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시프트 -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는가
벤 라말링검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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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그렇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 계십니까? 우리는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너무도 크기에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스트레스가 우리 삶에 이롭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우리가 행동하게 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하기도 합니다. 해로운 균을 죽이려다 익균까지 모조리 죽이면 면역체계는 망가지지 않겠습니까? 모든 스트레스는 없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우리를 비효율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국 인도주의 혁신 기금의 설립자인 벤 라말링검이 쓴 책, 업시프트는 스트레스를 우리 삶의 동력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주는 놀라운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스트레스의 진짜 모습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업시프트를 이해하려면 먼저 스트레스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상태를 이상적인 상태로 기대한다면 우리는 성장에 대한 아주 중요한 도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벤 라말링검은 스트레스가 아예 없다면 몰입도가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된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몰입하려면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우리를 자극하고 있어야 합니다. 의욕을 불러오고 성취감을 주는 데도 스트레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올라가면 우리는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다분히 원시적인 것이지만 또 어떤 면에선 지극히 정상적인 프로세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원초적 욕구에 굴복해 스트레스를 바로 차단해 버린다면 우리는 성장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정상에 오른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모두 특정 시기에 역경이나 트라우마를 경험해 보았다고 합니다. 부상이나 성적 부진, 침체기 등은 그 당시엔 지독한 스트레스였을 수 있지만 그것을 잘 헤쳐 나가고 더 나아가 그것을 활용한다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외상 후 성장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에는 업시프트를 활용한 다양한 유형의 업시프터들이 등장합니다. 도전자, 기술자, 결합자, 연결자, 입증자, 지휘자 등 각각의 유형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극심한 압박 속에서도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재구성하는 사고방식과 재해석하는 독창성, 그리고 높은 목적의식이라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각각의 사례를 접하고 나면 스트레스를 넘나들며 이전과 아예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놀라운 과정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모든 압박감에는 탈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탈출구는 단순히 도망치기 위한 구멍이 아닙니다. 업시프트를 통해 우리 삶을 짓누르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을 배워보세요. 이 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활용하고 내 삶을 재정립하는 놀라운 길을 발견하시게 될 것입니다. 당신도 업시프터가 될 수 있습니다.

 

 

본 리뷰는 몽실북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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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의 삶 -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의 간극
라훌 잔디얼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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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의사에 대한 여론이 가장 안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필수과 기피 문제와 의과대학 정원 문제, 대리 수술 등 의사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고, 인터넷상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의사가 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완치 불가능한 암을 수술하는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 라훌 잔디얼이 집필한 책, 칼날 위의 삶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이 혼란한 시국에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요?

 

의사의 삶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의사는 대부분의 경우 멀쩡한 상태로 환자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선생님 같은 모습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의사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수술실에서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며 암세포와 싸우는, 아니 어떤 면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치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두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자 자신도 스스로를 포기하게 되는 마지막의 상황, 그 상황에서 1퍼센트도 안 되는 희망에 자신을 던지는 의사가 있습니다. 요즘 TV를 통해 방영되는 의사 드라마도 있고, OTT를 통해 다양하게 각색된 작품 속 의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려내고 있는 의사의 모습은 그런 꾸며진 모습이 아닙니다. 지독하게 리얼하며 현실적이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처절한 모습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수술실의 모습만 그려내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환자를 떠나보내며 의사가 품게 되는 생각, 그 생각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사의 독백과 사색까지 상세하게 표현됩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는 환자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의학 드라마였다면 적절한 기승전결에 맞춰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 속 환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무기력하게 떠나가기도 하고, 분노와 무력감만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완전히 의사 입장에서 쓰인 이 책을 읽다 보면 조금 새로운 관점이 생기게 됩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의사가 화자인 이야기인데 어떤 면에선 삶의 끝자락에 아슬하게 서있는 환자의 인생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정 환자의 에피소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생의 마지막에 선 어떤 절박감과 무력감의 정점에 서 있는 감정에 몰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사는 많은 감정을 지나오며 인간 본연에 대해 탐구하게 됩니다. 자아, 회복탄력성, 이런 것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암세포와 사투를 벌이는 수술실의 의사가 생명을 담보로 사색하고 전쟁하며 배우게 되는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근래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독특하고 신선한 책이었습니다. 전문 작가가 일부러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교훈을 전해주는 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교훈을 배우게 됩니다. 정말 독특합니다. 그다지 감수성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 의사가 계속해서 수술하고 고민하고 사색할 뿐인데 독자는 인생이 무엇인지, 삶에 대한 의지는 무엇인지, 치열하게 보내는 하루는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진짜 현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 칼날 위의 삶을 추천해 드립니다.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된 책이 실제론 생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특정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결국 인간 본연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집니다. 이 특별한 책, 칼날 위의 삶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얻게 되길 바랍니다. 생명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만 볼 수 있는 진리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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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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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최고의 고전을 한 권만 뽑으라면 아마 이 책으로 의견이 모일 것입니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교회학교 시절부터 수없이 들어왔고, 여름성경학교 때는 천로역정 코스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여기저기서 참 많이도 들었고, 설교 말씀에도 자주 인용됩니다. 그런데 막상 천로역정을 제대로 읽어본 크리스천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워낙 오래전에 쓰인 책일뿐더러 내용도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CUP에서 참 놀라운 기획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휘튼대학 영문학 교수인 릴랜드 라이큰의 가이드를 통해 천로역정을 읽어가는 것입니다. 고전 영어 문학 전문가의 가이드를 통해 읽는 천로역정은 얼마나 깊이 있게 다가올까요? 책의 제목부터 분명합니다. 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천로역정은 문학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존하는 사실을 백 퍼센트 그려내고 있진 않습니다. 그랬다면 문학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됐겠지요. 그런데 그렇기에 천로역정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선행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 당시의 문화와 환경, 존 버니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학으로 표현된 작가의 메시지를 온전히 읽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로역정의 시작부에 웬 동굴이 등장합니다. 그냥 동굴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책을 읽을 순 있지만 이 책은 릴랜드 라이큰의 가이드를 통해 해당 본문이 쓰인 배경을 소개해 줍니다. 당시 존 버니언은 불법으로 설교한 죄로 잉글랜드 베드포드의 감옥에 갇힌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책의 설명대로라면 무려 12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는 것인데, 이런 설명을 듣고 난 후 천로역정을 읽으니, 동굴의 의미가 다르게 읽혔습니다.

 

작가의 배경뿐 아니라 천로역정에 사용된 성경적 비유에 대해서도 풍성한 해설이 덧붙여집니다. 등장인물이 히브리서의 특정 구절을 반영하고 있다든가, 신약의 어떤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설이 더해지니 단순한 이야기로만 보였던 천로역정이 풍성한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도구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해설만 풍성한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컬러풀한 색채를 활용해 본문에 맞는 다양한 그림을 제시합니다. 온갖 비유와 논쟁이 난무하는 작품이기에 자칫 독자가 길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유효적절하게 등장하는 그림이 독자가 작품에 몰입도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책의 본문에 대한 해설과 가이드가 모두 끝나면 작품 전반에 대한 설명과 토론 거리 등도 제공해 줍니다. 각각의 문장을 나누어 설명해 주더니 책의 후반부엔 책을 큰 시야로 전체적인 조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 한 권의 책만 있다면 천로역정에 대한 모든 해설과 주석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놀랍도록 친절하게 가이드를 해주며, 본문 이상의 깊이 있는 가르침을 더해주는 신선한 책입니다.

 

이름만 들어왔던 천로역정에 대해 언젠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이 책, 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을 통해 천로역정의 모든 것을 정복해 보세요. 우리가 알아야 할 천로역정에 대한 모든 것을 얻어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크리스천에게 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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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ADHD 때문일지도 몰라 - 산만한 마음들을 위한 성인 ADHD 탐구서
안주연 지음 / EBS BOOKS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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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방문했다가 ADHD 검사를 받게 되었다는 경험담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멀쩡하게 학교 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사람도 뒤늦게 ADHD 판정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ADHD의 범위는 정확히 어디까지란 말입니까? 설마 나도 ADHD일 수 있는 건가요?

 

이번에 출간된 신간, 어쩌면 ADHD 때문일지도 몰라 는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집필한 ADHD 안내서적입니다. 책은 자신이 ADHD일지 의심하는 질문자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독자들은 ADHD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주의력 결핍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습니다. 무기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도 많고, 충동성을 억제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 모두를 ADHD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 ADHD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 책에는 ADHD에 관한 기본 개념을 설명해 줄 뿐 아니라 ADHD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 자가 진단을 할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물론 자가 진단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이상을 느낄 경우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합니다. 이 책은 나와 잘 맞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방법도 소개해 주고 ADHD에 대한 정보와 수기를 얻어갈 수 있는 다양한 참고 서적도 제시해 줍니다.

 

ADHD 환자가 안고 있는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잠을 제때 자지 못하고 충동성을 억제하기 힘든 것, 그로 인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책은 환자의 고민에 대해 뇌의 어떤 부분의 문제 때문에 그런 증상이 발현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시상하부의 상교차핵이라는 곳에서 일반적인 리듬과 다른 설정을 하게 되기도 하고, 잠자는 데 필요한 호르몬(멜라토닌)의 분비가 지연되어 잠들기 힘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인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원인을 알게 되는 것과 막연히 괴롭기만 한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책에서 설명해 주는 의학적 지식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훨씬 작게 느껴집니다. 원인이 있다면 해결책 내지는 동행하는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약물 치료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호전된 사례도 제시됩니다. 전전두엽의 균형이 안 맞았던 분들의 경우 방해되는 부분이 해결되면 상태가 급격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상당 경우 비포 애프터에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없고 평생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ADHD에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이전보다 조금 더 수월한 동행은 가능할 것입니다.

 

병이 낫기 위해서라기보단 나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어나간다면 나와 조금 더 친해진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왜 이럴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분들께 이 책, 어쩌면 ADHD 때문일지도 몰라 를 추천해 드립니다. 인정하기 힘들었던 내 진짜 모습을 이해하고 조금 더 친절하게 나에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ADHD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을 꼭 들여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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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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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소라의 명곡 바람이 분다에는 참 의미심장한 가사가 있습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분명 남녀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사랑을 나누는데 기억과 추억은 다르게 남습니다. 이것이 연애의 비극이자 연애의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4년 전 일본에서 참 재미있는 기획의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에서 기록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책, 냉정과 열정 사이가 그것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전해지는 냉정과 열정 사이 Blu는 남성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집필했고, 여자의 입장에서 전해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는 여성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집필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한글 번역본 역시 Blu는 남성 번역가가, Rosso는 여성 번역가가 번역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실제 부부 사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이 흥미로운 책의 24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에게 직접 검토받은 산뜻한 새 표지를 입은 오래된 명작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이제 이 책의 출간 이후 태어난 MZ의 감성까지 자극하게 될 것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의 화자는 아오이라는 일본 여성입니다. 아오이에게는 마빈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마빈은 외국인이고 나이스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오이의 마음속에는 지울 수 없는 옛 연인이 남아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가타 쥰세이. 둘은 지난 시절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세월이 모든 것을 덮어버려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오이는 그 마음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10년 후 5월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10년 전 일본에서 했던 약속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요? 그 한마디의 약속을 10년간 품고 있다가 이역만리 피렌체를 찾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소설이기에 줄거리를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있지만, 워낙 오래전에 출간된 유명한 소설이고 이미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널리 알려졌기에 이야기하자면 두 사람은 결국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납니다.

 

아오이가 그리워했던 것은 쥰세이일까요? 그때의 나일까요? 누구도 답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Rosoo의 아오이는 과거에 묶여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과거의 약속에 이끌려 왔지만 아오이는 과거의 쥰세이가 아닌 지금의 쥰세이를 충분히 느끼고 되뇌며 자신의 감정을 선택합니다.

 

읽고 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수작입니다. 이제 Rosso를 읽었는데 내일 당장에라도 Blu를 집어 들어 읽어나가고 싶어집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으신 분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와 가수 해이의 Piece of my wish 뮤직비디오도 함께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힙니다. 아오이와 쥰세이의 기억은 어떻게 남겨져 있었을까요? 24주년 기념 리커버 판으로 재출간된 명작,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통해 아오이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그 어떤 책보다도 뛰어난 감정 묘사와 낭만적인 정서를 통해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와 감수성을 깨우는 계기를 갖게 되실 겁니다.

 

쌀쌀한 날씨, 외로운 마음, 지나간 추억을 놓지 못하는 모든 분께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온 마음을 다해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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