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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이른 아침이었고, 겨울이었다. 뭐든 감추기에 좋았다.
깊은 밤이었고, 봄이었다. 미치기에 좋았다.
한낮이었고, 여름이었다. 넘치기에 좋았다.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
김진규의 <달을 먹다>는 고풍스러웠다.
아방가르드스러운 소설들을 몇 권 읽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안' 아방가르드스러운 소설이 읽고 싶어진 참이었다.
표지는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아 귀신 나올까봐 무서워져서 겉을 싸서 읽고 싶었지만 집에는 내가 늘 사용하는 B4 용지가 없는 탓에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북커버를 사용해 보려고 했지만 이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책 싸서 읽는 데는, B4용지가 최고다! 책 읽는 동안 싸두르고 있기에 부담없게 얇고, 읽다가 메모를 할 수도 있고- 결국 무서운 표지 그림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한밤에 넋이 나간 다리 없는 여인이 달의 정기에 홀려 스르륵 나아가는 형상이라 정말 소설 읽기 전에 고민 많이 했다.
각설...
뭐든 감추기에 좋은 겨울, 상류층 집안의 묘연과 태겸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3대에 걸친 근친간의 금지된 사랑의 이야기를 묘묘히 잘 그려내고 있어서 (내가 어휘력이 얼마나 달리는지 절감해야 했지만) 한지를 바른 댓살 사이로 은은히 퍼져나오는 달빛 같은 느낌에 처음엔 참 좋았더랬다.
그러나, 아쉽게도 묘연과 태겸, 여문과 향이, 희우와 난이로 내려갈수록 응집력이 약해진다고 해야 하나, 뭐 굳이 어떤 절정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짝 심심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