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응켱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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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와 귀향을 동시에 선택한

저자 '응켱'이 보여주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

부드럽고 소소한 영화의 한 가닥처럼

'응켱'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가늘고 길게, 적당히 나태하게' 사는 삶에 대해 나눈다.


--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의 목차다.

1장 낭만과 현실 사이의 균형

2장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낭만적인 삶

3장 오만과 편견, 그리고 잘못된 낭만

4장 낭만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어

그리고 엔딩 크레딧까지.

필름 출판사의 다른 책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서 필름 출판사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는데,

에필로그가 엔딩 크레딧이라는 점, 책 한 권에 한 사람의 일생이 영화처럼 담긴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에도

에필로그가 엔딩 크레딧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져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책이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3장을 인상깊게 읽었다.

특별하게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주울 수 있었다.

예전에는 존버가 '존나 버틴다'는 의미였는데, 최근에는 그 의미가 조금 확장된 것 같더라. '존나 버티더라도 스스로를 존중하며 버틴다'라나. 우리도 그러자. 존버할 때 하더라도, 나 자신을 아끼면서 말이다.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153

그저 바라는 건, 마음이 가난해질 정도로 자신을 몰아세우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

164

나태한 그 순간에도 활력이 충전되고 생산 에너지가 채워지기도 한다. ... 나태에도 생산의 힘이 있다는 걸.

177


--



저자 응켱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삶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가늘고 길게, 적당히 나태하게'

응켱이 일그러진 시계와 달팽이를 자화상으로 그렸다면,

나의 경우에는 커다란 돌덩이를 그려놓고, 그 밑에 나무 한 그루가 있어 돌덩이가 비바람으로부터 나무를 지켜주는 그림을 그렸을 것 같다.

돌덩이 같이 무덤덤하게 살다가도, 그 안에 있는 진짜 의미인 나무가 있는. 그걸 소중히 지키고, 마음에 드는 사람만 이 안으로 들여보내주는.


--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를 읽으면서,

또 다시 직장에 대한 생각이 오고 갔다.

요새 의미 없이 '그냥 다니고만 있다'고 말하곤 한다.

차라리 잘렸으면,, 그래서 실업수당이나 탔으면,,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공감이 갔다.

응켱은 그런 나에게 말해주듯,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

'적당한 연명'은 결국 삶의 지혜인 것 같다.

70

퇴사는 하기 싫은 일을 계속 참아 내는 과정에서, 자기연민과 염세주의에 나 자신을 더 이상 담아두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서 시작된 결심이었다.

76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비를 보며 그저 멍을 때리는 날도 있을 수 있는 거다. 괜찮다.

176

응켱의 문장들이 내게 다가와서

오늘의 낭만을 그저 즐길 수 있게끔 해준 것 같다.

때로는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게

의미가 될 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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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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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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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현대문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을 때,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집어들고 읽게 된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게 된 수상작품집이었는데,

한 해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이라고 한다.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선보이며, 탁월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담겨져 있다고 해 기대가 되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의 차례.

대상은 최윤 작가의 <소유의 문법>. 그리고 자선작 <손수건>이 담겼다.

우수작품상으로는 김금희 <기괴의 탄생>, 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 박상영 <동경 너머 하와이>, 신주희 <햄의 기원>, 최진영 <유진>이 담겼다.

20회에 <외진 곳>으로 수상했던 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이 기수상작가 자선작으로 함께했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작가는 김금희 작가였다.

<너무 한낮의 연애>라는 작품을

그나마 한국에서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꼽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이 담겼다고 해서

그것부터 읽어볼까 했는데,

차례대로 읽었다.



책에 담긴 모든 소설들을 다 읽어보았다.

언제부터인가,, 직장인이 되고나서부터인가,,

어렵고 글자 많은 이야기는 읽기가 힘들어져

밀도 높은 감상 보다는 가벼운 시선으로 읽어나갔다.

최윤 <소유의문법>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면,

시골인 산밑 마을의 저택과 그 마을 사람들과 관계된 이야기였는데,

인간의 소유욕, 그릇된 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소설 안에 담긴 생각 자체가 꽤나 밀도 있었다.

그런데 결말까지 멋진 걸 바랐던 나로서는

권선징악형 마무리는 '어느날 밤'의 고함 처럼 급작스러웠다.

최윤 <손수건>은

스토킹 이야기였다.

스토킹이라는 것이 끔찍해보이지만, 의외의 이야기로 빠지는 지점이 있었다.

분열의 차이가 있어보이지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금희 <기괴의 탄생>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 이야기였다.

김금희의 문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기대보다는 엄청나지 않았는데,

<너무 한낮의 연애>도 한 번 읽고는 그 엄청남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여러번 다시 읽고 싶어졌다.

박민정 <신세이다이 가옥>은

가족사를 다룬 작품이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꺼내오면서 여성에 관한 이야기도 꺼내왔다.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인물로 복잡함을 느꼈다.

단편소설에 인물을 둘셋을 쓰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쓸 때는

항상 독자들로 하여금 복잡함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박상영 <동경 너머 하와이>는

아버지, 나, 나의 남성 애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였다.

진짜 말 그대로 하나의 이야기였다.

잘 읽히고 재밌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나 무게감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없는 편이었다.

신주희 <햄의 기원>은

예술과 생활 사이에 있는 인물들을 그려낸 이야기였다.

괴상했다.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허상과 현실의 동거가. 나름 재밌었다.

최진영 <유진>은

동명이인과 만나고,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좀 평이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특이한 점은 각주였는데,

평이한 느낌의 이야기에서 소설이 되는 부분은 그 각주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소설 속 지하방 공간이 좋았다.

그걸 반지하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완전히 지하였다.

264

장은진 <가벼운 점심>은

패스트푸드점에서의 가벼운 점심으로

지난 세월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는 이야기였다.

그냥 그런 줄 알았던 이야기 속

또다른 이야기는

나름 납득과 이해가 되었다.

단순한 기억 속의 아버지가 아닌, 지금의 진짜 아버지를 만나며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세상을 더 이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한층 더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장은진 작가의 작품이었다.


--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수많은 좋은 작품들 중 어느 것을 두고 고민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소설 심사를 할 때

다 좋은 작품인데도

이건 무조건 대상이다, 라고 놓는 작품이 있고

어느 두 작품까지는 두고 취향차이로 갈리는 작품이 있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에 두고 고민할 작품이

<소유의 문법>, <동경 너머 하와이>일 것만 같다.

둘 다 좋은 작품인데,

결국 무게감이 더 있다고 생각한 <소유의 문법>이

심사위원들의 거수를 통해서 뽑히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으며,

지금 여기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나 또한 좋은 작품을 읽고

다시금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좋은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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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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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것들의 기록
안리나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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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것들의기록 #안리나 #필름

타투이스트 안리나의 첫 에세이가 세상에 나왔다.

온몸에 문신을 새겼다고 뭇매를 맞아가며,

타투이스트로서, 또 여성으로서 활동해온 안리나의 삶이

어두운 부분을 가리지 않은 채 담겨져

책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스스로를 미숙한 어른이자 미숙한 엄마로 인정하는

안리나의 담담하면서도 무게 있는 말들은

독자의 가슴속에 한 글자씩 새겨진다.

온몸에 문신을 한 여자의 글보다는,

그저 불완전한 어른과 불완전한 엄마의 이야기로 읽어나갔다.

왠지 작가도 그걸 바랄 것만 같았다.


--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의 목차.

갈라진 주제 없이 소제목들로 이루어진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는 영화다'라고 말하는 필름출판사답게

끝은 '엔딩크레딧'이다.

요새 필름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찾아보니

다른 책들도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끝이 '엔딩크레딧'이었다.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에는

타투이스트로서의 안리나와

평범한 어른으로서의 안리나,

아이의 엄마로서의 안리나

다양한 모습이 담겨져있다.

나는 왠지 그중 엄마의 모습일 때의 안리나가

무척 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오늘도 한 걸음', '미숙한 엄마' 등의 페이지가

애틋하게 읽혔다.


--




좋았던 페이지.

'미숙한 엄마'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가도,

내일이 되면 또다시 나쁜 엄마가 되어버리는.

미안하고 사랑하는.

아이를 잘 가르쳐주지 못하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미숙한 엄마.

그 마음이 참 애틋하고 예뻤다.

문신을 가진 부모를 두고 자라난 아이들은

부모의 문신을 보고서,

자신은 언제 그림이 생겨날까 궁금해한다고 한다.

흉측하고 이상하다는 생각 대신

정말 아이의 시선으로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그 동심.

타투의 고통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온몸에 타투를 새기게 되었다는 타투이스트 안리나로서의 마음이 어지럽혀지는 일 없도록,

엄마 안리나는 타투를 가진 엄마를 아이가 미워할까봐 겁먹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는 알아줄 거라고, 믿는다.


--


좋았던 문장들.

누구나 가까울수록 사소해진다.

101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후회와 미련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연 후회가 없을까.

186

온 시선을 집중해서 받을 수밖에 없는 안리나지만,

평범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사는 삶을 미숙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똑같은 어른.

그래서 담담하게 내뱉는 말들이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또 새겼다.


--



[불완전한 것들의 기록]

안리나의 삶이 사진과 글로 가득 담겨져 있는 책이었다.

다채로운 사진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 것 같다.

책이 참 예쁘게 나온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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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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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이렇게쓴다 #나카무라구니오 #이현욱 #밀리언서재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꽤나 유명한 작가다.

노벨상 후보로 이름이 오고 가고,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가다.

수많은 작품들로 '하루키 월드'를 세웠고,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팬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나카무라 구니오는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를 통해

엄청나게 분석적이고 예찬적인

하루키 찬양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그 찬양이

꽤나 믿어볼 만하다.


--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의 목차다.

제1장 33가지 작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읽기

제2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의 힘

제1장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을 열거하며

작법 책처럼 소설 쓰는 방법의 힌트를 알려준다.

작품들을 가져오는 것이 적재적소인 느낌이 들고,

꽤나 분석적이다.

제2장은 '--력'으로 표현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능력을 말해주는 장이다.

예찬적인 느낌이 들지만, 작가의 글쓰기 능력 덕분인지

정말 하루키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장이다.

1장, 2장 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1장이 더 밀도 있게 느껴져서 좋았다.

잡문집, 에세이 등 소설 말고도 다양하게 하루키를 접했던 나로서는

하루키를 이렇게까지 분석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서,

이 책 자체가 평론보다 더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던 것 자체인데,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하루키는

상실과 망상, 디테일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 나카무라 구니오도 같은 지점을 지목했다.

하나씩 짚어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는 항상 갑자기 무언가가 사라진다.

80

상실을 뿌리로 삼는다는 말을 하며 저자는 하루키의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큰 공감이 갔다.

'망상력'은 때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211

1Q84 등으로 보여준 하루키의 망상력은 그 자체가 힘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판타지적 망상이 참 재미지고, 효과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여간 숫자에 집착한다. 천 단위, 백 단위가 아니라 한 자리 숫자까지 세세하게 미스터리한 숫자를 만들어둔다.

127

6922번째 담배를 피우고, 25미터의 수영장을 가득 채우고, 570배 더 잘생긴~

이런 하루키의 숫자는 참 디테일의 면을 잘 살린 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창작 강의를 들을 때 그냥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보다

'고구마를 998개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같이 상세한 숫자를 쓰는 것이 더 다가오는 디테일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창작 강의에서 들었던 말을 하루키의 작품으로 또 증명하게 되어서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특히 구매해서 읽었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고,

읽어보지 않았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게 만들었다.

하루키 월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꽤나 매력적인 책이다.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그런지 책 페이지가 금방금방 넘어갔다.

이렇게 금방금방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은 만화책 다음으로는 또 처음인 느낌이다.

또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설을 써보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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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이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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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경 #보통의속도로걸어가는법 #위즈덤하우스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작사가로도 유명하고,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세상에 선보이신

이애경 작가님의 제주살이 일부분이 담긴 책이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너무 빠른 도시의 삶을 살다가,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 때 또 너무 느린 속도도 아닌,

보통의 속도, 나와 맞는 속도로 사는 게 맞다는 내용의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서른 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그대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서른 살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물아홉이라는 숫자가 더 좋은 나인데,

이미 서른을 맞아버린 사람에게, 뻔한 일상 말고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해변은 보기에도 좋을지 몰라도 배가 정박할 수는 없다. 아름다운 해안선도 긁히고, 배도 다칠 수밖에. 이십 대의 청춘이 아름다운 해변이라면 삼십 대의 청춘은 어쩌면 항구로 변해가는 과정일지도.

81

특히 이 위의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

서른 살을 넘은 성숙한 나이가 되어버린 여자의 어딘가를 찌르는 말.

이 문장을 읽고 나서, 이 책은 그런 느낌으로 쭉 읽혔다.


---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의 목차다.

1. '빠르게'와 '느리게' 사이, 보통의 속도로 걷다

2. 서서히 스며들듯이, 보통의 속도로 사랑하다

3. 아쉽지도 아프지도 않게, 보통의 속도로 멀어지다

4. 마치 여행자처럼, 보통의 속도로 살아가다

5. 조금씩 천천히, 보통의 속도로 어른이 되다

나는 목차를 꼼꼼하게 읽는 편은 아닌데,

목차를 차근차근 보는 사람이라면

꽤나 좋아할 목차로 보였다.

목차 자체에도 감성이 묻어났다.

나는 1장에 해당하는

['빠르게'와 '느리게' 사이, 보통의 속도로 걷다]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문장들 자체가 여리고 부드러워서

쉽고 예쁘게 읽혔다.

겨울은 늘 춥고 힘든 계절로만 여겼는데, 수형을 그대로 드러낸 앙상한 나무들은 봄꽃처럼 아름다웠다.

21

그냥 편한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인 것 같아.

41


--



특별히 좋아서 한 페이지를 통째로 필사하고 싶었던 페이지가 있다.

'꽃의 시간을 속이는 방법' 202쪽.

얼린 씨앗을 심어, 2월이나 3월에도 피는 유채꽃.

그 유채꽃을 보고 든 슬픈 마음이

페이지와 책을 넘어 나에게도 전해져

먹먹해졌다.

어쩌면 우리도 비슷하다.

세상에 던져진 우리는

탄생을 선택하지 않았고,

햇빛이 있듯 일단 나이를 먹어

자라난다.

알고 보니 슬픈 운명이어서

먹먹해질 때가 있다.


--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에는

제주살이의 일상도 어느 정도 담겨져있는데,

책의 끝으로 갈수록

제주살이의 속도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나도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몇십 년을 살아도,

타인으로 판단된다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타인으로 살아가는 제주의 삶은 무척 외로울 것도 같았다.

그래도 내가 제주로 내려갈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풍경, 느림의 미학, 평화와 무사.

왠지 언젠가는 제주에 내려가 살 것만 같다.

가장 좋은 것은 제주에서 사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인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처갓집을 갈 때 매번 여행가는 기분이 들 것만 같은데 ㅋㅋ

--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은

꽤나 유려한 문장으로 쉽게 읽혔다.

빠르게 읽어간 책이지만,

왠지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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