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더 느리게 2 - 베이징대 인생철학 명강의 느리게 더 느리게 시리즈 2
츠샤오촨 지음, 정세경 옮김 / 다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서평]「느리게 더 느리게 2」행복 스토리 텔링



느리게 더 느리게 2 - 8점
츠샤오촨 지음, 정세경 옮김/다연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혹시 경쟁에서 뒤쳐질까 쉬는 시간도 없이 인생 막바지까지 달리기만 거듭하고 있다. 그 치열함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여유를 부리고 있는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고, 행복은 빠르게 달리기만 해서 얻어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모든 경쟁에서 한 발자국 거리를 벌리고 있지만 그들보다는 행복에 한 발자국 가까이 있다고 느낀다. 가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느리게 더 느리게 2」와 같은 책을 보면 내 생각이 옳은 것이구나 하고 위안을 받게 된다.


 「느리게 더 느리게 2」는 경쟁을 가속화 시키는 보통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행복을 위해선 삶의 템포를 늦춰야 한다고 설득한다. 빠르게 달리고 있어서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보여주는 방식은 바로 스토리 텔링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그 에피소드가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에피소드가 적혀있다. 스토리 텔링은 독자에게 가장 큰 설득력을 가진 방식이고 최고로 재밌는 고전 철학이라 뽑히는 '장자'의 주된 구성이기도 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백 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야기라는 묘사를 한 번 보여주는 게 낫다는 걸 알고 있는 책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 2」는 전작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데, 달라진 점이라면 주제마다 하나의 명언이 추가되었다는 점밖에 없다. 책은 두껍지만 짧은 주제가 여럿 모여 있어서 한번에 정독하기 보다는 책장에 꽂아두고 틈틈이 읽기 좋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행복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밤이 찾아온다면 이불 속에 누워 「느리게 더 느리게 2」를 보며 행복을 다시 스토리 텔링 해보는 게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에 날리어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바람에 날리어」향수는 바람을 타고

 

 

 

 

 

바람에 날리어 -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지식여행

 

 

 

심사위원의 내공

 

 「바람에 날리어」의 저자 이츠키 히로유키는 친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32년간 나오키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일본 문학계의 거장이라 하면 조금 거리감이 줄어들까? 나오키상은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상이다. 요즘은 경계가 애매해졌다고는 하나 보통 아쿠타가와상은 순수 문학에게 주어지고 나오키상은 장르 소설과 같은 대중 문학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용의자 X의 헌신」이나 「공중 그네」가 나오키상 수상작이라 하면 이해가 쉽다. 

 문학상을 수상 했다는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가장 신뢰하는 의미는 바로 문체가 입증됐다는 점이다. 똑같은 주제로 똑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더라도 문체에 따라 작품에 대한 질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이츠키 히로유키 또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일뿐더러 32년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의미는 문체에 대한 입증이 끝났다는 이야기다. 

 어떤 장르의 책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문학 중에서 특히 에세이는 문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다. 구체적이고 일관된 서사가 없고, 는 조그만 주제에 따라 짧막한 글이 쓰여진 에세이집의 경우 문체가 형편없다면 읽기 괴로운 글이 된다. 그 점에 있어서 「바람에 날리어」는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글이다. 32년간 심사위원으로서 다져진 내공이 어디가겠는가.

 

깊이

 

 나에게 에세이집은 무라카미 하루키로 시작해서 무라카미 하루키로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읽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재미를 무라카미 하루키가 알려줬고 현재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아니라면 읽기를 꺼려한다. 「바람에 날리어」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과 비교한다면,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비교할만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일상적이고 가벼운 내용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라면, 「바람에 날리어」는 지나간 기억과 아픔을 되새기며 무겁게 마음 속에 가라앉는 글이다. 흑인과의 인종을 구분하는 유럽 사람들과 흑인과의 인종을 차별하는 미국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본문 47P) 특히 남다른 시각에 강렬한 인상을 준 글이었다. 오랫동안 문학을 이루어내고 쌓아온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가 하는 작은 감탄을 하며 그의 깊이를 마음 속으로 인정하게 됐다.

 

고향으로서의 한국

 

 「바람에 날리어」의 글은 하나하나 전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고 흥미 또한 빠지지 않지만 그 중에서 '아카시아 꽃 아래서' 라고 시작하는 한국에 관한 이야기는 단연 백미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던 이츠키 히로유키는 이제는 이국이 되어버린 한국에 향수를 느낀다고 전한다. 고향의 감정을 품고 있는 한국의 땅, 잃어버린 장소에 대한 표현은 가히 '이국'을 조국으로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또 다른 향수를 일으킨다. 

 

 - 즉, 내 마음을 자극하는 것은 그 땅의 자연이고, 풍습이며, 내 유소년기 기억과 단단히 맺어진 '시간' 그 자체다. (P. 96)

 

 - 저 메마른 대기 속, 올려다보면 빨려 들어갈 것처럼 투명한 가을 하늘의 푸르름, 불그죽죽한 낮은 구릉 모양을 한 산의 표면, 겨울의 얼어붙은 걍 표면을 건너는 소달구지 소리, 그런 것들이 문득 시간의 심연을 뛰어넘어 분수처럼 솟구칠 때가 있다. (P. 97)

 

  - 어쩌다 여름방학에 찾아간 내지는(일본) 우리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긴 여름방학을 내지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내내 마음속으로 아카시아 나무 그늘의 시원함과 노란 참외의 단맛을 그리며 빨리 우리 땅(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곤 했다. 향수병은 오히려 식민지를 향해 작용했던 것이다. (P. 98)

 

  - 내지는 나에게 이국이었다. 나는 그대로 내가 자란 땅에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땅에서 떠나야 했다. 나 역시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 거기에 머물 권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P .99)

 

  - 현재 나에게 '내지'는 조국임과 동시에 '이국'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어머니를 패전 다음 달인 9월 15일에 여의었다. 그건 당시 패전국민들이 겪은 흔한 피해 중 하나로, 지금의 나에게는 그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재외재산보상을 운운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식민지에 보상할 만한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재산을 소유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렇다면 나 자신도 얼마 정도로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에게 그건 도저히 허락되지 않는 일처럼 느껴진다. (P. 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청춘의 문장들+」김연수의 아메리카노

 

 

 

 

청춘의 문장들+ - 6점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마음산책

 

김연수의 아메리카노

 

 나는 에세이라 불리우는 산문이란 글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흥분되는 전개와 섬칫한 절정, 찌릿한 결말을 기대하는 서사 중심의 소설과 비교하면 밋밋하기 짝이 없는 글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리즈를 통해 에세이가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문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져가게 됐다. 책이야 어렸을 때부터 간혹 읽기 시작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읽기 시작해서 어느 부분부터가 '독서'에 대한 시작인지 알 수 없지만, 에세이의 경우 명백하게 무라카미 하루키로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로 시작한 에세이는 점차 영역을 넓혀가며 다른 관심있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와 존경해 마지 않던 해외 거장들의 산문을 읽기 시작했지만, 국내작가 중에서는 딱히 이렇다 할만한 매력을 느끼는 에세이는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중에 가장 내 마음 속 에세이의 역영 중 큰 획을 그은 책은 「먼 북소리」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점의 구분선을 명확하게 했다. 여행 에세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마음 속의 기준이 됐다. 김연수 작가의 「여행할 권리」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은 국내작가의 에세이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독서 할당량 중 김연수 작가의 자리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청춘에 관심이 생긴다. 

 

 「청춘의 문장들+」는 2004년 출간한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10주년특별 산문집이다. 청춘과 그에 관련한(김연수 작가의) 10개의 열쇳말을 꼽고, 그 주제로 쓴 산문과 금정연 평론가와 나눈 대담이 실려있다. 「청춘의 문장들+」는 김연수 작가의 지난 청춘을 독자로서 돌아보며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듯 깊고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한다. 여태껏 인류가 지나쳐 온 무수히 많은 청춘 중 단 하나의 청춘에 불과하지만 우리 모두의 청춘이 될 수 있는 그 산문들은 중독성이 있다. 이제 나도 청춘이라 할만한 나이를 넘겼다. 여유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잠깐 돌아볼만한 틈이 생겼을 때 내 청춘의 돌아봄은 「청춘의 문장들+」하나의 시간을 가졌다. 

 

 

책머리에, 여인숙

 

 

 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 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

 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ㅡ루미, 「여인숙」전문

 

「청춘의 문장들+」P. 6 

 

 「청춘의 문장들+」책머리에는 「여인숙」이라는 시와 그에 관한 김연수 작가의 산문이 실려 있다. 이는 「청춘의 문장들+」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게 꽤 의미심장하다.

 매일같이 인간이란 곳에 찾아오는 손님 중 하나는 바로 청춘이다. 집의 물건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나의 청춘은 극진히 대접해야 할만큼 소중한 가치였다. 돌아봐야만 보였던 것들, 어렴풋 이해하고 있었던 희미한 것들을 김연수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스무 살

 

 당신들이 스무 살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이 많이 축하드려요. 이제 당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게 어떤 경험이든, 생각해보세요, 그 경험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당신들을 만든답니다. 그러니 더 치열해지세요. 더 절실해지세요. 그건 모두 다시는 맨 처음의 그 기분으로 경험할 수 없는 슬픔이거나 기쁨이거나 외로움이거나 환희랍니다. 세상의 모든 두 번째 사랑이 첫 번째 사랑의 그림자나 마찬가지이듯이 말입니다.

  "꿈들! 언제나 꿈들을!"이라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 맞는 양의 천연적 아편을 자신 속에 소유하고 있는 법. 이 끊임없이 분비되며 새로워지는 아편을"이라고 노래한 사람은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였습니다. 그 아편의 대부분은 스무 살 무렵에 만들어집니다. 더 많이 기뻐하고 더 많이 슬퍼하고 더 많이 갈망하시길. 자신의 인생에 더 많은 꿈들을 요구하시길.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더 많은 꿈들을 요구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당신들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 그러니 지금 스무 살이라면, 꿈들! 언제나 꿈들을! 더 많은 꿈들을!

 

 「청춘의 문장들+」P. 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데렐라 노벨상 수상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음, 김정하 옮김, 베르나르디타 오헤다 그림 / 풀빛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신데랄라」이왕 꾸는 꿈 환상적으로

 


 

 

 

신데렐라 -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음, 김정하 옮김, 베르나르디타 오헤다 그림/풀빛

 

──────────────────────────────────────────────

이왕 꾸는 꿈 환상적으로

──────────────────────────────────────────────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미 옛날 이야기였으니 신데렐라라는 소스가 얼마나 역사가 깊은지 짐작이 간다. 신데렐라가 단지 구박 받던 예쁘고 착한 아가씨가 파티에 갔다가 돈 많은 남자 물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라는 이야기였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사랑하지 않았다. 이름마저 재투성이가 돼 가면서1 갖은 구박을 당하다가 호박 마차로 변한 마법처럼 인생의 반전을 겪고 12시의 종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유리구두를 통해 완성되는 묘사는 신데렐라라는 스토리에 좋은 조미료가 된다.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신데렐라」라는 제목을 지은 주장에서부터 신데렐라는 그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이야기보다는 어떤 표현으로 이야기를 꾸미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사실을 나타낸다. 그림책은 필연적으로 아이들에게 환상적인 꿈을 꾸게 하고 아름다운 상상을 가꾸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 작가의'라는 입증된 타이틀은 더욱 빛을 본다.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더욱 좋은 꿈을 꾸게 하고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재미를 주기 위한 좋은 선택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신데렐라」는 노벨상 수상 작가가 썼다는 장점 말고도 북디자인이나 그림에서도 장점이 보인다. 골판지 두 겹이 그림책을 감싸고 있는 형태의  북디자인과,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의 표정, 쓸쓸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배경 그림들은 몰입도를 한층 끌어 올리는 중요한 요소다. 

 

──────────────────────────────────────────────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

  

 신데렐라가 부뚜막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저 멀리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과 아득한 그림자로 남아있는 배경의 산, 신데렐라를 둘러 싸고 있는 하얗게 텅 빈 나무들과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불꽃, 네 마리의 생쥐들은 고요하고 쓸쓸한 신데렐라의 감정이 잘 표현됐다.

 마치 우리나라의 장승처럼 손을 뻗친 괴기한 나무가지들 또한 백미! 

 

 

 

신데렐라가 왕자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 배경으로 그려진 여러 개의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들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훌륭한 묘사다. 한 가지 색상이 아닌, 형형색색의 시계들은 지루한 시간의 정반대되는 즐거운 시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표현

──────────────────────────────────────────────

 

  "저는 새카만 숯의 딸이에요. 새까만 재들이 제 마음속 깊은 곳까지 온통 뒤덮고 있는걸요."  P. 11

  

 파도처럼 사람들이 줄을 맞춰 춤추고 있었어요.  P. 14

 

 두 사람은 두 개의 불꽃처럼 사뿐사뿐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어요.  P. 17

 

──────────────────────────────────────────────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식

──────────────────────────────────────────────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이어지는 작품 해설은 신데렐라의 배경들이 담고 있는 흥미로운 지식들을 알려준다. 왕자가 무도회를 두 번 열었던 이유가 바로크 미학과 상응한다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와 신데렐라가 '재투성이'가 되어야만 했던 기독교적인 이유, 신하들의 수를 '40'으로 구체화시킨 함축적인 묘사의 설명 등이 나온다. 
 이 작품 해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졌기 보다는 신데렐라라는 단순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 또 다른 작품성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불만

──────────────────────────────────────────────


 왕자가 신데렐라의 내면에 반하는 암시가 없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조장한다고 느껴진다.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착실하게 맡은 일을 열심히 수행해내는 생활을 왕자는 모른다. 신데렐라가 언니들과의 입장이 바뀐 채로 외모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왕자는 그 구두를 찾아 해맺을지도 모른다. 또한 신데렐라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거나 내면적인 성숙을 통해 용기를 얻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요정 대모의 도움을 받아 무도회장에 참석하게 된다. 이는 판타지 소설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는 '3자해결' 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신데렐라가 이같은 구성을 가지는 건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하느님의 은총을 바라던 사회배경이 큰 영향을 주었다(작품 해설을 보면 나온다). 하지만 역시 불만이고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이미지 인문학」이미지를 갖고 글을 잃다

 


 

 

 「이미지 인문학」를 읽으며 번역이 잘 안 된 외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한글로 번역된 게 맞는데 행간의 의미 파악이 안 되고 문장 이해가 힘들다. 물론 이 책은 외서가 아니다. 이미지에 대한 포괄적인 진중권 씨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진중권 씨의 책을 한번도 읽을 적이 없어서 원래 문체가 이런지 알 길이 없다. 


 진중권 씨는 소통하기 힘든 글을 썼다. 표지를 보면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미래의 문맹자가 될 거라며 이미지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인지 글에 대해 조금 소홀한 것이 아닐까. 글과 문장은 담백하고 전달하기 쉬운 게 최고다. 내용이 어렵고 글마저 어려우면 그 책은 읽기가 힘들다. 내용이 어렵고 글이 쉽다면 그 책은 읽기 좋은 책이 된다. 하지만 내용이 쉽고 문장이 어렵다면 그것은 최악의 글이 된다. 이미지가 무엇인지 책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내용이 어려운 건지 쉬운 건지 알 도리가 없지만 문장은 분명 어렵다. 같은 내용을 가지더라도 쉬운 표현을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본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 시기에 책은 자연의 거울로 여겨졌다. 세계를 알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전자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구텐베르크 은하"는 서서히 종언을 고한다.' 

 이 문장은 종이책이 전자매체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고 있음을 뜻하는 문장이다. '구텐베르크 은하'란 최초로 금속 활자를 발명하여 인쇄술에 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를 인용한 묘사다. 

 구텐베르크가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건 유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평소에 인지하지 못한 독자라면 '구텐베르크 은하'가 무엇인지 한참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위 문장은 그래도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문장 중 하나다. 「이미지 인문학」에는 이렇게 소통이 소홀한 문장이 가득하다. 

 이미지를 읽지 못하고, 설령 글자를 몰라 문맹자가 될지라도 소통할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글자를 알고 이미지를 읽을 수 있더라도 소통할 수 없다면 그게 진정한 사회에 대한 문맹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