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을 정의하는 나의 두 번째 문장은 ‘내 콘텐츠를 남이 소비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이다. 세상에는 볼 것, 읽을 것이 정말많다. 내 글과 생각은 나에게나 각별한 것이다. 독자가 호의를 갖고 경청해야 할 당연한 이유가 없다. 
- P129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히 뭐라고요?"
"그걸 제가 왜 알아야 하죠?",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이야기들과 뭐가 다르다는 거예요?"라고 시큰둥하게 되묻는 가상의 독자 목소리를 왼쪽 귓가에 모셔둔다. 
- P130

컨셉 도출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재치가 아니라 끈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빈 땅이 보일 때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끝까지 자문자답하는 끈기가 기억되는 컨셉을 만든다.
- P136

나는 핵심을 알아보고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이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길 들을 상대방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느낄 만한 재료가 무엇인지,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상상할 줄 모른다면 핵심을 골라내기도힘들 것이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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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원에는 희생이 따르지?‘
‘지키고 구한다는 건 굉장히 아프고 잔인한 거구나.‘
- P20

리키가 가진 희망이란 가장 늦고 더딘,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성장이다. 지금은 없지만 악당의 손 틈에서 빛이 되는.
그리고 이건 피노키몬이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단 한가지였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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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한 내일
정은우 (지은이) 자음과모음 2024-05-03, 160쪽, 한국소설

#빈칸놀이터프로그램
#문학을낭독하는사람들 #문낭사 #문낭사10월 #정은우작가 #안녕한내일

🍋‍🟩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 같은 후기가 (후기 같은 에세이일지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 있는 소설집. 코로나, 단절과 연결, 이방인. 세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 키워드가 내 머릿속에 잡혔다.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이국적인 이 소재들을 풀어놓는 건 튀지도 너무 숨지도 않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 정은우 작가님을 만난 건 올 상반기 소설을 쓰는 모임이었고, 하반기에 다시 또 만났다. 작품 보다 마주한 게 먼저였는데 이 분의 글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냥 그럴 것 같은 일반적인 소재에도 의미, 미처 인지하지 못한 길을 살짝은 서늘하면서도 온기있게 조언받던 시간들. 이번에 읽은 소설은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받았다.

🍋‍🟩 인물들은 한국에서 온전할 수 없었던 자신들의 삶을 독일에서 계속하나 독일 역시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시작된 전 세계적인 전염과 공포, 혼란, 분노. 그 시간에서 이방인이 가지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었다. 그렇게 오는 단절. 그럼에도 묘하게 다시 시작하는, 아니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관계들.

🍋‍🟩 코로나 시대의 이방인의 글이지만, 매일을 살아가는 지금의 나, 너와 얼마나 무엇이 다를까. 결국 코로나 시대는 일상이며 이방인의 삶은 지금의 나의 하루다. 그럼에도 나는 나와 너의 안녕란 내일을 꿈꾼다. 진심으로.


🍋‍🟩 더 더 남았던 구절들


<민디>

🌱모두와 다른 대신 모두가 다른편이 나았다. 이해받거나 이해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9

🌱실패했을 때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이 있고, 기회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은선과 그들은 후자였다. 얼기설기 만들어 조악하기 그지없는 기회의 발판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발판이든 발판에 선 사람이든 무너지면 함께 무너져내릴 뿐, 그들을 받아줄 안전망은 없었다.
24

🌱영리하진 않습니다. 그냥 인정한 것뿐이죠. 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36


<한스>

🌱˝난 왜 그런지 알겠는데, 내가 독일에서 아랍계독일인으로 사는 동안 익숙해진 게 하나 있거든.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몰아붙이면 편하다는 거.˝
63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독일 민담집에 나오는 한스들도 행복한 결말을 위해 약삭빠르게 눈치를 보거나 가여운 척 동정을 구하고 시치미를 떼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한수라고 해서 못할 건 없었다.
73

🌱폭력은 감염병과 비슷했다. 기민하게 먹잇감을 찾아내서 목덜미를 물고 휘두르다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내팽개쳤다. 
81


<수우>

🌱그러나 아무리 굳게 약속하고 믿어도 소용없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107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131

🌱뭘 원하니?
성공을 좋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실패하고 싶지도 않았다. 수아가 원하는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닌 삶이었다. 그게 정확히 어떤 삶인지는 몰랐다. 
131

<에세이. 내가 살지 않은 삶의 이야기들>

🌱한국에서는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고. 상담사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는 더 힘들어. 쓸데없이 미워하는 것만 많아질 텐데, 그냥 버텨 봐요.˝
136

🌱사람은 층층이 겹쳐진이야기들의 소산이다. 그 층들이 어떻게 쌓였는지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누구든 쉽게 미워할 수 없게 된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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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가 에디터다운 것은 질문을 던졌을 때부터다. 에디터의 커리어적 정체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할 충동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
- P67

관계를 알아보는 능력이란 결국 자신만의 언어로 본질을 규정하는 능력, 유사성과 연관성을 알아차리는 능력, 분류 기준을 정하는 능력일 것이다.
- P87

에디팅은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붙일지 선택하는 일, 다시 말해 재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적·심리적 · 논리적 거리와 간격을다루는 일이다. 
- P92

익숙함과 명확함, 낯섦과 모호함이라는 두 원소를 손에 쥐고 목적에 맞춰 적정 배합 비율을찾아내는 일. 나는 그것이 에디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 P93

생각보다 레퍼런스를찾으면서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기분에 속는 사람이 많다. 정보를 자기화하려면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홀로 소화하는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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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굳게 약속하고 믿어도 소용없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 P107

해결할수 없는 문제들이 해결할 수 없는 채로 어서 흘러가버렸으면 했다. 괜한 희망과 낙관에 빠져 버둥거리는 건 이제 질렸다.
- P127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 P131

뭘 원하니?
성공을 좋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실패하고 싶지도 않았다. 수아가 원하는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닌 삶이었다. 그게 정확히 어떤 삶인지는 몰랐다. 
- P131

한국에서는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고. 상담사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는 더 힘들어. 쓸데없이 미워하는 것만 많아질 텐데, 그냥 버텨 봐요."
- P136

자신도 소설을 쓰고 싶었노라고, 사랑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고 고통에서 회피하는 대신 직시하면서 계속 써야 한다고 했다.
- P137

한국은 일정한 경로를 따라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바라는 삶은 경로 밖에있었다. 
- P140

사랑하는 것들보다 미워하는 게 많아지면 사랑했던 것마저 퇴색한다. 그 순간 삶은 무력해진다. 무력해지면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찾아온다.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누구든 탓하려 하고, 탓하면서 더더욱 미워하는 게 늘어난다. 삶은 지옥이 된다. 지옥에서 살아가는 이상 삶의 목표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것이다.
- P141

내일이 올지 안 올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모든 게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오직 불안만이 확실했다. 
- P141

사람은 층층이 겹쳐진이야기들의 소산이다. 그 층들이 어떻게 쌓였는지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누구든 쉽게 미워할 수 없게 된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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