
전미옥 지음 / 갈매나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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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을 만들 작정이었다.
무슨 어록? 우리 직장 상사 어르신의 '정말이지 같잖은 멘트'를 모아 범조직적 사내 네트워크, 그러니까 메신저로 뿌릴 생각이었다. 말 하나하나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일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들고 무슨 말본새가 저따위인지 치를 떨게 만드는, 정말이지 내노라하는 어법의 소유자, 그가 하면 칭찬도 기분 나쁘다, 춤추던 고래도 죽게 만든다.

모임을 만들 작정이었다.
가칭 '반경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모임. 그러니까 부하직원을 보기만 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단 흠집부터 찾고 보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든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울화병에 걸리는 상사를 모시고 있는 터라 나름대로 미운털이 박힌 사람끼리 모여 그 상사가 뜨기만 하면 여하튼 반경 100미터 이내, 가시권에 들어가지 말자고 굳게 다짐한 가련한 어린 양들의 모임 말이다.

어록은 만들다 지쳤고, 모임은 혼자 활동 중이다.....

웃기는 일이다. 윗대가리가는 그저 한두 명일 뿐인데 그 윗대가리가때문에 내가 처음에 가졌던 직장에 대한 신뢰, 또는 비전까지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말다니 말이다. 한 직장의 '리더'라는 게 그냥 단순히 '윗대가리'인 것만은 아닌 게다. 

리더가 단지 윗대가리로만 존재할 때에는, 자고로 아랫것들이 피곤해지는 법이다. 존경도 존중도 없이, 게다가 말로 패악까지 떨치는 윗대가리라면 더더욱!

(혹시 이 리뷰를 내 윗대가리가 보면 어쩌나,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음, 일단 윗대가리를 한자로 표현하자. '상사')

 
위대한 리더처럼 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리더처럼 말하는 건 어떤 건지 알아나 볼까 하고 읽은 책은 이제 이 책을 내 상사에게 줘, 말아 하는 고민에 빠지게 했다. 아, 정말이지 내 상사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위대한 리더의 소통법 하나, '심플'
으하으하으하, 우리 상사는 절대 심플한 법이 없다. 그래서 뭔 말을 해도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학창시절,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 말씀처럼 말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읽어보니 우리 상사님, 하나에서 열까지 다 위대한 리더와 어긋나게 말하고 계시다. 이게 내가 이 책을 주고 싶은 이유다. 보고 배우시라는 이야기다. 

소심한 나는 지금 고민 중이다. 

1. '내가 당신을 위대한 리더로 생각하니 이 책을 드려요.'라는 탈을 쓰고 준다.

2. 나는 이 책을 안 읽은 것처럼 하고 리더의 대화법이라기에 생각나서 한 권 샀어요, 전략으로 나간다.

3. 어떻게든 당신 말본새 좀 고쳐라, 라는 궁극적인 의도는 절대 모르게 해야 한다.

4. 에라, 그냥 몰래 책상 위에 두고 올까?

옆에 있던 직장 동료가 말했다.
저 사람을 보면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배우게 돼.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이런, 나도 한수 배웠다.
내 실존의 상사에게 욕만 할 게 아니라 (욕 하면서 배운다지 않아)  그 말본새를 저어하고 이 책의 말본새를 지향하자.

위대한 리더가 아니어도 위대한 리더들의 말본새에서 말을 배울 수는 있잖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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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아는 사람이 먼저 성공한다 - 직장인을 위한 심리학 사용 설명서
한스 미하엘 클라인.알브레히트 크레세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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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며칠 전 내가 꽃병을 구입한 일이 떠올랐다.

상황은 이렇다.

가게에 들어갔다.

1. 보답의 법칙-빚지고는 못 살아

 점원이 친절하다. 고객인 나에 대한 부담스러운 관심과 기분나쁜 무관심 사이를  잘 조절하며 웃는 얼굴이다. 나는 생각한다.

'아, 뭐라도 하나 사야 하지 않을까?'


2. 군중의 법칙-다른 사람도 다 좋아합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하나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고, 어떻게 보면  세련된데 또 어떻게 보면 촌스럽다. 살까 말까 하는데 점원이 말한다.

"아, 그거 요즘 너무 잘 나가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음, 그래? 그럼 괜찮은 건가봐."

 
3. 결핍의 법칙-드문 것일수록 매력적이다

그래도 가격이 좀 마음에 걸린다. 점원이 말한다. 그거 핸드메이드라 똑같은 상품이 없어요. 비슷한 종류는 몇 개 있는데 그것도 2,3개 밖에 안 남았어요."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저게 꼭 필요할까'

그때 가게에 들어온 어떤 사람이 내가 고른 물건을 보고 호기심을 보이며 자꾸 만진다. 나는 생각한다. 

 '어? 몇 개 안 남았는데 저 사람이 사가면 나는 못 살지도 몰라. 정말 인기있는 건가봐. 내가 선수쳐야지.' '어, 그럼 빨리 사야지.'


4. 권위의 법칙-권위의 힘을 적절히 이용하라

점원이 한마디 보탠다. 그거 유명한 디자이너 OOO씨가 만든 거예요." 갑자기 내가 고른 물건이 더 좋아보인다. 나는 생각한다. 

'어, 내가 고른 물건이 희소성에 예술성까지 갖추었지 않은가!  빨랑 사자."



5. 일관성의 법칙-잘못된 결정이라도 끝까지 간다

물건을 사고 나오는데 옆집에서 똑같아 보이는 물건을 더 싸게 판다. 나는 생각한다. "어, 비슷한데 더 싸잖아1 가서 바꿀까?'

그러다 곧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냐, 내가 산 게 더 좋은 걸거야. 그리고 저건 어딘지 모르게 좀 조잡해 보여. 싼 게 비지떡이지 뭐.'

그리고 나는 내가 산 물건을 자랑스레 들고 온다. 

 
무슨 얘기냐고?

나는 심리학에 이용당했다. 그리고 그 점원은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리학을 이용하여 물건을 팔았다!

나는 기분 좋게 물건을 샀고 점원은 한 건 올렸다.

이 얘기는 역으로 나도 심리학을 이용하면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내 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싶어서 읽기 시작한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어버렸다.

뭐 남들은 어떻게 나를 평가할지 몰라도 나는 직장에서 내 나름대로는 업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만 생각하니 내가 생각한 만큼의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런 수준이다.

"능력이 없지는 않지만 더 큰 재목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누가 그런 생각을 할까 꼽아보니까 거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더 심한 건 바로 내 상사다!
 
왜 내 윗대가리는 그런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니 난 내 직장 상사를 싫어한다.

그래도 윗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비굴모드로 나갈 때가 더 많지만 그나마도 쓴웃음이다. 그의 생각이나 견해가 나와 다르고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되고 뭐 여하튼 한마디로 짜증이 날 때도 나는 내탓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억지로 웃거나 아니면 내 자리로 돌아와 옆사람이랑 뒷담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뭐, 꼭 내가 이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다거나 출세하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물론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갖고 있는 만큼의 능력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고 싶다는 거고 미운털이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이런 내 바람을 이루어줄 수 있는 게 바로 심리학이었다.

어차피 직장도 인간 관계고, 관계 맺는 인간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 인간 관계를 많이 생각해 봤다.

출세가도를 달리는 성공이든, 명예로운 인정을 받는 성공이든 그 안에는 이 관계를 잘 읽어내고 활용할 줄 아는 심리학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심리학을 아는 사람이 먼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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