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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ㅣ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청춘의 문장들+」김연수의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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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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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라 불리우는 산문이란 글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흥분되는 전개와 섬칫한 절정, 찌릿한 결말을 기대하는 서사 중심의 소설과 비교하면 밋밋하기 짝이 없는 글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리즈를 통해 에세이가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문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져가게 됐다. 책이야 어렸을 때부터 간혹 읽기 시작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읽기 시작해서 어느 부분부터가 '독서'에 대한 시작인지 알 수 없지만, 에세이의 경우 명백하게 무라카미 하루키로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로 시작한 에세이는 점차 영역을 넓혀가며 다른 관심있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와 존경해 마지 않던 해외 거장들의 산문을 읽기 시작했지만, 국내작가 중에서는 딱히 이렇다 할만한 매력을 느끼는 에세이는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중에 가장 내 마음 속 에세이의 역영 중 큰 획을 그은 책은 「먼 북소리」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점의 구분선을 명확하게 했다. 여행 에세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마음 속의 기준이 됐다. 김연수 작가의 「여행할 권리」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은 국내작가의 에세이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독서 할당량 중 김연수 작가의 자리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청춘에 관심이 생긴다.
「청춘의 문장들+」는 2004년 출간한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10주년특별 산문집이다. 청춘과 그에 관련한(김연수 작가의) 10개의 열쇳말을 꼽고, 그 주제로 쓴 산문과 금정연 평론가와 나눈 대담이 실려있다. 「청춘의 문장들+」는 김연수 작가의 지난 청춘을 독자로서 돌아보며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듯 깊고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한다. 여태껏 인류가 지나쳐 온 무수히 많은 청춘 중 단 하나의 청춘에 불과하지만 우리 모두의 청춘이 될 수 있는 그 산문들은 중독성이 있다. 이제 나도 청춘이라 할만한 나이를 넘겼다. 여유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잠깐 돌아볼만한 틈이 생겼을 때 내 청춘의 돌아봄은 「청춘의 문장들+」하나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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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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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은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 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
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ㅡ루미, 「여인숙」전문
「청춘의 문장들+」P. 6
「청춘의 문장들+」책머리에는 「여인숙」이라는 시와 그에 관한 김연수 작가의 산문이 실려 있다. 이는 「청춘의 문장들+」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게 꽤 의미심장하다.
매일같이 인간이란 곳에 찾아오는 손님 중 하나는 바로 청춘이다. 집의 물건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나의 청춘은 극진히 대접해야 할만큼 소중한 가치였다. 돌아봐야만 보였던 것들, 어렴풋 이해하고 있었던 희미한 것들을 김연수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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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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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스무 살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이 많이 축하드려요. 이제 당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게 어떤 경험이든, 생각해보세요, 그 경험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당신들을 만든답니다. 그러니 더 치열해지세요. 더 절실해지세요. 그건 모두 다시는 맨 처음의 그 기분으로 경험할 수 없는 슬픔이거나 기쁨이거나 외로움이거나 환희랍니다. 세상의 모든 두 번째 사랑이 첫 번째 사랑의 그림자나 마찬가지이듯이 말입니다.
"꿈들! 언제나 꿈들을!"이라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 맞는 양의 천연적 아편을 자신 속에 소유하고 있는 법. 이 끊임없이 분비되며 새로워지는 아편을"이라고 노래한 사람은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였습니다. 그 아편의 대부분은 스무 살 무렵에 만들어집니다. 더 많이 기뻐하고 더 많이 슬퍼하고 더 많이 갈망하시길. 자신의 인생에 더 많은 꿈들을 요구하시길.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더 많은 꿈들을 요구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당신들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 그러니 지금 스무 살이라면, 꿈들! 언제나 꿈들을! 더 많은 꿈들을!
「청춘의 문장들+」P.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