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0
송성욱 풀어 옮김,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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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작가가 미상인 책은 <춘향전>이 유일하다.
오래 전 전해 내려온 이야기에 판소리로 불리고, 내용을 덧붙여 소설로 옮긴 판소리계 소설. <열녀춘향수절가> 완판 84장본과 경판 30장본, 영인본까지 충실히 실려 있다.

누가 뭐래도 주인공은 춘향. 이몽룡과의 만남에 적극적이고, 정절을 생명보다 중하게 여기는 입체적, 자기주도적, 능동적인 인물이다. 소식 없는 낭군을 잊고, 수청만 들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유혹과 기약없는 기다림에도 힘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준다.

단오날 첫만남에 이몽룡은 춘향이 서시인지, 우미인인지 중국 역사 속 미인들을 읊퍼대지만(완판본), 경판본에선 선녀가 하강하였다며, 금이냐, 해당화냐, 귀신이냐며 첫눈에 반하는 심정을 그린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사랑가> 중 정을 통하는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이몽룡이 그리워 서럽게 울며 부르는 <갈까 부다>는 판소리의 대사를 모두 포함하면서 더 자세히 기록되어 생동감이 넘친다.
˝저리 가거라 가는 태도를 보자.
춘향아 우리 업음질이나 하여 보자. 너도 나를 업어야지.
갈까 보다 님을 따라 갈까보다˝ 주옥 같은 문장들이 읽는 눈을 해학과 재미로 즐겁게 만든다.

판소리는 들어보라. 들을 때 마다 구성진 목소리에 끌린다. 내용이야 다 알지만, 생생한 묘사가 있는 소설로도 읽으면 맛과 흥이 더해진다.

영국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우리에겐 <춘향전>은 설레임, 애절함과 짜릿한 통쾌감을 보여준 최고의 84부작 조선 로맨스 드라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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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16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언어유희나 분위기가 생각보다 너무 19금이어서 좀 놀랐던 ㅎㅎㅎ기억이 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