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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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소라의 명곡 바람이 분다에는 참 의미심장한 가사가 있습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분명 남녀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사랑을 나누는데 기억과 추억은 다르게 남습니다. 이것이 연애의 비극이자 연애의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4년 전 일본에서 참 재미있는 기획의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에서 기록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라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책, 냉정과 열정 사이가 그것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전해지는 냉정과 열정 사이 Blu는 남성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집필했고, 여자의 입장에서 전해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는 여성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집필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한글 번역본 역시 Blu는 남성 번역가가, Rosso는 여성 번역가가 번역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실제 부부 사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이 흥미로운 책의 24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에게 직접 검토받은 산뜻한 새 표지를 입은 오래된 명작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이제 이 책의 출간 이후 태어난 MZ의 감성까지 자극하게 될 것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의 화자는 아오이라는 일본 여성입니다. 아오이에게는 마빈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마빈은 외국인이고 나이스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오이의 마음속에는 지울 수 없는 옛 연인이 남아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가타 쥰세이. 둘은 지난 시절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세월이 모든 것을 덮어버려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오이는 그 마음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10년 후 5월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10년 전 일본에서 했던 약속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요? 그 한마디의 약속을 10년간 품고 있다가 이역만리 피렌체를 찾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소설이기에 줄거리를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있지만, 워낙 오래전에 출간된 유명한 소설이고 이미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널리 알려졌기에 이야기하자면 두 사람은 결국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납니다.

 

아오이가 그리워했던 것은 쥰세이일까요? 그때의 나일까요? 누구도 답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Rosoo의 아오이는 과거에 묶여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과거의 약속에 이끌려 왔지만 아오이는 과거의 쥰세이가 아닌 지금의 쥰세이를 충분히 느끼고 되뇌며 자신의 감정을 선택합니다.

 

읽고 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수작입니다. 이제 Rosso를 읽었는데 내일 당장에라도 Blu를 집어 들어 읽어나가고 싶어집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으신 분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와 가수 해이의 Piece of my wish 뮤직비디오도 함께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힙니다. 아오이와 쥰세이의 기억은 어떻게 남겨져 있었을까요? 24주년 기념 리커버 판으로 재출간된 명작,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통해 아오이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그 어떤 책보다도 뛰어난 감정 묘사와 낭만적인 정서를 통해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와 감수성을 깨우는 계기를 갖게 되실 겁니다.

 

쌀쌀한 날씨, 외로운 마음, 지나간 추억을 놓지 못하는 모든 분께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를 온 마음을 다해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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