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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나를 지켜내는 힘 - 비이성적인 세상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 훈련
토마스 호엔제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단어 선택 게임이 있다고 하자. 제시된 두 개의 단어 중 습득하기를 원하는 단어를 고르는 게임이라고 해 두자. 시작한다.
설레발 vs 평정심
좀 시시한 게임이기는 하다. 나는 ‘평정심’을 선택한다. ‘설레발’은 이미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평정심’을 선택했지만 이 아이템을 어떻게 내것으로 하느냐이지 않을까.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회사 안에서든 회사 밖에서든 흥분하고, 좌절하고, 불안하고, 조급하고, 성질나고, 뚜껑 열리고, 초조하고, 화나고, 신경질 나고, 참을 수 없고, 미춰버리겠거나 돌아버리겠는 일에 자주 내몰린다. 아, 스트레스로 점철된 인생이여!
차가 신호등에 너무 자주 걸려도 평정심을 잃고,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깜빡거려도 평정심을 잃고, 약속 시간에 늦어도 평정심을 잃고, 직장 상사가 싫은 소리를 하면 당연히 평정심을 잃고, 살이 찌거나 주름살이 늘어도 평정심을 잃고, 싫은 사람이 싫은 짓거리를 하면 저건 또 왜 이러나 싶어 평정심을 잃고, 업무가 쌓여 있는데 또 업무 폭탄이 던져지면 소리지를 정도로 평정심을 잃고. 이런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다 평정심을 잃게 한다.
나도 유연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고 싶은데, 부처님처럼 미소 지으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은데. 평정심을 찾지 못해 또 평정심을 잃고 만다.
그런데 나를 긴장으로 내몰아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제일 많이 접한 문장이다. 그렇지, 가만 생각하면 내가 평정심을 잃는 것은 사건이나 일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 때문이다. 업무가 주어지면 그 업무 자체가 아니라 내가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을까, 못하면 평가절하되겠지, 왜 나에게만 과다한 업무가 주어지는 거야 등등 그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이 스스로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고 마는 것이다.
우리가 평정심을 잃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고회로가 AC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A는 사건, C는 감정과 행동으로 보면 된다. AC사고는 ‘어떤 사건이 곧바로 감정과 행동을 유발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스스로의 생각으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가 없어서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고, 겁을 먹게 된다고 한다. 이때 필요한 사고회로는 ABC 사고이다. B는 생각과 확신이다. 사건(A)에 대한 생각(B)으로 행동과 감정(C)을 조절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평정심은 바로 A를 바라보는 B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업무가 주어지면 그 업무를 대하는 나의 생각과 확신을 바꿈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쉬워, 쉽냐고? 하면서 내가 평정심을 잃고 물어 보니 책이 쉽지 않다고, 단시일 내에 획득 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획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평정심을 당신이 원한다면. 그러더니 생각을 놓아주고 평정심을 획득할 수 있는 조언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책을 다 읽었을 때 평정심 레벨이 만렙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정심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선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이 불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늘 기억하기로 했다. 평정심을 잃을 때 이 문장을 떠올리고 나의 생각을 조절할 수 있게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