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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뭉쿨하면 안되나요?
2019016
1독 201904.24 ~ 04.27
마스다 미리, 권남희 옮김. 이봄. 2015
< 잡다한 생각들 >
사소한 일에 뭉쿨하는 작가가 귀엽다. 귀엽다고 연발하는 그 모습이 귀엽고, 아직 이런 사람들이 이런 사소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아직 세상 모든 것이 귀엽다.
‘뭉클’이란 단어는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세상속에서 ‘뭉클’이란 말이 주는 느낌, 그 생각들. 이 단어 하나를 잡고 간다는 그 자체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가고, 그 방식은 분명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겠지. 조금 더 일상을 사랑하면, 아름다워가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리고 일상의 낯선 사람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많이 얘기해야겠다.
내 뭉클아이템은? 사무실 책상위 토순이, 사슴이, 병아리 ?
뭉클 아이템을 만들어야 겠다 !
일상의 뭉클은 아름다운데, 너무 남자들의 모습에만 (특히 연하남) 뭉클 하는 것 같아서, 여자친구들에게도 그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남자들의 예찬으로만 보일 수도 있어서. 그리고 은근 일본스러운 장면들이 있음.
< 책속의 문장들 >
이렇게도 일상에 ‘뭉클’이 넘쳐나다니 ! (책 표지)
주스를 건네받는 어른, 참 귀엽습니다. 19쪽, 멜론주스에 뭉클
엘리베이터, 얼른 문을 잡아주면 뭉클. 22쪽,‘고맙습니다’에 뭉쿨
백화점 물산전은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제일 위층에서 열린다. 그 말은 그들 역시 굳이 이곳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물산전을 즐기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따스한 마음이 퍼진다. 24쪽, 물산전 남자에게 뭉클
책을 읽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우라는 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 멀다. 이야기 속을 어슬렁거린다.
진짜 나는 여기에 있어요! 빔을 쏘아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연애하기도 하고, 형사가 되기도 하고, 전국시대에서 싸우기도 한다.
넘보기 어려운 남자다. 38쪽, 독서에 뭉쿨
지금 만약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농구부 주장에게 사랑 따위 느끼지 않을 거다. 교실을 찬찬히 둘러보고, 수수한 가운데에서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가진 남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남자가 주뼛거리며 하는 “좋아해”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52쪽, 양자역학 남자에게 뭉클
(나는 지금도 그런 남자가 더 좋음...)
공부를 하는 할아버지에게 뭉클했습니다. 53쪽, 양자역학 남자에게 뭉클
(나이가 있는 분이 공부를 열심히 하시거나, 책을 읽거나, 의외의 취미를 가진 걸 알게되면.. 뭔가 나 역시도 뭉클함이 있다. 괜히 귀여우시고, 존경스러운 마음도 있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로 출구로 향하는 데 마침 중학생 남자아이가 들어오는 참이었다. 자동문이 아니어서 나는 그 아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뒤에 가게를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그 아이가 나를 위해 한 손으로 문을 잡고 있어 주었다. 66쪽, 문을 잡아주어서 뭉클
그런 ‘젊은이용 기능’은 사용하지 않을 테지만... 설명을 해주어서 왠지 기뻤다. 74쪽, 전자제품 가게의 점원에게 뭉클
(구석까지 모시고 가서 친절히 열심히 설명하고 캐논을 추천해주던, 알고 보니 출장 왔던 캐논 직원 ㅎㅎㅎ)
색기가 하나도 없는 것이 그들 최대의 색기. 77쪽, 디저트부페에서 뭉클
점원과 얘기할 일은 주문할 때 정도여서, 가게 안을 둘러보아도 모두 조용히 차만 마신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주방에 있는 미남들을 흘낏흘낏 보고 있다.
보려면 보세요.
그런 느낌으로 남자들은 적당히 모르는 척해주었다.
“남자를 흘끄거리며 보는 것 괜찮네요.”
“정말요. 흘끌거리는 것 좋은데요.”
79쪽, 한류 카페에서 뭉클
(조용히 차 마시면서 흘끗거리는여성 손님들이 귀여움 !)
라면 가게 앞에서 혼자 줄을 서 있는 모습에 뭉클. 89쪽 (줄을 선 남자에게 뭉클)
어떤 식으로 어른이 된 사람일까?
청년이 숨죽여 우는 것을 옆에서 느끼면서 나는 그의 천진난만함에 가슴이 벅찼다. 91쪽, 눈물에 뭉클
(연극을 보고 눈물 흘리는 순수함에도 뭉클하지만, 그 앞 문장 ‘ 어떤 식으로 어른이 된 사람일까’ 이 부분이 더 눈길이 갔다. 이렇게 괜찮은데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었던 것일까. 그런 게 호기심이 일어나 궁금해진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며 우는 남자는 사랑스럽습니다. 92쪽, 눈물에 뭉클
담담한 자상함이란 것도 멋지군요. 101쪽, 편의점 점원에게 뭉클.
(이젠 츤데레가 아닌 담담한 자상함으로 불러야 겠다.)
저요? 저는 초 육식계입니다.
초식계 같은 사람이 그렇게 대답해서 뭉클했습니다. 111쪽, 육식계 남자에게 뭉클
(초식계, 육식계중 어떤 타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혀 안그럴 것 같은 아이가 다른 쪽을 말할 때의 당황스러움과 은근한 귀여움. 그런 마음.)
그리고 칭찬받은 것은 언제까지고 기억하는 그에게 뭉클했다. 물론 그 사실을 칭찬하지는 않았습니다만. 116쪽, 기억해주어서 뭉클
단골 가게에 데리고 갔을 때, “계단 가파르니까 조심해요” 하고 돌아봐주면, 때에 따라서는 좋아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 별로 좋아해주길 바라지 않는 여성에게 그런 말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122쪽, “조심하세요”에 뭉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면?”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래를 잘 부르게 되는 것이요”
뭐든지 들어준다는데?!
너무 귀엽습니다.
126쪽,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에게 뭉클
“마스다 씨, 나하고 나이 별로 차이 안나죠?”
이 사람의 평소 거슬렸던 한마디도 지금 한 말로 모두 용서. 128쪽, 나이를 잊어주어서 뭉클
“우리 세대는......”
37세와 42세. 거기에는 사십대라는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데, 세상에 같은 세대 취급을 ! 삼십대 남자는 좀처럼 할 수 없는 거라고, 그후 사십대 여자들 모임에서 보고했더니, 모두 아카베코처럼 “알아, 알아”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143쪽, 같은 세대여서 뭉클
정성껏 슨 게 이거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미치도록 귀여운지.
멋있는 사람의 글씨가 악필일 때 뭉클합니다. 162~163쪽, 초등학생 같은 글씨에 뭉클
함께 우산을 들려고 하는 이상한 배려에 뭉클했습니다. 167쪽, 이상한 배려에 뭉클
인사치레로 “무거워 보이네요. 뭐가 들어 있지요? 하고 물었을 뿐인데 순진하게 가방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뭐지, 이 무방비 플레이. 181쪽, 보여주는 남자에게 뭉클
창구에 있는 사람이 사적인 화제를 꺼내면, 마구 친근감이 생깁니다. 191쪽, 책임감에 뭉클.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언제나 약속 시간에 정확하게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지. 지금까지도 이렇게 일찌감치 와서 시간 조정을 했었구나 생각하니, 과거에 기다린 시간까지 합산에서 뭉클해졌다 ! 202쪽, 캔커피에 뭉클
(이런 배려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겠다. 어제부터 결심 ! 그리고 실천해야지.)
”어머, 멋지네요, 한번 써봐요.“
쑥스러워하고 거절할 줄 알았더니, 웬걸. 얼른 써보였다. 모자를 샀어요, 해놓고 그걸 써보이기까지 했다! 뭐, 보통 이런 일에 여자는 뭉클하죠. 205쪽, 모자에 뭉클
(뭐, 보통 이런 일에 여자는 뭉클하죠.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남자들의 모자뿐 아니라, 친구, 동료, 가족, 청소하시는 여사님들까지.. 가끔 이런 순진함에 나도 꽤나 뭉클해지니까.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뭐, 보통 이런 일에 저는 뭉클하죠._
그의 책 책장을 넘기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그가 그은 밑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앗, 여기에. 앗, 여기도 있네. 밑줄을 그을 때 눈동자의 움직임이 나와 포개져서 두근거린다. 비린 책은 건전한 화학책인데 불건전한 독서. 짝사랑하는 사람을 역에서 몰래 기다리는 듯한 그런 애잔함. 212쪽, 빌린 책에 뭉클.
(나 또한 빌린 책에 메모나, 밑줄, 접기가 되어 있으면 혹시 나와 같은 부분이 마음와 왔나, 이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나 두근거리게 된다. 같은 구절을 발견했을 때의 진한 동질감 !)
언젠간 죽어버릴 우리에게 주어진 사소한 포상. 그것이 ‘뭉클’일지도 모릅니다. 271쪽, 후기를 대신하며.
아, 뭉클했던 기억을 찾다보니 갑자기 온 세상이 뭉클뭉클 감동 넘치는 세상처럼 느껴지네. 참고로 원제의 ‘큔토스루’라는 말은 ‘찌하고 짠하고 뭉클하고’라는 뜻이 모두 포함되었지만, 편의상‘ 뭉클하다’로 뭉뚱그러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읽으실 때는 세 가지 뜻 모두 적용해주시기를. 옮긴이의 말