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리더처럼 말하라 - 마음을 얻는 자의 대화법
전미옥 지음 / 갈매나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어록을 만들 작정이었다.
무슨 어록? 우리 직장 상사 어르신의 '정말이지 같잖은 멘트'를 모아 범조직적 사내 네트워크, 그러니까 메신저로 뿌릴 생각이었다. 말 하나하나가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일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들고 무슨 말본새가 저따위인지 치를 떨게 만드는, 정말이지 내노라하는 어법의 소유자, 그가 하면 칭찬도 기분 나쁘다, 춤추던 고래도 죽게 만든다.

모임을 만들 작정이었다.
가칭 '반경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모임. 그러니까 부하직원을 보기만 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단 흠집부터 찾고 보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든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울화병에 걸리는 상사를 모시고 있는 터라 나름대로 미운털이 박힌 사람끼리 모여 그 상사가 뜨기만 하면 여하튼 반경 100미터 이내, 가시권에 들어가지 말자고 굳게 다짐한 가련한 어린 양들의 모임 말이다.

어록은 만들다 지쳤고, 모임은 혼자 활동 중이다.....

웃기는 일이다. 윗대가리가는 그저 한두 명일 뿐인데 그 윗대가리가때문에 내가 처음에 가졌던 직장에 대한 신뢰, 또는 비전까지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말다니 말이다. 한 직장의 '리더'라는 게 그냥 단순히 '윗대가리'인 것만은 아닌 게다. 

리더가 단지 윗대가리로만 존재할 때에는, 자고로 아랫것들이 피곤해지는 법이다. 존경도 존중도 없이, 게다가 말로 패악까지 떨치는 윗대가리라면 더더욱!

(혹시 이 리뷰를 내 윗대가리가 보면 어쩌나,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음, 일단 윗대가리를 한자로 표현하자. '상사')

 
위대한 리더처럼 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리더처럼 말하는 건 어떤 건지 알아나 볼까 하고 읽은 책은 이제 이 책을 내 상사에게 줘, 말아 하는 고민에 빠지게 했다. 아, 정말이지 내 상사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위대한 리더의 소통법 하나, '심플'
으하으하으하, 우리 상사는 절대 심플한 법이 없다. 그래서 뭔 말을 해도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학창시절,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 말씀처럼 말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읽어보니 우리 상사님, 하나에서 열까지 다 위대한 리더와 어긋나게 말하고 계시다. 이게 내가 이 책을 주고 싶은 이유다. 보고 배우시라는 이야기다. 

소심한 나는 지금 고민 중이다. 

1. '내가 당신을 위대한 리더로 생각하니 이 책을 드려요.'라는 탈을 쓰고 준다.

2. 나는 이 책을 안 읽은 것처럼 하고 리더의 대화법이라기에 생각나서 한 권 샀어요, 전략으로 나간다.

3. 어떻게든 당신 말본새 좀 고쳐라, 라는 궁극적인 의도는 절대 모르게 해야 한다.

4. 에라, 그냥 몰래 책상 위에 두고 올까?

옆에 있던 직장 동료가 말했다.
저 사람을 보면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배우게 돼.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이런, 나도 한수 배웠다.
내 실존의 상사에게 욕만 할 게 아니라 (욕 하면서 배운다지 않아)  그 말본새를 저어하고 이 책의 말본새를 지향하자.

위대한 리더가 아니어도 위대한 리더들의 말본새에서 말을 배울 수는 있잖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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